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SG] 120년 만의 폭염 이어 기록적 폭우 내린 파키스탄... "선진국 무책임함으로 피해는 가난한 나라들의 몫"
[글로벌 ESG] 120년 만의 폭염 이어 기록적 폭우 내린 파키스탄... "선진국 무책임함으로 피해는 가난한 나라들의 몫"
  • 곽지우 기자 jiwoo94@dailyenews.co.kr
  • 승인 2022.09.0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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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은 0.4%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피해 입은 파키스탄을 비롯해 대부분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 변화에 취약
국내에서도 긴 장마, 폭우 등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 받고 있어 탄소배출 줄이지 않으면 21세기 후반에는 5~600mm 폭우 올 것으로 예측
(사진=pixabay)

올 여름 파키스탄에 폭우가 쏟아져 국토 3 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등 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고 있다.

6월 이후 현재까지 1100명이 넘는 사망자와 33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경제적 피해도 13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겨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위기상태" 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기후는 타국에 비해 비교적 극단적인 형상을 보이고 있다. 지형에 비해 다양한 기후가 한번에 나타나며 우기에는 더욱 뚜렷한 변화를 보이며 연 평균 강수량의 80%를 보인다. 반면 올해는 이보다 더 높아져 평년 대비 5~8배 수준의 비를 퍼부으며 30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의 비가 온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앞선 5월에는 섭씨 45도 이상의 고온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50도까지 온도가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져 인더스강이 범람, 이번 홍수의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파키스탄 기상청은 "올해 초 파키스탄의 평균 기온은 지난 1901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기후변화가 봄의 고온 현상부터 올 여름 홍수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강수량의 변화 그래프
기후 변화에 따른 강수량의 변화 그래프.(사진=호주 기후위원회)

미국 국가환경정보센터(NCEI)에 따르면 공기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습기를 7% 더 머금게 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공기가 따뜻해지고 더 많은 습기를 흡수한 후 비를 뿌린 것이 이번 폭우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온난화로 빙하가 더 빨리 녹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며 파키스탄의 홍수 위험이 커졌다.

지난해 발표한 UN 기후변화 6차 보고서에서는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할 경우 물의 이동 전망을 예상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과 중국 양쯔강, 미국 서부 등에서 물이 사라지고 중동과 인도 북서부, 대한민국 부근은 폭우 위험이 상승한다는 내용이다. 

보고서가 발표된지 약 1년 가량이 지났지만 UN 측의 예상은 현재 지구촌 이상기후 현상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동과 인도는 물론 한반도 역시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갑작스런 폭우를 겪고 있다.

다니엘 스웨인 박사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기후 연구자들이 일찍이 예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환경단체 저먼워치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기후위기지수 보고서에서 파키스탄은 기후위기가 야기하는 극한의 날씨에 가장 취약한 국가 8위로 선정됐다.

2021 기후변화지수 (사진=저먼워치)
2021 기후변화지수.(사진=저먼워치)

파키스탄은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탄소배출량이 아주 적은 나라다.

파키스탄의 탄소 배출량이 지구 전체의 0.4%에 불과한 것을 감안할 때 다른 나라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불공정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스타파 나와즈 크호카르 상원의원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에 1% 미만으로 기여하는 나라가 기후재앙의 희생자가 되는 것은 지극히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이 8위를 차지한 기후위험지수를 보면 1~3위는 푸에르토리코, 미얀마, 아이티 등 모두 작고 가난한 나라들이다. 탄소배출량이 미미한 작은 나라들이 선진국들이 경제 발전을 위해 내뿜은 온실가스로 피해를 보는 것은 셈이다.

파키스탄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은 기후위기적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큰 피해를 입는다.

기후위기적응 능력이란 기후 변화에 맞게 사회 시스템을 바꾸어나가는 능력을 뜻한다. 상대적으로 경제력과 인프라 등 기반 시설이 모자란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보다는 에너지 전환이나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대비책이 부족한 것이 해당한다. 홍수, 가뭄 등의 피해로 사망할 확률도 선진국에 비해 15배 높아 기후불평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국제사회, 선진국은 파키스탄과 같은 개발도상국을 기후변화의 피해를 보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오늘이 우리라면 내일은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다. 기후위기의 위협은 현실적이고 강력하며 눈 앞에 닥쳐온 문제"라고 호소했다.

11호 태풍 '힌남노'의 북상으로 서울 잠수교 남단이 통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한다.

지난 8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서울 남부를 중심으로 중부지방에 300mm가 넘는 비가 내렸고, 지하철 선로를 비롯해 저지대 침수, 하천 범람 등 피해를 입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수증기 양이 과거에 비해 많아지고 해수면 온도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면서 여름철 폭우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어 충분히 기후위의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에도 6월부터 8월까지 54일 간의 긴 장마가 이어져 전국적으로 홍수, 산사태 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기상청과 APEC 기후센터(APCC)가 지난 6월 고탄소와 저탄소 시나리오로 나누어 분석한 자료를 보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나타난다.

고탄소 시나리오가 실현될 시 21세기 후반에는 최대 311.8mm까지 평균 강수량이 늘어나고 특정 지역에는 5~600mm의 폭우가 올 것으로 예상된 반면 저탄소 시나리오의 경우 평균 강수량이 고탄소 시나리오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지역별 극한 강수량 증가 폭이 확연히 올라가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가속화를 막을 필요성을 강조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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