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How Long이 아닌 How Well을 위한 문화(2)
[기고] How Long이 아닌 How Well을 위한 문화(2)
  • 장정애 미라클엣지 컨설팅 대표 webmaster@dailyenews.co.kr
  • 승인 2019.01.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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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문화와 한국학 연구 및 계승, 창조’를 위해 1978년 교육부 산하로 설립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은 1950년 하와이주립대학에서 한국학 강좌가 개설된 28년 후, 그리고 1972년 그곳에 한국학 센터가 인가된 6년 후에 한국에 설립된 것이고, 2005년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명칭이 바뀌며 ‘한국문화의 본질을 연구하여 새로운 창조의 기반으로 삼고 주체적 역사관과 건전한 가치관을 세우며 미래 한국의 좌표와 그 기본원리를 탐구하여 국민정신교육을 체계적으로 계발 진흥하고 민족문화를 창달’하겠다 하였다.

◆문화는 자생하는 것? vs. 교육이 가능한 것? 

한국문화의 미래 지향을 위한 전통문화 연구 및 계승에서 출발하여 창조를 모색하는 1세대 한국문화 연구에서, 한국문화의 본질에서 주체적 역사관과 건전한 가치관을 찾는 것에서 출발하여 국민정신교육을 체계적으로 계발 진흥하겠다는 2세대 한국학 연구는 문화가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시간에 따라 축적되는 무형적 실체라는 유보적 입장에서 국민정신교육을 체계적으로 계발시키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홈페이지)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홈페이지)

필자가 대학원 다닐 때 주한미군 대상 TV 채널인 AFKN의 24시간 방영을 앞두고 찬반이 분분한 때라 의견을 수집하는 차원에서 기고를 모으고 있다고 의견을 써달라 부탁 받고 ‘문화란 교육한다고 혹은 외국문화를 걸러내거나 막는다고 전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AFKN이 주야로 방송되는 것을 거북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체에 걸러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적 소양을 갖추어야 하겠다는 취지로 썼지만 그 후에 ‘미국문화를 찬양하는 서양 사대주의냐’며 친구의 실망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때는 부산에서 위성 안테나를 달고 일본 방송을 시청한다며 청년문화가 일본문화에 경도되고 있다고 걱정하던 때였기에 그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문화상대주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각 나라의 문화는 나쁜 인습이나 악습이 아니면 전통과 함께 존중해야 하고 문화 자체도 민족간 자연스러운 계승이거나 타민족간 자연스러운 전파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변함이 없다. 시대에 따라 현대인의 인식에 전통문화 중 변화해야 할 인습이나 악습으로 비춰지면 인위적인 변화를 모색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동시에 갖고 있다.

▲불평등한 인습이나 관습은 함께 고민하며 변화시켜야 할 대상

타문화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질적인 문화 가운데 일부다처제, 이혼제도, 명예살인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요르단, 이집트, 시리아, 예멘 등에서 순결주의를 표방한 가족살인이 자행되는 사건이 요르단에서만 매년 수십 건 신문에 보도 되고 강간을 당했어도 부모가 있는 집보다 부모의 힘이 미치지 않는 감옥이 안전하다고 감옥을 보호 장소로 여긴다 한다. 가난한 지역의 교육을 덜 받은 무슬림일수록 명예살인을 더 많이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고도 하는데 이에 요르단은 1999년 명예살인 제도를 없애기 위해 국가 위원회를 설립해 15만 4천 명이 4개월 동안 법 개정을 위해 서명 운동에 참여했으나 하원은 ‘명예는 아랍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고 여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법 개정을 반대했다.

20세기 마지막 해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이 되었고 이로 인한 폐해는 가족 구성원들이 여성을 함부로 살해하고 나서 그것이 명예살인이었다고 주장하는 지경인데 간혹 한국 여성이 무슬림 남자와 결혼하는 경우가 있어 이슬람 율법에 대한 지식이 있는지 우려된다. 가령 90일간 남편이 ‘딸락(talaq, 결혼으로부터 떠남 = 이혼)’이라는 말을 세 번 외치기만 하면 이혼이 성립되는 관습법에 대해 알고 있을지.

