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가을이 꿀벌을 위협한다"...꿀벌 노동시간 증가하며 개체 수 급감으로 이어져

겨울철 온화한 날 많아지며 꿀 채취하기 위한 비행시간 늘어나 이듬해 봄 생존율 저하

2024-03-27     곽지우 기자

꿀벌의 개체 수 급감의 직접적 원인으로 길어진 가을이 지목되었다.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개체 수 변화의 상관관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해 관련 내용을 26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가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꿀벌의 활동량도 증가,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꿀벌은 공 모양으로 한데 모여 추운 겨울을 버티다 적정한 온도가 갖춰지면 꿀을 채취하러 벌집을 나선다. 

월동 기간의 꿀벌은 다른 동물과 달리 동면하지 않고 집단생활을 이어간다. 이때 벌집 내에서는 생존을 위해 개체 수 조절, 유충의 성장을 위한 활동이 진행된다. 

그만큼 꿀벌에게는 가을철 월동준비가 중요하다. 충분한 꿀이나 사양액을 확보해야 하고 여왕벌의 산란, 어린 개체의 성장 등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영상 10도를 넘는 따뜻한 가을이 이어지며 꿀벌의 노동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꿀벌의 노동시간 증가는 수명과도 직결된다. 급격한 온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벌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죽거나 벌집으로 돌아오더라도 겨우내 죽을 확률이 높다.

이는 다시 일벌 감소, 유충의 성장 조건 불충분으로 이어진다. 겨울을 지나 새로 태어나는 꿀벌보다 버티지 못하는 개체 수가 늘어나며 최종적으로 군집 붕괴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온난화가 가속화되며 이같은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1% 이상이 꿀벌의 도움을 받아 수분을 한다. 

이처럼 식량 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꿀벌 개체 수가 줄어들면 많은 식물이 번식할 수 없어 최종적으로는 식량 안보에도 경고등이 들어온다.

커티 라자고팔란 교수는 "가을이 길어지며 꿀벌의 노동량이 늘어나 봄까지의 생존율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재와 같은 수준의 기후변화를 가정해 오는 2050년과 2100년까지의 워싱턴 주 벌집의 꿀벌 개체 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통상 2만마리에서 2만5000마리가 서식하는 벌집의 꿀벌 개체 수가 2050년 경에는 9000만 마리 이하로 추정되었다. 더불어 2100년에는 5000만 마리 이하로까지 줄어들며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추운 겨울을 나는 꿀벌이 기후변화를 더 잘 견디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워싱턴 주 북부 산악지대에 위치한 오막 지역의 벌집의 개체 수는 리치랜드 지역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이에 연구진은 겨울 동안 꿀벌을 벌집으로 유도한 후 냉장 보관하는 방법을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연구진들의 시뮬레이션에서 냉장 보관을 대안으로 적용할 경우 2100년 벌집 내 개체 수는 1만5000마리 선을 유지했다.

한편 이번 논문 작성에 참여한 데그란디 호프만 박사는 "기후조건만으로 개체 감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시뮬레이션을 통해 밝혀졌다"며 우려를 표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