[기자수첩] "두 번이나 속고"··· 폭스바겐 '트윈 도징' 과연 믿어도 될까?
[기자수첩] "두 번이나 속고"··· 폭스바겐 '트윈 도징' 과연 믿어도 될까?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19.09.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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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두 번이나 속였는데 이번엔 믿어도 될까?"

자동차 업계를 돌아다니면서 폭스바겐 트윈도징 기술과 관련해 물으면 돌아오는 대체적인 답변이다. 결론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주다.

폭스바겐은 지난 5일 디젤 엔진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약 80% 줄여주는 SCR(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 일명 '트윈 도징'의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후 모든 디젤 엔진에 SCR 시스템을 채택해 질소산화물을 줄여왔는데, 연이어 배치된 2개의 SCR 촉매 컨버터 상부 쪽에 요소수를 선택 분사하는 방식인 트윈 도징 시스템의 개발로 기존 SCR 시스템의 성능을 한층 더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기자는 폭스바겐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폭스바겐을 믿어도 되는 거야?" 이미 폭스바겐은 국내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폭스바겐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은 상태다. 폭스바겐은 국내에서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두 번의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하나는 지난 2016년 아직도 희대의 사기극이라 불리는 '배출가스 조작 논란'과 또 하나는 최근 논란이 된 '요소수 불법 조작'이 그것이다. 두 사건 모두 시회적 파장을 일으킨 굵직한 사건이라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대학 연구실에서 디젤엔진의 청정수준을 연구하다 발각됐다. 연구진들은 즉시 미국환경보호청(EPA)에 통보했고 EPA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을 세상에 알렸다. 폭스바겐은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 기준을 피하기 위해 디젤 모델에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조작하는 '차단장치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이 프로그램은 스티어링휠의 위치, 차량의 속도, 엔진 가동 지속시간, 대기압 등의 정보를 분석해 자동차가 테스트 중인지 일반 주행 중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

주행시험을 할 때에만 저감장치를 최대한 가동했고 배출가스를 낮춰 폭스바겐 전 차종의 환경기준을 통과하도록 한 꼼수를 부렸다. 문제는 이 저감장치가 꺼지면 일반 주행 중인 디젤 엔진에서 디젤 배기가스가 기준치의 40배나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폭스바겐이 친환경을 모토로, 그리고 클린 디젤을 타이틀로 소비자들에게 마케팅을 해온 자동차업체였기에, 게다가 배출 조작 사건이 토요타를 제치고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충격은 그야말로 토네이도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보인 폭스바겐의 태도는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 환경부는 배출가스 조작 이후 폭스바겐에 리콜 명령을 내렸지만 폭스바겐은 리콜 계획의 핵심 내용을 제출하지 않는 등 시종일관 불성실한 자세로 일관했고, 결국 '괘씸죄'가 발동한 시민단체와 환경부가 고발하면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수사 결과 폭스바겐은 보급형, 고급형 할 것 없이 수십 종 차량의 시험성적서 총 139건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측에 17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국내시장에 판매된 아우디폭스바겐 차량의 68%에 해당하는 20만9000대의 차에 대해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후 판매정지로 인한 타격을 받은 폭스바겐은 리콜은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국민 사과를 하고 지난해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1년이 지난 최근 폭스바겐이 또다시 요소수 분사 불법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폭스바겐은 이번에도 시종일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또 한번 적잖은 실망감을 안겼다. 요소수는 경유차 엔진에서 발생한 배기가스에 들어있는 대표적 발암물질이자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분해해주는 역할을 한다.

요소수를 많이 사용해 얼마 남지 않게 되면 '충전 경고등'이 켜지고, 아예 바닥나면 대부분의 경유차는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꺼지도록 차량 운행을 제한한다. 폭스바겐은 요소수 양이 부족해 경고등이 켜진 상태에서 고속주행하면 요소수 분사량을 낮추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 고속도로처럼 고속주행으로 장거리를 달리면 배기가스 온도가 올라가 질소산화물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요소수 수요가 늘어나지만 오히려 요소수를 적게 분사하도록 조작한 것이다. 이번 조작 사건으로 독일 뮌헨 검찰은 슈타들러 회장 등 4명을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고 아우디에 8억유로(1조7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폭스바겐의 문제는 잘못을 해도 인정을 하지 않거나 파장이 커지면 그제서야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에 있다. 늘 그랬듯 폭스바겐은 사과 대신 변명을 택했다. 요소수 불법조작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커녕 한국 정부의 발표에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폭스바겐은 이번 요소수 불법 조작은 적발된 것이 아닌 자진신고 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이는 꼼수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실제 폭스바겐은 한국과 유럽 등에서 계속 차량을 판매하던 중 2015년 적발됐고 2017년 독일연방자동차청(KBA)으로부터 강제리콜을 명령받았다.

폭스바겐은 이런 사실을 한국에서는 쉬쉬하며 자동차를 팔았고, 환경부가 조사를 시작하니 그제서야 자진신고를 했다. 폭스바겐이 주장하는 자진신고였다면 아우디 본사가 요소수 분사 조작을 인지한 2015년 11월에 이뤄졌어야 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결론적으로 폭스바겐의 신뢰는 다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내몰렸다. 이 와중에 폭스바겐은 질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트윈 도장' 기술을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업계나 소비자 등 대부분은 이미 양치기 소년이 된 폭스바겐을 향해 비웃듯 "과연 믿어도 될까?"라는 의문부호을 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트윈 도징 기술이 폭스바겐이 지난 일을 반면교사 삼아 진심으로 배출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의 산물인지 역시나 '눈 가리고 아웅'식 꼼수였는지는 훗날 가려질 일이다.  획기적인 기술이지만 많은 이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폭스바겐 스스로가 '의심'이라는 줄을 자신에게 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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