인도의 종교는 80% 이상이 흰두교이지만 15% 가까운 인구는 이슬람교이다. 흰두 특유의 상대주의적 세계관은 참이 거짓이고 거짓이 참이 되기도 해서 특정한 상황만을 유일한 것으로 규정하고 그 외의 것은 배제하며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다. 인도에는 카스트 제도가 있어서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사람이 준 물이나 음식은 되도록이면 먹지 않으며 그들과 혼인하지도 않고 만약 그를 어기고 결혼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집안의 보복을 받기도 한다. 이슬람의 “딸락” 이라는 말을 세 번만 외치면 이혼이 성립되는 문화는 2017년 8월 강제 이혼당한 7명의 무슬림 여성이 소송을 제기한 건에서 인도 대법원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저항’은 인류가 숭상하는 정신이다. 하지만 그 정신은 그가 1948년 세상을 떠나기 6년 전에야 인도를 깨웠다. 인도의 젊은이들은 영국이 들여온 근대화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식민지 지배 후 180년 지난 1942년부터 영국에게 떠나라 했으니 카스트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중국과의 거래에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과 기업들이 많은 형편에 인도와의 거래에선 더욱 승률이 낮을 수도 있다. 10년 전 인터넷에서 ‘인도인과 협상하기’란 문서에는 ‘조건을 절대 먼저 제안하지 마라, 중간 조건도 먼저 제안하지 마라.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하며 계약한 뒤 다시 협상하며 가격과 품질 조건을 다시 내자고 한다’고 했다. 속을 다 드러내고 순진하게 계약으로 직진하는 한국인들은 ‘세상에는 법대로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나라가 아직도 많다’는 교훈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피터팬으로 남아있고 싶게 만드는 잔혹한 ‘성인식’

또 하나의 두드러지게 다른 이질적인 문화는 ‘성인식’이다. 14~16세기 아즈텍 제국에서는 17세를 맞이한 소년은 군사훈련 후에 적지에 홀로 보내져 성공적으로 포로를 납치해 오는 것을 성인식으로 치러야 했고 실패하면 성인으로 취급 받지 못했다 한다.

(사진=구글 이미지)
(사진=구글 이미지)

브라질 아마존의 사테레 마우에족 성인식에선 독성을 가진 총알개미가 가득한 장갑을 껴야 한다. 총알개미에게 물리면 불로 지지는 듯한 고통이 24시간 넘게 지속되는 것을 비명을 지르지 않고 견뎌내야 정글에서 맞닥뜨릴 위험을 이길 힘을 기른다고 여긴다. 

파푸아뉴기니에는 악어가 자신의 젊음을 지속시킨다는 믿음으로 60일간에 거쳐 몸에 바늘로 찔러 악어 문신을 그리고 3개월 후엔 치아를 예리한 끌이나 정으로 날카롭게 삼각형 모양을 만들어 고대의 식인 풍습이 있던 성인식을 이어 받는 부족이 있다 한다. 

태평양의 바누아투족 성인식은 20~30m 높이에서 칡넝쿨을 발목에 묶고 뛰어내리는 것인데 문제는 머리가 땅에 가까울수록 용맹을 인정 받아 줄을 길게 늘여 감아 뇌진탕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요즈음의 번지 점프의 원형이라 하겠다.

)사진=구글 이미지)
(사진=구글 이미지)

여성에게는 아프리카, 중동 및 아시아 몇 나라에서 성감대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면도칼로 여성의 음순과 음핵을 제거하고 봉합하는 위험스러운 성인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고 평생 생리, 부부관계, 출산 시에 심한 고통을 감수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자행되는 잔혹한 일로 우선적으로 타파해야 할 ‘적폐’라 하겠다. 

▲성 평등 사회를 위해 UNESCO가 우선순위를 두는 것

UNESCO는 ‘여성이 7억5천만 명 문맹인의 2/3를 차지하고 있고 여성 저널리스트가 남성보다 폭행이나 위협 또는 육체적, 음성적, 디지털 공격을 더 받는다. UNESCO는 모든 성차별에 근거한 차별은 인권침해이며 또한 지속 가능한 발전과 그의 17가지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위한 2030 아젠다 성취에 심각한 장애가 된다고 믿는다. 남녀가 동등한 시민으로서 동등한 기회, 선택, 능력, 힘, 지식을 즐겨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모두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선제 조건은 성 차이에 대해 소년소녀, 남녀에게 지식, 가치, 태도와 기술에 대해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라고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

