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고 나야 마련하는 '근본적 대책' 타령 언제까지 할 텐가
[데스크 칼럼] 사고 나야 마련하는 '근본적 대책' 타령 언제까지 할 텐가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20.05.27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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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영 경제산업 부장
전수영 경제산업 부장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2002년 월드컵에 출전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이영표 해설위원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중계하며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일갈했다. 월드컵을 자신의 경험을 쌓는 무대로 생각하는 선수들에게 일침을 놓은 것이다. 이미 경험은 국내외 경기에서 해왔기 때문에 월드컵 무대에서는 그동안 쌓았던 경험들을 쏟아부으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 발전을 이뤄왔다. 하지만 직접경험이든 간접경험을 했으면서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산업안전 분야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4번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00% 사망자의 잘못이 아니라면 분명 작업 현장에 사고 발생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에서는 수많은 사망 및 상해 사고가 있었다. 같은 종류의 사고도 있었을 것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경험했기에 사고 이후 대책을 마련했을 것이다. 또한 사고 지점이 아닌 다른 곳까지도 사고의 위험이 없는지 살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한동안 현대중공업은 '죽음의 사업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사업장을 방문하면 그 규모에 놀라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으로 작업해야 하는 부문이 많다는 것에도 놀라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도 그렇게 느낄 정도라면 회사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을 것이다. 수많은 경험 데이터가 있음에도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LG화학도 잇따른 사고로 구광모 (주)LG 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화장이 나서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고위층에서 이렇게 공언을 했으니 분명 잘 지켜지리라 믿고 싶지만, 마음 한쪽은 여전히 마뜩잖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또다시 사고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항상 얘기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지만, 그 이후로도 사고가 났던 사업장은 잊을 만하면 또다시 사고 소식에 휩싸인다. 그럴 때마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환경을 개선했다면 사고는 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작업자의 부주의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사고 확률을 ‘제로(0)’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다.

물론 위험도가 높은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항변하고 싶을 것이다. 사고가 나지 않을 때는 안전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다가 사고가 나면 승냥이 떼처럼 비판만 들어야 하니 억울할 것이다. 그야말로 '무소식이 희소식'인 것처럼 사고 없이 그냥 조용히 일하는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칭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사고가 발생했다면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 경험했음에도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사고 후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그냥 겉치레에 불과할 뿐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기업들은 경험했으니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증명하길 바란다.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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