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원인은 배터리 이상" vs "직접적 원인 아니다"

조사단, 화재사고 결과 발표··· 기존 추정 스스로 뒤집어 삼성SDI·LG화학, 조목조목 반박··· 정부-업계 신경전 예견

2020-02-06     전수영 기자
ESS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에 대해 정부가 외부 요인이 아닌 배터리 이상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ESS 화재 사고 조사단은 6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8월 30일~10월 27일 발생한 5건의 화재사고를 조사한 결과, 개별 사업장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배터리 이상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ESS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외부 요인에 의한 화재라는 조사단의 발표를 스스로 뒤집은 결과라 파장이 예상된다.

ESS는 화재가 발생하면 전소되는 특성으로 인해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종합적 조사와 분석을 근거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조사단은 지난해 8월 이후 충남 예산, 강원 평창, 경북 군위, 경남 김해 등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인근의 사고 사업장과 비슷한 ESS 사업장의 배터리와 비교 분석을 통해 원인 규명을 진행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단은 네 군데 사업장의 경우 배터리 이상이 화재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남 하동은 노출된 가압 충전부에 외부 이물질이 닿으면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분석 결과는 지난해 6월 조사단이 밝혔던 외부 원인에 의한 화재라는 추정과 상반된다.

이에 대해 김재철 공동 조사단장(숭실대 전기공학부 교수)은 "1차 조사는 설비가 전부 다 타고 기록도 없어서 설치 환경, 외부적 환경 이런 것으로만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도 배터리 운영 기록이 없었으면 그렇게 갈 뻔했다"고 2차 조사 결과가 1차 조사와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조사단의 이 같은 결과 발표에 삼성SDI와 LG화학은 반발했다.

삼성SDI는 "조사단 조사 결과가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현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조사단이 주장하는 큰 전압편차는 충전율이 낮은 상태의 데이터로, 이는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의 차이므로 화재가 발생할 수 없다"며 조사단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큰 전압편차'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삼성SDI는 조사단의 발표한 다섯 곳의 화재 원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LG화학도 조사단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LG화학은 "일부 사이트의 원인이 배터리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조사단 발표와 관련해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은 지난 4개월간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며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고, 조사단에서 발견한 양극 파편, 리튬 석출물,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은 일반적인 현상 또는 실험을 통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