(사진=UNESCO 홈페이지)
(사진=UNESCO 홈페이지)

UNESCO가 성 평등을 위해 5가지 주요 프로그램으로 기여한다고 밝힌 것을 정리하면: 

1. 교육의 접근성, 콘텐츠, 콘텍스트, 실습, 전달과 평가, 학습 결과, 작업 기회 제공
2. 자연과학에서 여성의 능력에 맞는 강력한 롤 모델 제공
3. 사회인문학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여성의 요구, 기대와 열망에 대해 특히 강조
4. 문화에서 남녀 공히 문화적 삶에 접근, 참여, 기여할 권리를 즐기도록 지도
5. 소통과 정보 프로그램으로 여성과 소녀에게 GSIM(미디어를 위한 성-민감 지표)과 GSOER(성-민감 열린 교육 자료 정책) 개발에 우선권 부여
 

◆소유욕 강해지는 현대인들, 제 2의 얼굴인 이름도 여러 개

지구촌 한 쪽에서는 목숨을 걸고 성인식에 참여해야 하기도 하고 불평등한 남성위주의 사회로 인해 신체에 위해가 가해지기도 하는데 또 한 쪽에서는 어제까지는 남성 혹은 여성이었다가 오늘부터는 다른 성의 사람이 되겠다고 하며 그런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축제도 벌여도 옆에서는 축하를 해줘야 따뜻한 이웃이 될 자격이 된다. 

일제강점기엔 변발이나 일본 이름으로 개명하지 않겠다고 끌려가기도 하고 고문을 당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촌스럽다고 바꾸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업에 맞게 혹은 사업이 잘 되도록 개명을 하고 싶어하고 국가는 그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개인에게 customized 되려는 다변화되는 사회의 일면일 것이다.

▲부를수록 선한 마음이 생기는 인디언식 이름 짓기

아카데미 상 9개 부문을 휩쓸었던 캐빈 코스트너의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에서는 주인공이 ‘주먹 쥐고 일어서’라는 인디언 여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는데 ‘머리에 부는 바람’, ‘많이 웃다’ 등의 이름들이 인상 깊었다. 태어난 년, 월, 일에 의해 운명적 이름을 갖게 되는 인디언식 이름 짓기는 우리나라의 사주팔자와 비슷한 운명적 인생관을 엿보게 한다. 인디언 식 이름 짓기의 년도와 달만 봐도 흥미롭다.

▲‘이름엔 자고로 ‘알’이 있어야 한다는 무슬림식 이름 짓기

예전에 우리나라 코미디 장수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이름이 길어야 장수한다는 점쟁이 말을 듣고 양반집 아들의 이름을 20자도 넘게 길게 지어 그 아들이 물에 빠져 구해야 함에도 주인에게 달려가 긴 이름 서너 번 고하는 동안 아들이 익사하는 내용의 코미디가 있었고 긴 이름으로 뼈대 있는 집안입네 하는 양반 사회에 대한 냉소적 코미디로 시청자로부터 최고의 코미디 중 하나로 사랑 받았다. 

중동의 이름 짓기는 뼈대 있는 집안임을 출처를 밝히려 ‘Bin’과 ‘Al’을 쓰는데 네델란드의 ‘van’이 ‘from’이란 뜻을 가진 것과 비슷하다. 아래의 이름 중 ‘Al’은 어느 가문임을, Bin은 누구의 자식임을 말한다고 한다. 1은 2의 아버지이고 2는 3의 아버지이고 HH는 영어의 ‘His Highness’와 같이 극 존칭 호칭이다. 3이 1의 손자가 되니 풀어보면 ‘막툼 가문의 라쉬드의 아들인 모하메드의 아들인 쉐이크 함단’이 3의 이름으로 유서 깊은 집안과 이름 있는 조상을 내 이름에 밝혀 알리고 있다. 

