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석탄 발전소 짓고 국내선 탈석탄?··· 현대건설 '이중성' 뭇매

英 파이낸셜타임스에 'IRONIC' 조롱 전면 광고 싣기도

2021-07-23     김병호 기자

현대건설이 23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며 '탈석탄'을 선언을 한 가운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베트남 신규 석탄 발전 사업은 그대로 추진한다고 밝혀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날 영국 언론 파이낸셜 타임스(FT)에는 현대건설을 겨냥한 전면 광고가 실렸다. 

호주 환경단체 마켓포시스가 기획한 이번 광고는 베트남에 지어질 1200MW 규모 신규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현대건설의 참여 철회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발전소는 베트남 중부 꽝빈성에 들어설 꽝짝 1호기다. 현대건설은 일본 미쓰비시, 베트남 1 건설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사업을 수주했다.

광고는 석탄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장면을 묘사한다. 그러면서 기후를 생각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는 현대가 여전히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아이러니(IRONIC, 모순적)'라고 꼬집는다. 현대자동차의 대표적인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IONIQ)'을 비꼰 것이다. 현대차는 현대건설의 최대주주다.

마켓포시스는 광고에서 "현대가 더러운 석탄발전소를 지으면서 지속가능성을 내세울 수는 없다"며 "현대차와 현대건설은 석탄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진심으로 기후를 고려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삽도 뜨지 않은 꽝짝 1호기 건설사로 참여하면서 어떻게 탈석탄 정책을 발표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켓포시스와 함께 전날 해당 사실을 전달받은 국내 환경단체들도 탈석탄 선언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현대건설은 앞에서는 ESG 경영 방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뒤에서는 베트남 석탄 발전 사업을 수주하는 이중성을 보여왔다"며 :이번 탈석탄 선언이 최근 불거진 꽝짝 1호기 논란에 따른 면피성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려면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변호사는 "현대건설의 탈석탄 선언은 기시감이 든다"며 한국 정부가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추진하던 해외 석탄 사업에 공적 금융 제공을 결정한 뒤에야 탈석탄을 공표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국제사회가 한국의 탈석탄 선언에 진정성이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며 "현대차와 현대건설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도 "석탄발전은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국가간 신뢰를 깨버릴 수 없다는 말 한마디로 정당화할 수 없는 성격의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 여름만 해도 기후 재난으로 전세계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지 않다"며 "이번 결정으로 현대건설은 사람들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이날 탈 석탄을 선언했다. 현대건설은 이날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탈 석탄 선언 이해관계자 서신'을 수록하며 향후 국내외 석탄 관련 투자, 시공 사업 신규 참여를 전면 배제하겠다는 내용을 공식화 했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