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와 약속, 교언영색(巧言令色)이 아니길
[데스크 칼럼]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와 약속, 교언영색(巧言令色)이 아니길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20.05.07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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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영 경제산업 부장
전수영 경제산업 부장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편법 동원 논란과 노조 설립을 전략적으로 방해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그토록 지적했을 때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던 이 부회장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대국민 사과를 권고한 지 얼마 안 돼서 국민 앞에 선 것이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온갖 구설수와 의혹으로 점철돼 왔다. 시작은 1996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 부회장에게 편법으로 증여한 사건부터다.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낮은 가격에 주주 우선으로 발행했는데 기존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배당됐다. 이를 놓고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들과 심지어 이건희 회장까지 배임 혐의로 기소가 되기도 했다. 최종 무죄로 선고됐지만, 삼성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크게 달아올랐다.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이 갖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것에 대한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계속됐다. 이 부회장이 승계를 완료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도 이 같은 편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추측한다. 

이 부회장의 사과가 진심일 것이라고 믿어야겠지만, 그리 쉽지 않은 것은 아마도 이 같은 선례가 있었고, 승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부회장이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사과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를 탓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고집스러울 만큼 고수했던 '무노조경영'을 포기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 역시 노림수가 있을 것이란 의구심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노조 결성 단계부터 이를 와해시키기 위해 교묘하게 방해했던 삼성이 과연 순순히 노동권을 인정하겠다는 사실 자체가 뜨악하다. 이렇게 쉽게 인정할 것을 왜 그토록 반대를 했을까.

그래도 이 부회장의 사과와 약속을 그대로 믿어보고 싶다. 자의든 타의든 일단 말을 뱉은 이상 이를 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재판을 유리하게 끝내고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저버릴 수도 있겠지만, 더 큰 후폭풍이 있을 것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부회장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이 부회장은 분명 파격적인 약속을 내놨다. 이제는 그가 얼마나 약속을 잘 이행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한다. ‘가장 돈 잘 버는 삼성’에서 ‘법 잘 지키는 삼성’이 될 수 있도록 격려와 채찍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삼성이 그동안 불법과 편법 의혹 속에서도 건재했던 것은 권력자들의 비호도 한몫했다고 판단된다.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의 대기업 총수들이 법정과 국정감사에 선 배경에는 권력과의 결탁 때문이었다. 따라서 삼성은 변하려고 하는데 주변의 권력들이 이를 막는다면 그들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권력을 내세워 기업을 자신들과 공동체로 만들었던 이들이 다시는 설치지 못하도록 모두가 감시해야 할 것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대국민 사과가 재판 결과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국민의 환기 위해 교언영색(巧言令色)이 아니길 빌며, 준법경영 약속이 시금석이 돼 다른 기업들의 금도가 돼 기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사라졌으면 한다. 아울러 한 줌의 권력으로 기업을 좌지우지하려는 이들도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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