1.    HH Sheikh Rashid Bin Saeed Al Maktoum
2.    HH Sheikh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
3.    HH Sheikh Hamdan Bin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를 따르던 한국에 개명 바람

사주가 타고난 선천 운이라면 이름은 사주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후천 운이라고 한다. 물론 사주를 믿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작명가들은 좋은 이름이란 좋은 기운을 퍼지게 하여 성공하게 하는 이름이라 하는데 이조 600년간 중국보다 더 유교적 사고를 하게 된 한국은 부모로부터 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듯이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바꾸는 것도 꺼려했는데 2005년 개명 절차가 간소화되자 많은 사람들이 촌스럽거나 놀림감이 되는 이름을 세련된 이름으로 바꾸려 법원에 개명 신청하여 이미 수십 만 명이 개명하기에 이르렀고 가정법원이 아닌 인터넷개명신청도 가능하게 되어 4주~12주면 이름을 바꿀 수 있게 됐다. 

95년 이전에는 허가율이 낮았으나 2007년을 기해 법원의 허가율이 90%가 넘어 한 해 평균 16만 명이나 개명을 신청하는 등 10년 새에 4배나 증가했다 한다. 특별히 악용되는 예가 아닌 경우 법원이 자유롭게 허가 헤줘 2013년엔 프로야구선수도 11명이나 개명했다. 2018년 4월부터는 여권에 적힌 이름도 1회에 한 해 변경 가능하게 되었다. 또 굳이 개명하지 않아도 주변에는 필명이나 영어이름을 갖는 등 이름에 대해 자신의 외모만큼이나 관심을 갖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이름을 지었다 해도 그 이름을 함부로 쓰거나 옳지 않게 쓰면 이름 값도 못하는 경우가 되고 만다. 

◆반달리즘(Vandalism)은 나라 안팎에서 국격 훼손 중

반달리즘은 문화유산이나 예술, 공공시설, 자연경관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로 넓게는 낙서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외관이나 자연 경관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폴란드 남쪽에 살던 반달족이 민족대이동 시 5세기경 북아프리카로 건너가 반달왕국을 세운 후 455년 로마를 침공하며 가는 곳마다 문화 유적 등을 무자비하게 파괴하여 생긴 말이다. 르네상스 이후 이런 인식으로 반달족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었으나 역사가들의 연구로 반달족의 로마 점령 시 약탈이나 파괴가 심하게 자행되지는 않았음에도 1794년 프랑스의 그레구어 주교가 프랑스 혁명 당시 군중들이 가톨릭교회의 건축물과 예술품을 파괴한 행위를 ‘반달리즘’이라 말하며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반달리즘을 TV로 실시간 목격한 것은 2008년 남대문 방화 사건을 통해서였다. 국가에 행정재판을 걸었다가 판결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남대문에 방화한 사건은 ‘문화재’ 이전 ‘문화’ 자체에 대해 개인이 얼마나 몰이해적일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사진=위키트리, 이하 연합뉴스)
(사진=위키트리, 이하 연합뉴스)

요즈음엔 반달리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향도 있다. 작년 10월 ‘인천 맥아더 동상 화형식’이 그것이다. 목사 2명이 3만5천명의 미군들 목숨을 앗아간 6.25전의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을 기념하는 동상에 지른 불이다. 이들은 7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퍼포먼스를 벌였다가 입건돼 검찰에 송치된 상태에서 4m 높이의 동상에 올라 이불을 동상 발 부분에 감싼 뒤 불을 질렀다 한다. 아무리 ‘맥아더에서 트럼프까지 신식민지 체제가 지긋지긋’하다 해도 자신의 재산이 아닌 공공 재산에 방화를 하는 사건에 경찰은 “방화로 인해 동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니 얼마 전까지 시골에서 쓰레기를 태워도 불법이라 교육했던 정부가 방화 자체만은 범법이 아닌 것으로 다시 교육하려는지 의아하다. 

전국 왕릉 경내에서 관람객의 화기 반입이나 불 피우기뿐 아니라 식사도 금지하고 있는 형편이고 1990년부터 공원에서 취사 행위가 금지되면서 국립공원에 쓰레기가 줄고 등산 질서가 잡혀가고 있는 형편인데 맥아더 동상이 문화재는 아니지만 공공 기물 아닌가. 더구나 종교계 지도자가 공공기물에 방화를 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반달리즘은 각 지방 도시에서 청년들이 스프레이로 그리는 낙서 같은 문자나 그림으로 그래피티(Spraycan Art) 아트를 통해 관광명소로 만들거나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것과는 대조된다. 파괴하여 죽이는 것과 창조하여 살리는 것으로 큰 대조도 되지만 인류의 혼이 담기고 역사성을 지닌 문화재와는 무관하게 낙후된 지역이나 소외된 장소를 재탄생 시키며 평화, 자유, 사회 안녕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6월엔 베를린 시가 2005년 청계 2가에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아 기증한 상징물인 베를린장벽이 한 청년에 의해 훼손되었다. 양면에 페인트 칠을 하고 자신이 세운 브랜드 이름을 써넣고 소셜 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려 공분을 샀다. 남대문 사건 이후 문화재와 공공 기물 보존에 대해 각성 없이 관리를 소흘히 했던 결과이다. 

