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일주일째 진화율 15% 그쳐"...미국 텍사스 산불, 기후변화로 고온건조한 날씨로 악화

텍사스 주 이상기온에 화재 맞물리며 미국 역사상 2위 규모 산불로 이어져 예년보다 이르고 규모 큰 산불...원인으로 기후변화 지목

2024-03-04     곽지우 기자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국 텍사스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됐다.

텍사스 산림청은 미국 텍사스주 서북부 팬핸들 지역에서 시작된 '스모크하우스 크리크' 산불이 텍사스주 경계를 넘어 동북쪽의 오클라호마주까지 번져 4400㎢ 넘게 태웠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선 2월 26일(현지시간) 시작된 이번 산불은 텍사스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산불로 기록됐다.

이번 산불로 불에 탄 면적은 서울의 7배에 달한다. 종전 최다 규모의 화재는 2006년 이스트 아마릴로 복합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3630㎢가 불에 타고 13명이 사망했다.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이번 산불은 온도 상승에 따라 발생한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진화율은 15%에 그치며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강풍과 따뜻한 기온, 낮은 습도 등 산불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라며 미 중부의 여러 주에 화재 위험 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이어 국립기상청은 지난달 29일 눈과 비가 내리며 산불 일부 진화에 도움이 됐지만 기상 조건상 언제 산불이 완전 진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처칠 국립기상청 공보관은 "기존의 산불 외에도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에 강풍이 불고 있어서 어디에서든 전기 스파크 한 번이면 당장 더 큰 산불이 발생해 번져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으나 이번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은 예년보다 고온 건조한 날씨라는 과학자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는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전력난을 겪기도 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비교적 빠른 지역이다. 2021년 텍사스 주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1975년 이후 주 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34도 올랐다. 50여년간 1.6도에 달하는 기온 상승이다.

산불이 처음 발생한 날 팬핸들 지역의 최고 기온은 27.8도로 평년 기온인 12.2도를 크게 웃돌며 발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마이크 플래니건 앨버타 대학 교수는 "높은 기온은 기후 변화로 인해 산불이 발생하는 가장 명확한 원인"이라며 "열이 식물의 수분을 빨아들여 건조해질수록 화재가 쉽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주는 주로 3월과 5월 사이 산불이 잦은 편인데 이번 산불은 이보다 이른 2월에 발생했다. 루크 칸클레르츠 텍사스A&M 산림청 화재분석가는 "작년 초 텍사스 팬핸들 지역에는 평상시 강수량의 3~4배에 이르는 비가 쏟아졌다”며 “초목들이 평소보다 무성하게 자랐는데 평년 대비 건조했던 겨울 날씨로 메말라 화재 위험성을 극도로 높였다”고 말했다.

기온 상승에 따라 잦아진 화재는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의 산불을 비롯해 스페인, 캐나다, 아마존, 호주 등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캐나다, 영국 등 연구진이 기온과 풍속, 습도, 강수량을 통해 산불위험을 측정하는 화재기상지수(FWI)를 분석해 기후위기에 따라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이 최소 두배 이상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존 닐슨 개먼 텍사스A&M대학 교수는 "고온으로 인한 강한 바람, 건조한 날씨로 산불이 나기 쉬운 날씨가 돼 산불이 급격히 확산된 것"이라며 "최근 텍사스 주의 봄과 여름이 고온건조해 산불 위험이 높다"며 기후 변화와의 관련성을 설명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