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항공산업 몰락, 정치권은 왜 아무 말이 없나
[데스크 칼럼] 항공산업 몰락, 정치권은 왜 아무 말이 없나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20.06.29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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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영 경제산업부장.
전수영 경제산업부장.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각종 이유가 있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전 세계 항공길이 거의 다 막힌 상태에서 항공업계가 살아갈 길이 막막한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항공업계가 모두 발전할 수 있었을까?

1988년 이전까지 우리나라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했다. 하지만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며 복수의 대형항공사(FSC) 체제가 됐다. 이후 여행 자유화가 이뤄지며 항공산업은 급속히 커졌다. 그때야말로 항공산업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였다. 해외여행 수요도 늘었지만, 국내여행에 수요도 확대되면서 2003년 충청항공이 설립되며, 저비용항공사(LCC) 시대를 열었다. 이후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에 이어 플라이강원까지 국내 지방 거점공항을 중심으로 운항에 돌입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국내노선에 이어 중장거리 노선까지 확장하며 시장을 키웠지만, 사실은 그때부터 무한경쟁을 해야만 했다. 성수기에는 항공 수요가 급증했지만, 비수기에는 가격을 내리며 승객 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꽤 오래전부터 항공업계 내에서는 '공멸'이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해외노선에서 번 돈을 국내노선에서 까먹는다는 말이 돌았다. 그렇다고 해외노선을 무한대로 늘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구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LCC는 정치권이 만든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비행시간과 인구수를 고려하면 LCC가 지금처럼 많을 필요가 없지만 이미 표를 얻기 위해 정치인들과 지자체장들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항이 설립되면서 그 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LCC들도 생겨났다. 청주·무안·양양공항은 수요를 감안하면 그다지 재미가 없는 공항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가장 긴 노선은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다. 거리는 550km를 조금 넘는다. 비행시간은 한 시간가량 소요된다. 열차나 승용차로 가는 것보다 분명 빠르지만, 그 수요가 얼마나 될지 제대로 자세히 예측했는지 궁금하다. 미국이나 캐나다, 러시아처럼 시간변경선을 지날 만큼 넓은 영토의 국가는 국내노선이 웬만한 해외노선 만큼 거리가 멀다. 당연히 차로 가는 것보다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너무 좁다.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았음에도 정부는 계속해서 신규 항공사에게 면허를 발급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항공업계를 향해 정부는 기간산업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만 할 뿐이다. 물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닐지 모른다. 그럼 애초에 공항 설립을 열심히 외쳤던 정치권은 왜 아무도 책임을 안 지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자신들은 그때 국회의원, 지자체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인가?

현재 회사가 팔려야만 생존할 수 있는 항공사들은 하루하루가 애가 탄다. 사실 합병이 된다고 해도 구성원 모두와 함께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생존을 앗아간 이들은 해결책은 고사하고 우선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핑계를 대기에는 우후죽순 LCC 업계의 확대는 시작부터 '비극'이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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