▲타인이 세운 십자가에 자기 이름 새기는 순례길의 한국인

우리는 해외 여행도 중산층의 스펙으로 여기는 것처럼 나가는 경향이 있어 5천만 명 해외 여행 시대가 되었다. 가히 해외여행 엑소더스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유럽은 한번으로 부족하다 생각하고 두어 번 다녀온 사람들도 많고 이제 멀고 먼 산티아고 순례도 한국인이 몰려다녀 어글리 코리언을 보여주고 있다는 불편한 뉴스도 떴다. 하루 20~30km를 걷고 알베르게라는 공동숙소에서 머물러야 하는데 숙소에서 삼겹살을 굽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 외국인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심지어 아침에 누룽지를 해먹겠다고 냄비에 눌러 붙은 밥을 그대로 두고 자 아침에 다른 순례자들이 냄비를 사용하지 못했다 한다. 부엌 공용공간을 점령하고 부침개를 수십 장 구워 다른 순례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기도 하고 길을 걸으며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고 병을 아무데나 버려 길을 걸으며 이들의 자취를 알 정도였다고 한다.

미디어에서 자유가 무한하게 주어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기본적으로 자유는 컨트롤이 가능해야 한다. 에티켓은 TPO(Time, Place, Occasion: 시간, 장소, 경우)를 적절하게 따르는 것이며 눈치 보는 것이 아닌 배려다. 외국에는 PUB가 아닌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는 물론이고 클럽에 들어갈 때도 재킷을 입어야 하며 반 바지, 샌들도 안 된다. 일전에 등산복 일색으로 단체 여행을 떠난 한국 여행 팀에게 루브르 박물관에서 여행사를 통해 등산복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하고, 또 곤돌라에서 내리는 한국 여성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조깅할 때의 차림처럼 캡과 선글라스를 쓰고 턱 밑까지 마스크를 써서 다른 관광객을 놀라게 한다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가끔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외국어를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그들의 어긋난 에티켓으로 시청하면서 조마조마한 때가 있다. 국민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이 그대로 방영되는 것은 그 프로그램 PD이하 모든 스태프와 방송사에 대해 국민의 실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인의 품격을 높일 수 없다면, 관계자가 상식과 문화에 자신이 없다면, 그런 프로그램을 맡거나 진행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눈치 보는 것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움직임들이기 때문이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본성을 판단할 수 있다”

임마누엘 칸트의 말이다. 한국 사람들이 삼복더위에 보신탕 먹는 문화를 동물학대라고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성토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타국의 ‘문화상대주의’를 모르는 몰상식한 참견이라며 ‘전란을 거치면서 영양가 높은 육식으로 애용된 그 식문화는 고유문화다’라는 항변을 하였다. 한편에서는 지금은 오히려 넘치게 먹어 비만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을 정도이니 구황식품이 필요했던 시대와는 다르다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 중 싱가포르, 네팔, 홍콩은 본래 불법이었고 필리핀, 대만, 태국은 그런 관습이 있었지만 지금은 금지된 상태이다.

다른 동물들에 대한 보호운동으로 전개되어 스페인의 투우도 수도권 지역에서부터 금지되기 시작했고, 세계 3대 진미라는 푸아그라 거위 간 요리도 EU에서 퇴출 논의가 시작되었고 미국 시카고에서는 이미 금지 되었다. 영국의 여우사냥 금지, 중국의 원숭이골 요리 금지도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 운동으로 얻어진 성과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이 ‘연구용’ 이상으로 작살로 밍크고래를 사냥하는 것에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2018년 12월 말 아예 국제포경위원회에서 탈퇴하고 새해부터 ‘상업적’인 고래잡이를 원한다 하였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샥스핀 요리 때문에 아시아 해역은 상어 자원이 고갈 수준에 이르러 중남미 등에서 샥스핀을 조달하고 있어 2003년 중남미 에콰도르에서 아시아로 수출된 샥스핀은 상어 30만 마리 분량이었다 한다. 샤넬은 이제 동물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 선언했는데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희생 되었을까.

