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기후변화 위험, 알고도 숨겼다" 美 시카고, 화석연료 기업 상대 기후소송 제기

2024-02-22     곽지우 기자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시가 화석연료 기업들을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했다.

시카고 시가 화석연료 회사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오래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자사 제품이 기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의도적으로 숨겨 대중을 현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21일(현지시간) 가디언이 전했다.

이번 소송은 BP,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필립스66, 셸 등 거대 석유회사를 상대로 제기됐다. 시카고 시는 이들과 협력해 기후 관련 가짜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미국석유연구소에 대한 소송도 함께 진행한다.

미국에서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한 정부의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선 2017년 첫 소송 이후 8개 주, 30여 개의 지자체가 '소비자와 투자자로부터 위험성을 숨겼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은 2021년 엑손모빌, 셸, BP 등 석유회사들을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한 뉴욕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기후소송이다.

브랜든 존슨 시장은 "책임 없는 정의는 없다"며 "지난해 발생한 홍수, 폭염, 대기오염 등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소송을 주도하는 로펌 셔 에들링은 사기, 방해 행위를 포함한 범죄 행위에 대한 공모 등 10가지 혐의를 고소장에 포함시켰다.

시카고는 지난해 발생한 ▲해안선 침식을 비롯해 ▲잦은 홍수 ▲여름철 발생한 폭염 ▲겨울철 극심한 한파 등이 일어난 책임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킨 화석연료 기업들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시카고는 이상기후로 연일 피해를 입고 있다. 작년 4월에는 28.5도를 기록해 136년 만에 4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으며 개화시기가 아님에도 봄꽃이 피어났다.

그러나 고작 나흘 뒤에는 영하 1.7도를 기록하며 폭설까지 내리며 예측 불가능한 날씨를 보였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시카고 도심 지반이 변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도심인 루프 지역 아래의 땅이 공원 아래보다 최대 10도까지 높아 토양이 팽창하고 건물 토대가 내려앉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번 소송에 대해 라이언 마이스 미국석유연구소 수석부소장은 "화석연료 산업은 저렴하고 믿을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면서도 배출량을 줄였다"며 이번 소송이 "근거가 없고 정치화된 소송이자 자원 낭비"라고 비판했다.

마이스 부소장은 "기후정책은 법원이 아닌 의회에서 토론하고 결정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셸과 필립스 66 등 석유업체 대변인들은 "회사는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에너지와 기후 해법은 법정 밖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소송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기후청렴센터 리처드 와일스 회장은 "석유기업들은 수십 년간 소비자들을 상대로 자사 제품으로 인한 기후 위험을 숨겨왔다"며 "이제는 자신들에 의한 피해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