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미국 최초로 전자제품 '셀프 수리' 법안 통과시켰다
뉴욕주, 미국 최초로 전자제품 '셀프 수리' 법안 통과시켰다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2.06.0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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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에서 바라본 뉴욕 맨해튼 전경. (사진=모션엘리먼츠)

공식적인 제조사의 사후지원이 아닌 일반 업체등에 사설 수리를 맡길 경우 문제가 생기면 이로 인한 문제는 사용자가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 적어도 뉴욕에서 만큼은 달라질 전망이다.  

뉴욕주 상원은 소비자가 원하면 직접 전자제품을 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제품을 직접 수리할 권리(Electronics right to repair) 법안을 6월 1일(현지시간) 59대 4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제까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제품들은 사용중 문제가 생기면 제조사를 통해서만 수리해야 했다. 사설 수리를 하는 업체들이 많았지만 제조사는 이를 외면해왔다.

공식 AS센터를 통한 수리만이 유일하다며 고집했지만 시민단체의 입장은 달랐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공식 업체가 판매하는 부품을 직접 구입해서 수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높은 공임과 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을 감안해 사용자가 직접 고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난 몇년간 끊이지 않았다.

뉴욕시 정부가 현재 진행중인 이벤트 안내 페이지. (사진=뉴욕시홈페이지 캡쳐)

실제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어디서든 구하기 쉽고 직접 고치는 일반인들도 많다. 따지고 보면 이같은 셀프 수리를 막을 근거는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판매 수익 못지 않게 큰 수입원인 공식AS 관련된 부분은 업체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관련업계는 반발해 왔다.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로비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후 디지털 공정 수리법(Digital Fair Repair Act)이 필요하다며 모든 소비자용 전자제품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건에 따라 수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관련된 도구와 부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은 독점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거나 불법을 지속하는 것이라며 업계를 설득해 왔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삼성전자 등이 수리 부품을 판매하게 되었고 소비자에게 수리 가이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비자 가전의 기본 부품은 평균 1~2년, 핵심부품은 2~5년까지 사후보증을 제공하는 보증기한이 지나고 나면 공식 AS를 받을 수 없는 현실에서 기업들은 공식AS를 연장하는 서비스 쿠폰을 판매하며 사후보증을 연장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기한이 끝난 후에는 사설 AS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액정이 파손된 스마트폰. (사진=모션엘리먼츠)

국내의 경우 이동통신사의 약정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폰 대금은 24~36개월 동안 나눠 지불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 교체주기 역시 평균 2년으로 알려졌지만 코로나19 이후 전자제품 사용기간은 눈에 띄게 늘었다. 최신형 제품의 성능 개선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면 굳이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갖는 이들이 늘었고 이는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예컨대 떨어뜨려서 액정이 파손된 제품의 경우 디스플레이만 교체하면 계속 사용이 가능한데 정식으로 인증받은 교체부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때문에 저렴한 호환 부품을 구입해서 수리하는 경우, 비용 부담은 적지만 성능면에서 질적 저하를 가져오기도 했다.

업체에 따라서는 유료 AS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부품을 별도로 구입할 수 있으면 굳이 높은 공임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는 이들도 많았다.

애플의 자가수리 홍보 이미지 (이미지=애플)
애플의 자가수리 홍보 이미지. (사진=애플)

애플은 작년 11월, 셀프수리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재빨리 대응하고 나섰다.

자신이 사용하는 아이폰, 아이패드, 매킨토시 컴퓨터를 직접 수리하고자 하는 구매자들은 애플의 정품 부품과 도구를 애플에서 구입해서 직접 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올해초 미국에서 시작됐고 애플은 온라인 스토어에서 200여개 이상의 개별 부품과 수리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을 판매하고 있다. 당연히 수리에 필수적인 수리 매뉴얼도 제공된다.

현재는 미국내에서만 진행되고 차차 유럽과 다른 지역에도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눈길을 끄는 것은 수리 도구 렌탈 서비스이다. 애플은 부품을 구입하면서 수리도구까지 구입할 경우 비용부담이 클 것을 감안, 약 50달러의 비용을 내고 일주일동안 필요한 도구를 렌탈해 주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올 하반기부터 소비자가 직접 스마트폰을 수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애플과 유사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전문 수리업체인 아이픽스잇(iFixit)과 함께 파트너쉽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아이픽스잇은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수리할 수 있게 해체 및 수리과정을 소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데일리e뉴스 DB)

소비자의 셀프 수리 법안이 통과됐다고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제도의 도입이 언제 어떻게 적용될지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뉴욕주가 나서서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이를 공식적으로 통과시켰다는 것은 미국내 다른 주에도 조만간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자체 생산한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외부로 조달받은 부품인 상황에서 굳이 제조사만이 독점하는 관행은 소비자의 불편을 가져왔다. 정책당국이 이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법안을 통해 실현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은 물론 소비자의 권익도 그만큼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주의 법안 통과는 전세계에 긍정적인 도미노 현상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최요한 경제평론가는 "공식 부품을 합법적인 과정으로 구입할 수 있고, 손재주 좋은 개인이 직접 수리하거나 사설 전문 수리점이 애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고장난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자동차 업계는 10년전인 2012년 이와 유사한 법안을 통과 시켰으며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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