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한국 축구 살리려면 협회·감독·선수 등 인적 쇄신해야

2024-02-15     김병호 기자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국 축구가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FIFA 랭킹 87위인 요르단에게 2-0 충격패를 당했는데 그 이유가 선수들 간의 불화였다고 한다. 감독은 지도력도 전술도 없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요르단과의 결전을 앞두고 저녁 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저녁 식사는 단순히 밥만 먹는 게 아니라 내일 있을 경기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승리를 다짐하는 자리로 매우 중요하다.

주장 손흥민 선수 등이 밥을 먹고 있는데 이강인 등 어린 선수 몇 명이 밥을 일찍 먹고 탁구 친다며 일어났다. 이에 손흥민이 중요한 시간에 무슨 탁구를 치느냐며 한마디 했다. 주장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순간 이강인이 화를 내며 대들었고,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다. 이강인은 주먹을 날렸고 손흥민이 피했다. 두 사람을 떼어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

이강인의 주먹질을 보고 화가 난 선수 몇 명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몰려가 이강인을 요르단전에 출전시키지 말라고 요구했으나 클린스만은 이들의 요구를 듣지 않았다. 이강인을 출전시켰다.

한국 팀은 경기 시작부터 요르단에게 끌려다녔다. 손흥민은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대표팀 모두가 지지부진했다. 슛도 한 번 제대로 날려보지 못했다. 좀비 축구를 하다 2-0으로 패했다. 

이후 손흥민은 자신이 대표팀으로 더 뛰어야 할지, 클린스만 감독이 자기를 국가 대표로 써먹을지도 모르겠다는 이해하기 힘든 말을 했다. 축구팬들은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성토했다.

이때까지 만해도 이강인이 주먹을 날리고,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친 것을 아무도 몰랐다. 패배의 원인이 내분인 줄도 몰랐다. 그냥 손가락에 흰 붕대를 감은 것으로 생각했다. 감독의 전략이 없었고, 선수들이 못 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영국의 ‘더선’이 손흥민과 이강인이 식사 도중 다툼이 있었고, 손흥민이 다쳤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강인은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형들에게 더 잘하겠다고 사과했고, 축구협회는 이들의 다툼을 신속하게 인정했다. 협회는 15일(오늘) 클린스만 감독의 신임 문제를 논의한다. 해고될 가능성이 크다.

이유가 뭐든 이강인이 팀 주장의 말을 어기고 탁구를 친 것과, 주장에게 주먹을 날린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강인이 SNS에 사과했지만,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주장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을 엄벌해야 하고, 다시는 국가 대표로 기용해선 안 된다.

축구는 모든 선수가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한 데 이번 국가대표팀은 분열됐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축구 선수들 간에도 해외파와 국내파 간 갈등이 있다고 한다. 연습할 때 보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때는 전술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선수 관리도 못 한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이 정도면 정몽규 회장이 아무리 신임한다고 하더라도 오래 버티기는 어렵다.

한국 축구는 이제 새로 태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인적 쇄신이 절실하다. 협회뿐 아니라 감독, 결전 전날 주먹을 휘두른 선수 등은 엄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이 꼴로는 국제무대에서 망신만 당하고, 국내에서는 축구 열기도 식는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