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는 해양오염...주요배출국이 책임져야" 태평양 9개국, 해양법재판소에 소송 제기

2023-09-13     곽지우 기자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이 선진국들을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한다.

해수면 상승과 잦은 폭풍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보고 있는 태평양 작은 섬나라들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자문을 구했다고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태평양 섬나라들은 지난 2021년 기후변화와 국제법에 관한 작은 섬나라 위원회(COSIS)를 결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더 강력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규제를 국제사회에 요구해왔다.

투발루, 바하마 등으로 구성된 기후변화와 국제법에 관한 작은 섬나라 위원회(COSIS)는 해양에 흡수되는 온실가스 배출과 이로 인한 해수면 상승, 수온 증가, 산성화 등을 해양오염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독일 함부르크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청문회가 열리고 있는 것.

UN은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해양법 협약을 제정해 해양 오염을 예방하고 줄이기 위한 의무를 각국에 부여한 바 있으나, 온실가스 배출이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이어지는 영향은 포함되어있지 않다.

이번 소송에서 COSIS 측 주장대로 탄소가 해양환경 오염으로 인정될 경우 각국은 탄소배출로 인한 해양 오염에 책임을 지게 된다. 감축 목표는 설정했지만 각국의 자체적인 계획에 의존했던 파리 협약보다 한층 더 강화된 감축 조치가 될 전망이다.

개스톤 브라운 앤티가 바부다 총리는 청문회에서 "이제는 말 뿐인 약속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항에 대해 이야기할 때"라고 말했다.

바다는 지구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1 가량을 흡수하는 주요 흡수자원이며 탄소 배출로 인한 열도 대부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탄소를 흡수하는 바다의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전망이다. 

바다는 밀도 차이로 인해 차갑고 염도가 높은 물이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따뜻하고 염도가 낮은 물이 표층수가 되어 그 자리를 채우는 대규모 해양순환으로 열을 분산해왔다.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는 등 담수가 대규모로 유입돼 이러한 해양순환이 방해를 받고 있다. 낮아진 염도로 인해 순환이 약해지고, 표층에 자리잡은 담수가 탄소흡수를 막아 흡수 용량이 낮아진다.

바다의 탄소 흡수 저하는 또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쿠세아 나타노 투발루 총리는 이날 청문회에서 "해수면의 빠른 상승으로 국토가 바다 아래로 가라앉을 위험에 처했고, 매년 잦아지고 강해지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국민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투발루 근처 해수면은 지난 1970년대부터 매년 4mm정도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세계 평균의 두배에 달한다. 현재 추세로는 오는 2050년경 투발루는 수도를 포함한 국토의 절반이 물에 잠길 전망이다.

페이암 아카반 COSIS 수석변호사는 "온실가스를 대기중으로 내보내는 것과 바다로 내보내는 것은 다르지 않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요국들의 행동을 바꾸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청문회는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며 국제해양법재판소의 판단은 내년 초 나올 예정이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