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온실가스 배출권 부담 줄여달라는 경총의 '떼쓰기'
[데스크 칼럼] 온실가스 배출권 부담 줄여달라는 경총의 '떼쓰기'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20.06.25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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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영 경제산업부장.
전수영 경제산업부장.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더믹(세계적 유행)으로 전 세계 경제가 동맥경화에 걸렸다. 각 나라는 교역량이 줄어들었고, 경제활동도 축소됐다. 잘 돌아가던 공장이 멈춰섰고,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주거나 아예 감원을 하고 있다. 돈을 버는 것은 고사하고 생존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경총은 정부에 온실가스 배출권 부담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배출권 여분을 기업들에게 나눠달라고 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부담이 원가에 반영돼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언뜻 보면 일리가 있는 말로 보인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생산 활동이 활발해져야 서민경제도 국가경제도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일 테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가격이 높아 제품을 팔지 못하는 상황인가? 아니다. 제품은 있지만 내다 팔 시장이 잠겨 있는 상태다. 공장을 열심히 돌려 제품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이 다른 나라의 제품보다 비싸서 못 파는 것이 아니다.

경총의 주장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매하기 위한 가격이 너무 높아 기업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인데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온실가스 거래제에 해당하는 기업 및 지방자치단체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포스코는 2011년 대비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7.5% 줄었다. 수치는 작을지 몰라도 감축량은 600만 톤이 넘는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이라 불리는 삼성전자는 2011년 529만6375톤에서 2018년 1077만5372톤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2배나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포스코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고, 삼성전자는 늘었다. 2018년 기준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삼성전자보다 7배가량 많지만,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포스코의 영업이익보다 6.8배 정도 많다. 

포스코가 온실가스 저감 시설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고, 삼성전자는 저감 시설을 갖추지 않고 공장을 돌려 돈을 번 것이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회사의 실적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물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시설을 갖추고, 설비를 들이는 데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산업혁명 이후 기업들은 돈을 벌기 위해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는 화석연료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썼다. 악영향을 제대로 몰랐다고 하지만 그 결과 지구온난화가 발생했고, 그 고통은 전 세계 모든 이들이 받고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부를 창출했다면,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니 우리가 살아갈 지구를 위해서라도 부를 나눠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경총은 오히려 정부에 온실가스를 더 할당해달라고 하고 있다. 백 번 양보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의 요구를 수용해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한다면 기업들도 얼마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것인지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본다.

땀 흘려 번 돈이 아깝지 않아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 설비를 갖추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 한다. 그냥 지키는 것이 아니라 1차적으로 1990년대까지 돌려놔야 한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지금의 경총의 모습은 코로나19를 틈타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려는 떼쓰기 정도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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