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손정의와 손마사요시
[데스크 칼럼] 손정의와 손마사요시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20.09.15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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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영 경제산업부장
전수영 경제산업부장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매각한다는 기사가 대서특필됐다. 향후 반도체 시장의 지형이 바뀔 정도의 계약이니 결과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에 대한 표기법이다. 언론 대부분이 손정의라고 썼다. 일부 언론에서는 손정의와 '손마사요시'를 병기했다. 손 회장은 일본 국적의 교포 3세다. 엄연한 일본인이다. 그렇다면 손마사요시(손정의·孫正義)라고 쓰는 게 맞다.

국어 표기법은 외국인의 인명과 외국의 지명은 현지 발음에 맞춰 쓰라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수도를 표기할 때는 베이징으로 쓰고 괄호 안에 北京이라고 쓰는 것이 옳은 용례다. 같은 방식으로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도 워싱턴이라고 쓰고 괄호안에 Washington, D.C.라고 써야 한다. 중국의 주석이었던 마오쩌둥도 발음대로 쓰고 괄호 안에 毛澤東이라고 써야 한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도 많은 언론이 이상하리만치 표기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대다수 언론이 그를 '손마사요시'가 아닌 '손정의'로 썼다.

경술국치 이후 우리나라 이름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일본 이름으로 창씨개명 하고 일본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던 이들에게 우리는 '매국노'라고 부르며 비분강개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다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미국 국적을 택한 '유승준'에게 많은 이가 '스티븐 유'로 부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아님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란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손 회장에게는 참으로 너그럽다. 왜 그럴까? 그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소유하고 있어서? 그가 한국 기업에도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어서? 그것도 아니라면 여전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일까? 이런 이유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세계화 시대에 굳이 국적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인물에 대한 표기는 정확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일본인이 왜 한국인들은 손마사요시를 마치 자신의 나라 사람인 것처럼 손정의라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질문을 던진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언론은 적확하고 정확한 표현을 쓰는 것이 사명이자 임무다. 몇 년 전부터 방송이나 뉴스에서 자주 보이는 표현이 '콜라보'다. '협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줄여 쓰는데 이마저도 틀렸다. 맞는 표기는 컬래버레이션이니 굳이 줄여 쓴다면 '컬래버'가 맞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월 상품을 싸게 파는 곳을 흔히들 '아울렛'이라 부른다. 상호명 자체가 '~아울렛'이라면 고유명사니 상관없겠지만 업종을 뜻한다면 '아웃렛'으로 써야 한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도 아웃렛이 맞는 표기법이라고 나와 있다.

우리의 아름다운 말들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옛것을 지키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맞춤법과 표기법에 맞는 표기를 하는 것은 지켜야 할 약속이다. 이런 이유로 소프트뱅크 회장 이름으 올바른 표기는 손정의가 아닌 손마사요시로 쓰고 괄호 안에 손정의라고 쓰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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