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가 재시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외매체 9to5구글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의 부활을 위해 갈고 닦은 '픽셀 워치 (Pixel Watch)'가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보도했다.
기존 제품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300mAh 배터리를 장착해 사용시간을 늘린 것은 물론, 저전력 칩셋을 채택하고, 스마트폰과 연결이 끊어지더라도 단독 사용이 가능한 셀룰러 연결 기능도 제공된다고 밝혔다.
스마트워치분야의 선두주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였다.
2014년 9월 발표된 모토로라의 모토360(Moto360)은 일반 시계와 가까운 원형 디자인을 갖추고 스마트폰의 알람을 손목에서 받아볼 수 있게 한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화면 하단부 일부에 센서를 배치하여 완전한 원형은 아니었지만 스마트워치를 오래도록 꿈꾸어 왔던 얼리어답터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안드로이드웨어 라는 운영체제를 채택한 구글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스마트워치라는 점이 무엇보다 믿음직했다.
때문에 에이수스와 LG전자 등의 여러 업체들이 뛰어들어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의외로 구글의 대응은 느렸다.
안드로이드에 기반을 둔 운영체제로 처음에는 안드로이드 웨어(Android Wear)로 불렀지만 시간이 지나며 웨어OS(WearOS)로 이름을 바꿨고 그나마 업데이트는 몇년째 지지부진하다보니 신제품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명품 시계 업체들도 처음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에 관심을 보였지만 태그호이어는 출시 후 단종된 상태이며 루이비통의 땅부르는 자체 OS로 최신 버전에서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렇게 명품 시계 업체들 마저 안드로이드를 버리면서 구글은 스마트워치를 폐기해야 하는가를 갈등하는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쯤 구글은 스마트워치 전문업체를 인수했고 메인 칩셋을 공급하던 퀄컴은 저전력 고성능의 새로운 칩셋을 출시하면서 꺼질듯한 불씨는 가까스로 되살아 났다.
스위스 전문업체인 스워치그룹에서 꾸준히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내놓고 있고 삼성전자는 전격적으로 구글과의 제휴를 통해 타이젠 자체 OS를 버리고 구글의 안드로이드웨어 스마트워치로 돌아서게 됐다.
이렇게 노력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사실상 여전히 스마트워치 시장은 애플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워치도 처음에는 안드로이드 워치와 마찬가지로 느리고 버벅이며 실제 사용하는 용도보다는 시간을 표시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이는 부분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는 1세대이기에 반드시 겪게 되는 과정으로 이후 애플은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며 단 한번의 디자인 변화만 가졌을뿐 사각형의 워치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며 지금까지 7세대 제품을 내놓았다.
크기에 따라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분된 애플워치는 2014년 안드로이드 워치와 같은 해에 선보였지만 지속적인 성능 개선과 업그레이드로 누적 1억대 판매를 넘어서며 전세계 시계판매업체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독자적인 워치페이스와 건강측정기능을 탑재한 기능성 보강과 함께 스포츠 파트너로 나이키, 명품 파트너로 에르메스와의 동반성장을 꾀한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8년의 기간동안 애플은 성장했고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는 명맥만 끊어지지 않았을 뿐 겨우 유지되는 중이라는 점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정 반대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은 원래 작년말 픽셀6를 발표하면서 픽셀 스마트워치를 함께 출시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구글의 마케팅은 갈지자 행태를 보였다.
픽셀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애플의 아이폰 고급기종과 같은 가격, 같은 포지셔닝을 노린 프리미엄 제품을 타게팅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고급 시장은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깔끔하게 운영체제만 탑재되어 있다보니 고급제품을 선호하는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편의기능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기왕에 비싼 제품을 구입하려던 사용자들은 통신사와 제휴해서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일반 제조사 제품을 선호했고 결국 구글은 방향을 바꿨다.
중저가 혹은 중고가 제품으로 스펙을 바꾸고 대중화 전력을 펼쳐 나갔지만 이 역시 마뜩찮은 결과를 낳았다.
이미 중국산 제조업체들이 가성비를 한껏 끌어올린 스마트폰을 내놓다보니 2년간 운영체제 업데이트 보증 외에는 별다른 차별성을 갖지 못한 제품에 눈길을 주는 이들은 많지 았다.
이와 함께 구글과 함께 개발한 샤오미의 스마트폰 등이 등장하면서 팀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지난해 가을, 구글은 다시 플래그십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전략을 수정했고 최고급의 제품을 애플보다는 조금 저렴하게, 오프라인에서 만져보고도 구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했고 이같은 대 전환으로 인해 스마트워치까지 마케팅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곽동수 IT칼럼니스트는 "구글이 엔지니어 집단이라면 애플은 세일즈 엔지니어 그룹으로 기술과 마케팅 모드를 아우른다. 때문에 구글이 정공법으로 오직 제품만을 디밀며 매출을 모색하는 것은 한계에 부딪혔던 것"이라며 "이제 마케팅 전략을 보강하고 스마트워치를 사고는 싶지만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한 대기 수요를 자극한다면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다가서려는 구글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그래서 스마트 워치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양사의 경쟁으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들에게는 더 큰 혜택이 돌아올 것만은 분명하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임에 분명하다.
구글 픽셀워치는 애플 워치만큼 빠른 조작과 뛰어난 디자인으로 사용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적절한 가격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기어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결과로 드러날 것이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