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감] 대기업들, 대출받은 은행에 퇴직연금 몰아주기 여전

수익률은 1~3%에 불과··· "현실 안주해 변칙적으로 가입 유치에만 열 올려"

2020-10-21     전수영 기자
금융권역별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대기업집단이 시중은행에 퇴직연금을 가입하고 시중은행은 이들 대기업집단에 대출을 해주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이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21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퇴직연금을 교두보로 4대 시중은행 및 중소기업은행, 산업은행의 퇴직연금 가입회사 중 대출을 끼고 있는 사업장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 기업집단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현대차증권이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의 경우 계열사 가입액 비중이 각각 87.5%, 61.7%에 이르렀다.

그동안 국내 퇴직연금 운용관리 시장은 연간수익률은 물론 장기수익률도 통상 1~3%대에 불과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은행의 경우 증권사나 보험사들보다 대체로 수익률이 낮지만 점유율은 줄곧 50%대를 유지하고 있어 상품경쟁력보다는 기업 대출 영업망에 의존한 끼워팔기가 만연해 있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윤 위원장이 금감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시중은행에 퇴직연금 운용관리를 맡긴 회사 중 대출이 있는 회사의 비중은 50%를 넘었다. 특히 국책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비중(68.9%)를 나타냈다. 퇴직연금 운용관리 회사 42개 사 중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의 수익률은 각각 31위, 40위에 불과했다.

퇴직연금 운용관리 금융회사 42개 사 중 자사 계열사 퇴직연금 운용 비중이 50% 이상인 회사는 현대차증권, 삼성생명으로, 수익률과 관계없이 연금급여액을 미리 확정하는 확정급여형 적립금의 87.5%, 61.7%가 계열사 가입분이었다. 확정기여형(DC) 각각 49.5%, 12.9%였다. 직원 개인이 선택해 별도로 가입하는 IRP의 경우 계열사 직원 유치 실적은 없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5년 이미 업계 자율결의로 계열사 몰아주기를 50% 이하로 유지토록 권고했지만 이를 위반해도 별도의 제재는 없었다.

결국 은행들의 소위 '끼워팔기' 관행 또한 은행업감독규정상 제재 대상은 아니어서 퇴직연금 시장 자체가 수익률 경쟁 등의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별다른 대책이 없다.

윤 위원장은 "민간 퇴직연금 운용사들이 일단 가입만 시키면 가둬놓은 물고기나 다름없는 퇴직연금 시장 현실에 안주해 변칙적으로 가입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수익률 개선 경쟁에는 하나같이 성과가 없는 상태"라며 "국민의 재테크에 관한 관심과 지식이 높아가는 만큼 노후 대비 자금 마련과 직결되는 퇴직연금 시장 혁신에도 금융당국이 관심을 두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