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국가별 의무, 국제사법재판소 의견 묻는다" UN 총회서 새 결의안 채택
"기후위기 국가별 의무, 국제사법재판소 의견 묻는다" UN 총회서 새 결의안 채택
  • 곽지우 기자 jiwoo94@dailyenews.co.kr
  • 승인 2023.03.3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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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역사적 승리’ 평가
법적 구속력 없어도 향후 기후분쟁에서 큰 영향력 가질 것으로 전망
UN 내 최상위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가
UN 내 최상위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에 기후위기에 관한 국가별 의무에 관해 권고적 의견을 내놓을 전망이다.(사진=pixabay)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기후 위기에 대응할 법률적 의무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유엔(UN)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총회에서 "기후 변화에 관한 국가의 의무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 요청" 결의안을 130여개국의 공동 제안에 따라 표결 없이 채택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국제법원으로서 국제법에 따른 국제분쟁 해결하는 UN의 사법기관이다. 이번 결의안과 같은 유엔총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재량에 따라 사안별 권고적 의견을 제시해왔다.

이번 결의안을 통해 UN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기후 체계 및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국제법적 의무를 명확히 규정할 것을 요청했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끼친 국가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의견을 묻기로 했다.

단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이 나오기까지는 약 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의안은 국제사법재판소에 대한 자문 요청은 지난 2019년 학생단체 ‘기후변화와 싸우는 태평양 도서 지역 학생 모임(PISFCC, Pacific Islands Students Fighting Climate Change)’ 의 주도로 이뤄졌다.

이들은 "국제사법재판소가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각국의 의무, 미이행시의 법적 조치 등의 내용을 담은 의견을 내도록 해야 한다"며 유엔 결의안 채택을 주장해왔다.

지난 2021년 바누아투 정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 태평양 섬나라들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이들은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자신들이 받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바누아투는 탄소 배출보다 흡수가 많은 나라로, 오는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발표한 바 있다.

탄소배출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태풍, 해수면 상승, 그에 따른 지하수 염분 증가, 저지대 침수 등 큰 피해를 받고 있으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수몰될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2021년 IPCC는 “21세기가 지나기 전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해수면 상승의 영향으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바누아투는 지난 2021년 기후변화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 의식과 공동 대응을 요구하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에 ‘기후변화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이다.

당시 바누아투 정부는 “작은 태평양 국가들이 직면한 재앙적 수준의 손실과 피해에 대해 충분한 지원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제사법재판소의 자문을 구했다.

이번 결의안 통과는 ‘기후정의를 위한 역사적 승리’로 평가받는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이 나오면 국가별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쉬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UN 회원국들의 최상위 법원의 의견인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해 정부, 의회, 법원 등이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빠르게 늘어나 진행 중인 것만 2000여 건에 달하는 전 세계 기후관련 소송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의안 통과는 ‘기후정의를 위한 역사적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pixabay)

마이클 제라드 컬럼비아 대학 로스쿨 교수는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은 기후분쟁 재판에서 매우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욕타임즈는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 내용에 따라 국가별 기후위기 대응 또한 국제법상의 의무로 바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년만의 결실을 얻은 신시아 후니우히 PISFCC 회장은 "세계가 태평양 청소년들에게 귀를 기울여 행동해 기쁘다"며 "이번 유엔 결의안은 기후 정의를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라가는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결의안 채택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은 유엔 총회와 유엔 회원국들이 더 대담하고 강력한 기후 행동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내놓았다. 이스마엘 칼사카우 바누아투 총리도 "이번 결의안은 기후정의의 승리이며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결의안은 선진국들의 조속한 약속 이행도 촉구했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6에서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131조원)의 기후 대응 기금 마련"을 약속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만큼 약속에 대한 이행이 없다면 여전히 탁상공론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

실제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정한 기후재원은 2020년 833억달러(108조원)에 그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은 이번 결의안 지지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사법 절차가 아닌 국제외교가 기후 위기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길" 이라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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