필자가 영국회사에서 근무하던 2000년 중반에 본사 교육부서에서 나온 여성 인사담당 이사와 비빔밥을 먹을 때 절대로 고기다짐이나 계란을 넣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을 보고 단백질은 어디서 보충하냐 물었더니 여러 가지 콩을 통해 충분히 보충하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그 때는 ‘굳이 채식주의자여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이후 보신탕은 물론이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산낙지를 먹어보게 하며 즐기는 모습을 TV에서 보며 여러 번 마음이 불편했었다. 필자 자신이 유치원 때부터 대학까지 고기를 안 먹었던 것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살았어도 60년대 초엔 시장에서 닭은 사와 집에서 직접 잡았던 것을 돌이켜보면 그 충격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지금은 다시 시작한 육식을 점점 즐기지 않게 되어 다시 채식으로 바뀌어갈 것 같다.  

20년 전쯤 부모님께서 호주와 뉴질랜드 여행을 다녀오신 후 뉴질랜드에 반해서 하신 말씀 중에 ‘그 나라는 동물보호는 물론이고 이제는 식물까지 보호한다더라. 과일나무에 과일이 익어 먹음직스럽게 보여도 따지 않고 떨어진 과일부터 먹는다더라’하시며 집 앞을 예쁘게 가꾸는 것을 인상 깊어 하셨다. 그때 친정엔 화분이 백 개 정도 있었고 한 겨울을 지내고 제일 먼저 꽃을 피워 어머니 생신을 축하해주는 흰 매화부터 사철 내내 꽃이 피어 친척들은 집에 오면 꽃구경부터 한차례 하고 뿌리를 갈라 얻어가기도 하였다.

(사진=교보문고)
(사진=교보문고)

<대지>로 여류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 벅 여사가 20세기 초에 한국을 방문하고 놀랐던 일화를 조선일보의 ‘이규태 코너’에서 본 일이 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아시아지역의 전쟁상흔에 주목하고 혼혈아동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고 1960년 한국을 방문해 부천에 터를 잡고 1500여 명의 혼혈아동을 돌보았는데 한국계 혼혈아 두 명을 입양하기도 했다. 미국 내 인종차별에 저항했던 인권운동가의 눈에 “농부가 볏단 실은 소달구지를 끌면서 지게에 볏단을 지고 가는 모습에 감탄해 농부도 지게도 달구지에 오르면 될 텐데 소의 짐을 덜어주려는 저 마음이 내가 한국에서 보고 싶었던 것이다”라 하였다. “한국은 고상한 국민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다”고 감탄하며 한국에서의 삶으로 ‘살아있는 갈대’, ‘새해’와 같은 작품도 남겼다. 

그러나 새해 1월 8일 18층 오피스텔에서 강아지 3마리를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CCTV 영상이 확보되지 않아 내장칩을 보고 집주소를 찾았다 하는데 주인인 26세 여성은 경찰과 대치하며 불안증세를 보여 경찰은 오피스텔 앞 바닥에 자살 방지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경찰특공대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주인을 병원으로 옮겼다. 강아지가 숨진 뒤 버려진 것인지 투척으로 숨진 것인지 부검을 실시한다고 하는데 해마다 봄이면 짓궂은 아이들이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서 아파트 몇 층에서 떨어지면 죽는지 보려고 애꿎은 병아리를 투척해 사망케 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그 때 제대로 교정 받지 않은 개념 없는 유소년이 성장해 이런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떨어진 과실을 우선 먹고 소의 짐을 덜어주려 농부가 지게에 볏단을 지고 가는 마음은 노자 『도덕경』의 무위자연설과 흡사하지 않을까.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적 본성을 지니고 무엇을 억지로 하지 않으며 스스로 그러한 대로 사는 선한 존재로 살아가는 모습.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는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바닥의 모양새와 다투지 않고 스스로 낮은 곳으로 흘러 내려가는 삶이다. 노자는 작은 나라의 적은 백성인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이상적인 나라라 하였다. 오늘날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우리나라의 인구부족을 걱정하는 현상과는 거리가 있는 上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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