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경제] 총알오징어? 그냥 '어린 오징어'다
[낚시와 경제] 총알오징어? 그냥 '어린 오징어'다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20.06.24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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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영 경제산업부장
전수영 경제산업부장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동해안에 깨다시꽃게가 잘 나온다고 해서 얼마 전 강원도 속초로 밤낚시를 다녀왔다. 마트나 시장에서 보기 힘들지만 깨다시꽃게는 껍질이 얇아 국물을 내기에 안성맞춤이어서 낚시인들이 꽤나 선호하는 게 종류 중 하나다. 백사장에 자리를 잡고 게망에 생선 대가리를 넣어 던져놓고 수평선을 바라보니 환하게 불을 밝힌 고깃배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모두 살오징어잡이 배였다.

그 순간 며칠 전 시장에 들렀을 때 어물전에서 팔고 있던 '총알오징어'가 생각이 났다. 어른 손 한 뼘 크기의 오징어인데 총알처럼 날씬하게 생겨서 그렇게 부르는 것인지 아니면 총알처럼 작아서 그리 부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어물전마다 비슷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에 총알오징어로 검색을 해보면 많은 곳에서 이 오징어를 팔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총알오징어란 명칭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어 어류도감을 찾아보고 했지만, 이 어종의 이름 나오지 않는다. 알고 보니 당연했다. 총알오징어는 우리가 흔히 먹는 살오징어의 새끼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왜 그냥 오징어를 굳이 총알오징어라고 부르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다 큰 살오징어를 잡아 팔기에는 제철을 기다려야 하니 새끼 오징어라도 잡아다 팔아 돈을 벌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 오징어 제철은 겨울이다. 시기를 고려하면 당연히 지금 잡히는 살오징어는 다 자란 것이 아닐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살오징어 떼들이 동해로 들어오니 그걸 못 참고 잡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어린 새끼를 잡지 못하게 일부 어종은 체장이나 체고가 기준 이하면 잡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살오징어 또한 체장 19cm 이하는 어획을 금지한다. 시장 어물전에서 팔리는 살오징어의 크기는 기준을 넘긴 했지만, 갓 넘긴 녀석들이 대부분으로 보인다.

살오징어 어획량은 2014년 16만4000톤에서 2015년 15만6000톤, 2016년 12만1000톤, 2017년 8만7000톤, 2018년 4만6000톤으로 줄어들었다. 제철임에도 ‘금징어’로 불리는 이유다. 줄어든 이유가 모두 어획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의 변화도 영향이 있을 것이고, 해양 오염도 한몫했을 수 있다. 하지만 어획량이 줄어드니 새끼라도 잡아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할지 모르겠다.

문득 명태가 떠오른다. 명태는 우리나라 동해를 대표하는 생선으로 그 이름도 명태, 생태, 동태, 노가리, 황태, 북어 등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겨울이 되면 넘치게 잡혀 지나가는 개도 안 물어갈 정도로 흔한 생선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식탁에서 사라졌고, 이를 복원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돈이 소요됐다. 흔하다 보니 어종이 사라질 것이란 생각 없이 어린 녀석들도 잡아 노가리란 이름으로 술안주가 됐기 때문이다.

오징어도 그렇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렇게 어린 새끼를 잡아버리면 언젠가는 오징어 한 마리가 몇 만원을 호가할 수도 있다. 아니 이미 다 큰 오징어는 수온의 변화로 다른 곳으로 가버려 어릴 때 아니면 잡지 못해 지금 잡을지도 모른다. 당장 생계를 위해 어린 것들을 잡는다면 머지않아 그 어린 녀석들마저 잡지 못하는 상황에 몰릴지도 모른다.

잡는 이도, 파는 이도, 사는 이도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은 우리의 작은 욕심 때문에 어종이 피폐해지고,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새끼 살오징어를 잡고, 총알오징어라는 이름으로 팔고, 모른다는 핑계를 대며 사 먹는다면 조만간 우리 식탁에서 오징어가 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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