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노키즈존’ 방지법은 육아 부모에게 큰 지원군

2024-03-27     김병호 기자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는 말이 있다. 식당, 카페 등 상업시설 또는 특정 시설에 말 그대로 어린아이들이 들어올 수 없다는 뜻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기도 하고 불쾌한 일이다.

마침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미래’라는 정당이 노키즈존 방지법 입법을 제안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다는 취지라고 한다. 찬반 논란이 있겠지만 아이디어는 신선하고 환영받을 만하다.

노키즈존은 대표적인 게 카페, 식당, 공연장, 박물관, 도서관 등인데 모처럼 아이들과 나들이 나섰던 엄마나 아빠가 이들 업소에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입장을 못 한다면 기분이 어떻겠나. 하루 일정을 망치는 것이다.

노키즈존이 논란이 되자 한 업소에서 이를 역 이용해 ‘예스키즈존’(Yes Kids Zone) 입간판을 식당 앞에 내걸고, 아이를 동반한 손님을 맞이하기도 한다. 아이를 데리고 온 손님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사업주는 왜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할까. 한 사업주는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때문이라고 한다. 법원은 지난 2013년 “매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책임이 업주에 있다”고 판결했는데 이때부터 노키즈존이 하나씩 생겼다고 한다.

한국의 노키즈존은 저출산의 한 원인이기도 한데 외국 언론도 관심을 보일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초 한국에는 노키즈존이 500여곳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는데 지금은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업주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사고가 걱정될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아이들이 식당이나 카페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뛰어다녀서 분위기를 망치고 이로 인해 손님이 떨어진다는 게 큰 이유라고 한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하면 손님이 줄고,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아이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이들이 뛰고 떠들고 소란 떠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어른이 될 때까지 나이에 맞는 성장단계가 있고, 연령별 행동 특성이 있는데 이를 무시해선 안 된다.

물론 아이를 데리고 와서 아이가 뛰건 말건 내버려 두는 부모가 있다는 것도 문제다. 아이가 귀엽다는 이유로 식당 카페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고 소란을 피워도 그냥 두는 부모가 있는데 이런 부모는 아이를 잘 지도해야 한다.

최근에는 노키즈존이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으로 번졌다고 한다. 노시니어존은 나이든 사람의 출입을 금하는 것을 말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늙었다고 출입을 금지하면 이 역시 차별이고 사회적 문제다.

분위기 있는 식당이나 카페 등 젊은이들이 주 고객인 업소에서 노시니어존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늙은 것도 서러운데 출입을 금하는 곳까지 생긴다니 노인들은 서글픈 마음이 들 것이다.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은 나이에 따른 차별인데 자칫 사상, 학교, 빈부, 거주지역, 직업 등을 차별하는 단어가 생길 수도 있다. 사회가 양극화되고, 개인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이곳저곳에서 단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다.

식당이나 카페, 공연장, 박물관, 전시회 등 어디든지 좀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아이와 부모, 노인들이 기분 좋게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건전한 사회다. 이런 사회가 살맛 나는 사회, 함께 살아가는 사회, 행복한 나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