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경제연구원의 도를 넘은 아전인수
[데스크 칼럼] 한국경제연구원의 도를 넘은 아전인수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20.11.26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수영 경제산업부장
전수영 경제산업부장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또다시 창궐하고 있다. 하루에 300명이 넘는 이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 앞서 두 차례 확산을 경험했지만 이번 재확산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파급력이 높고 빠르다. 이로 인해 실물경제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모양새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도 이래저래 힘겨워하고 있다. 딱히 묘수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 간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니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사회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전국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BSI) 조사 결과 12월 BSI 전망치는 98.9로 기준인 100을 밑돌았다. 기업들이 바라본 12월 경기전망은 부정적이다. BSI가 100보다 낮을 경우 경기전망이 부정적이고 100보다 높을 경우 긍정적으로 본다.

그런데 이를 놓고 한경연의 해석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한경연이 낸 보도자료를 들여다보면 지난 11월 BSI 전망치는 99.5였으며 12월 전망치는 98.9다. 이는 2018년 11월 전망치 90.4, 12월 전망치 88.8보다 높고 2019년 11월 92.7, 12월 90.0을 상회한다. 2018년과 2019년 11월, 12월에는 경기가 침체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대혼란은 없었다. 코로나19로 올해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데 2018년, 2019년보다 오히려 기준에 더 가까워졌다. 왜일까? 해답은 바로 BSI는 정량적 평가가 아닌 정성적 평가이기 때문이다. 막연히 다음 달 경기전망을 숫자로 써내면 그만인 것이다. 어떤 근거와 자료에 근거를 두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어떤 기업이 "저희 사업 잘 되고 있습니다"라고 하겠는가. 거의 없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한경연 관계자는 "BSI 전망치는 전월과 비교할 뿐 이전 해와 비교하지는 않는다"는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경제활동은 계절적 요인을 받는다. 이 때문에 실적을 나타낼 때도 전분기, 전월과도 비교하지만 전년 동기, 동월과도 비교를 한다. 같은 계절이란 상황에서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손해를 봤는지 살펴본다. 이점을 모를 리 없음에도 한경연 관계자는 이 같은 대답을 한 것이다.

더욱이 전월과 비교한다면서 보도자료에는 버젓이 1998년 IMF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연평균 전망치와 올해 전망치를 비교하는 그래프를 첨부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적어놨다. 한경연이 기업의 편에서 얘기를 해왔던 것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미 정성적인 평가로 시작된 통계이기 때문에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더욱 안 된다. 이 같은 지적에 한경연 내부에서는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믿기 힘들다. 40년 동안 해왔던 것을 뜯어고치기는 어려울 것이고 더욱이 정성적인 질문을 정량적으로 바꾼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개선돼 신뢰할 수 있는 통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BSI 통계 자료는 언론을 통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만리재로 14 르네상스타워 1506호
  • 대표전화 : 02-586-8600
  • 팩스 : 02-582-8200
  • 편집국 : 02-586-8600
  • 광고마케팅국 : 02-586-860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남현
  • 법인명 : (주)데일리경제뉴스
  • 제호 : 데일리e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5140
  • 등록일 : 2018-04-25
  • 발행일 : 2018-05-01
  • 대표이사/발행인 : 김병호
  • 편집인 : 정수성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김병호 02--586-8600 dailyenews@naver.com
  • 데일리e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데일리e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e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