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으론 살아남지 못한다"··· 새 먹거리 찾아 나선 '건설업계'
"분양으론 살아남지 못한다"··· 새 먹거리 찾아 나선 '건설업계'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20.01.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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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금융·배터리·디벨로퍼·프롭테크·스타트업 등 진출
문어발식 확장보단 건설업과 시너지 내는 사업 찾아야
최근 건설사들이 분양, 해외수주 사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사진은 대우건설이 투자하는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 전경. (대우건설)
최근 건설사들이 분양, 해외수주 사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사진은 대우건설이 투자하는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 전경. (사진=대우건설)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 최근 건설사들이 분양, 해외수주 사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분양 악재가 반복되고, 해외 수주마저 부진해 새 먹거리를 찾아 다른 분야로 사업에 눈을 돌리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 12.16대책 등 지난해 말 시행된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올해 공급할 물량을 지난해에 미리 소진하는 바람에 매출을 정상화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서둘러 사업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근 건설사들의 사업 확장 추이를 보면 항공·금융·배터리·디벨로퍼·프롭테크·스타트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 있다.

우선 현산과 반도건설은 각각 항공사 경영 참여를 공식화했다. 현산은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했고, 반도건설은 최근 대한항공을 소유한 한진칼 보유 지분을 기존 6.28%에서 8.28%로 늘리며 한진그룹 경영 참여를 공언했다.

앞서 현산은 지난해 원주 오크밸리 경영권을 인수해 HDC리조트를 새롭게 출범하는 등 건설사 중에서 일찌감치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지난 2017년에는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부동산114를 인수한 바 있다.

반도건설도 부동산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생명 안양 평촌사옥, 영등포 로이빌딩, NH농협은행 영등포시장역지점 등의 빌딩을 사들였으며, 이를 오피스텔과 복합상가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생활복지 인프라 사업, 철도, 교통, 에너지, 군 공사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GS건설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2차전지를 재활용하는 신사업에 진출했다. (사진=GS건설)
GS건설은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2차전지를 재활용하는 신사업에 진출했다. (사진=GS건설)

GS건설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2차전지를 재활용하는 신사업에 진출했다.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 재활용 규제자유특구에 오는 2022년까지 약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GS건설은 2차전지에서 연간 4500t의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의 유가금속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GS건설은 인도 태양광발전 시장에도 진출했다. 민자발전산업(IPP) 개발사업자로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 자이살머 인근의 600㏊(헥타르) 부지에 발전용량 300MW(메가와트)급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은 디벨로퍼 회사로 변신 중이다. 지난해 '신사업 추진본부'를 신설한 데 이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부동산투자신탁(리츠) 자산관리회사인 '투게더투자운용' 설립 인가를 받았다. 리츠는 투자자를 모아 부동산을 매입하고 임대 수익 등을 배당하는 간접 금융 투자 상품이다.  첫 번째 투자 대상은 자사가 추진 중인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 복합 단지 개발 사업'이다. 스타레이크시티에는 2025년까지 호텔, 대형 오피스, 아파트 등이 조성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투게더투자운용은 앞으로 이곳에 투자하는 공모형 리츠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미건설도 이석준 사장을 필두로 사업 다각화에 한창이다. 부동산과 정보통신기술(ICT)를 결합한 '프롭테크' 사업에 진출한 것. 직방, 피데스개발 등과 함께 '한국프롭테크포럼'을 설립했으며 테리핀테크·어반베이스·카사코리아·큐픽스 등 스타트업에 약 60억원을 투자했다. 향후 우미건설은 스타트업과 함께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공유주택, 부동산 기반 P2P(개인 간 거래) 금융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호반건설도 지난해 자본금 50억원을 출자해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 기업)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설립하고 건설업과 연계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스마트팜 플랫폼 쎄슬프라이머스, 인공지능(AI) 기반 건축설계 솔루션 텐일레븐, 안면인식 보안 솔루션 씨브이티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호반은 계열사들을 활용해 지난 2018년부터 골프장, 리조트, 언론사 등 사업 다각화에 2년간 약 6000억원을 투자해 왔다. 특히 몇 년간 레저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2017년 제주 퍼시픽랜드(800억원), 2018년 리솜리조트(2500억원)·덕평CC(550억원)·서서울CC(1200억원)·콘도미니엄 사업지(713억원) 등 57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부었다.

이 밖에 ▲동부건설은 건설폐기물 사업 ▲태영건설은 수처리사업 ▲서희건설은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 사업 ▲계룡건설산업은 제로에너지 관련 설계·시공·유지관리업에 각각 진출했다.

업계는 건설사들이 최근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악화된 분양 시장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으로 풀이한다. 주택시장은 장기간 조정국면에 접어들었고, 해외시장은 미국·중국·중동 분쟁 등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 없이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건설업계 전망은 분양 등 주택사업이나 해외 수주가 아닌 다채롭고 흥미로운 사업들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산처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됐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분양 시장은 문이 닫혔다는 표현을 할 만큼 연초부터 경기가 좋지 못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신사업 진출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건설사와 아무런 시너지를 낼 수 없는 사업에 진출하다보면 건설업 자체의 특성을 잃을 수 있어 우려된다"며 "건설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으로 확장해야 향후 실적개선뿐만 아니라 건설업의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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