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너무 빨리 녹아 위험" 경고에도...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산악인들 반대에 부딪혀 이전 보류

베이스캠프 근방 빙하 매년 1m씩 얇아지고 갈라진 틈 많아져... 셰르파들 "조치 비현실적이고 대안도 없다" 반대 목소리

2023-05-30     곽지우 기자

세계최고봉이자 관광 명소인 에베레스트의 베이스캐프를 더 낮고 안전한 지역으로 옮기고자 하는 정부 계획이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가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아래 지역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세르파들의 반대에 부딪혀 보류됐다고 지난 29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보도했다.

EBC는 세계에서 높은 빙하인 쿰부 빙하의 꼭대기 해발 5364m에 위치해 봄 등반 시즌에 최대 1500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다. 

네팔 정부는 사가르마타 오염방지위원회(SPCC)의 권고에 따라 지난해 6월 EBC를 더 아래에 위치한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에베레스트 만년설이 녹으며 EBC가 자리하고 있는 쿰부 빙하가 녹아 빠르게 얇아지며 위험을 초래하기에 200~400m 밑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쿰부 빙하는 기후 변화 여파로 다른 빙하들과 같이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으며 등반가들 또한 베이스캠프에서 잠자는 동안 생겨나는 빙하 사이의 깊게 갈라진 틈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이미 지난 2018년 영국 리즈 대학교 연구진은 쿰부 빙하에서 물 950만㎥ 분량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으며 EBC가 위치한 곳 근처의 빙하는 매년 1m씩 얇아지고 있다고 발표하는 등 위험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는 지나친 관광객 및 등산객 등의 방문과 기후변화, 그리고 쿰부 빙하의 빠른 유실 속도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 산악인들의 정상 정복 관문이었던 쿰부 빙하에 최근 일반 상업 등반이 크게 늘며 이로 인해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 네팔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방문객들에 의해 매일 4000리터의 소변이 배출되며 요리 및 난방 등을 위해 사용하는 연료 등이 해빙을 더 가속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는 것은 에베레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초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지에 실린 데이비드 라운스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 연구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리협약에서 설정한 1.5℃ 선을 유지한다 해도 2100년까지 전 세계 빙하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도 2100년까지 49%가 녹아내리고 최악의 시나리오인 4℃ 현실화의 경우 전 세계 빙하의 83%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치에 대해 셰르파들과 산악인들은 '비현실적이고 대체 가능한 장소 또한 없다'며 95%가 반대 입장을 표했다. 

셰르파들은 현재 베이스캠프가 쿰부 빙하를 통해 아침 일찍 등정을 시작하기에 적합하며 아래에서 출발하면 정상 도전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앙 노르부 네팔 국립 산악 가이드 협회장은 "EBC는 그곳에 70년간 존재했으며 옮길 이유도, 옮길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