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학이 사랑받는 곳에 인류에 대한 사랑이 있다” (상)
[기고] “의학이 사랑받는 곳에 인류에 대한 사랑이 있다” (상)
  • 장정애 미라클엣지 컨설팅 대표 webmaster@dailyenews.co.kr
  • 승인 2019.05.0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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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애 미라클엣지 컨설팅 대표
장정애 미라클엣지 컨설팅 대표

질병을 연구하는 것 자체가 범인류애를 보여주는 것과 동일한 일임을 뜻하며 인간의 심신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것에 한 인간은 인류를 대표한다는 의학 민주주의를 담은 느낌과 당위적 명제를 보는 듯 한데 기원전 460년경 태어났다고 추정되는 ‘의학의 아버지’ 그리스인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라고 하니 조금 있으면 2500년이 되어가는 명언이다. 전체적 치유(Holistic Healing) 차원에서 심신 건강의 중요성을 높이 사는 것이 대세가 되며 ‘함께 가자’고 하는 요즈음과 어울리는 말이다.

고대의 의학은 종교와, 자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았고 제사장은 자연숭배와 함께 통치와 치유를 위해 종교의식을 거행했다. 우주 만물을 연구하며 인간의 삶과 연결하는 철학자도 정신영역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깊이 몰두하고 관여했으니 기원전 2600년경 최초의 내과의사로 보는 이집트의 임호템(Imhotep) 이후 수많은 질병의 명명과 치료법, 의약학이 개발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4600년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약학 과학자들의 열정과 노고는 지대했으리라. 

오늘날 의료인들은 4P Medicine으로 예방의료, 맞춤의료, 참여의료, 예측의료 등으로 질병의 생성 단계에서 차단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고 평균수명을 100세 이상 150세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이것은 질병연구가 어느 정도 총체적 분석을 끝냈고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단계에 집중하게 되었음을 말한다. 의료혁신을 도모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5G 세대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해 디지털 의료, 유비쿼터스 의료로 양방향 의료의 클라이맥스로 진입하면서 장기 이식과 유전자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고, 환자 또한 의료소비자로 병원 쇼핑을 다니며, 의학지식이나 건강상식 관련 칼럼이나 프로그램이 신문이나 TV에 넘쳐나 시나브로 간접 교육을 받아 의사 처방에 의견도 피력하는 참여의료의 세상이 되어 장수시대에 어울리는 의료 소비자가 되었다. 

반면에 질병분류코드가 점점 늘어나 39,000개에 달하게 되자 의사들은 스마트 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질병 코드를 찾게 됐다. IBM 왓슨이 의사들의 진단, 치료법, 예후의 추정 등에서 시간적으로 빠르고 오진 확률도 약간 낮게 나왔지만 컴퓨터가 분석한 그 모든 결과는 4600년간 39,000개의 코드를 만들어내며 기록해온 의료진의 빅데이터 구축으로 가능하게 된 것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겠다. 이에 2018년 석이우가 번역한 Daniel Smith의 『The Little Book of Big Ideas(‘초짜들을 위한 짧고 쉬운 지식의 역사’)』에서 ‘의학과 심리학’ 단원에 소개된 의학 역사를 중심으로 상, 하편으로 나누어 관련된 이슈와 함께 정리해 보기로 한다. 

◆의학사에서 히포크라테스 이후가 의미하는 것

질병의 원인을 신비주의적인 모호성에 두지 않고 네 가지 체액(피, 황담즙, 후담즙, 점액)의 불균형으로 보면서 질병을 급성, 만성, 풍토병과 유행병으로 나눈 히포크라테스. 식물이나 동물의 신체부위, 광물들을 치료제로 사용했던 때와는 다르게 휴식과 운동을 적절히 병행하고 청결을 유지하며 섭생을 조절해야 한다고 한 그의 연구는 의학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는 또한 ‘의사란 의술에 전념하는 것은 물론 친절하고 침착하며 진실하고 진지해야 한다’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게 느끼는 CS(Customer Satisfaction: 고객만족)에 대한 개념을 2500년 전에 도입하였다. 그가 기록을 중시하여 다른 전문가들과 공유하도록 강조한 것은 오늘날 39,000개에 이르는 코드화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었다. 기원전 11세기에 사용된 ‘진단’에 대한 개념이 환자의 증상과 징후를 분석하고 어떤 질병으로 고통 받는가를 결정하는 행위라면 히포크라테스는 진단보다는 치료 상태의 결과를 예측하는 예후에 더 관심을 둔 전인적 치료 개념을 만들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히포크라테스 친필 (사진=구글 이미지)
히포크라테스 선서: 히포크라테스 친필 (사진=구글 이미지)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보여주는 환자에 대한 의무와 비밀 유지 및 은사와 동료에 이르는 모든 인간에 대한 존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정신은 2500년 지난 오늘날에도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의료 행위의 도덕률 핵심을 담고 있는데, 사실은 이 선서 대부분은 1948년 세계의사협회에서 제정한 수정판 ‘제네바 선언’이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인종학살에 참여한 일부 의사들의 죄과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게 되었고 현대의학 선서나 법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인류수명 연장의 공신 해부학과 외과수술, 병리학

해부학은 기원전 3세기경에 헤로필로스가 의학연구를 위한 인체 해부를 주장했으나 고대 문명권에서 해부학적 연구는 인간에게는 죽음을 앞둔 경우로 엄격히 제한되었다가 14세기에 시작된 르네상스 시기에 인체해부가 용인되면서 새로운 장을 펼치게 되었다. 2세기에 그리스 의학자 갈레노스는 ‘신체와 그 기능이 우연이 아닌 설계의 결과’라고 주장했고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가 1543년에 출간한 『인체구조론』은 해부학 삽화로 채워져 있다. 어릴 때 꿈이 의사였지만 꿈을 이루지 못해 시체 해부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지 못하고 아사한 노숙자나 전쟁에서 이송되는 시체를 몰래 해부해 스케치를 했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학 도상들도 해부학 발전에 기여가 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 (사진=구글 이미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 (사진=구글 이미지)

외과학의 원시적 방법은 수천 년 전에 시작 되었고 기원전 18세기에 바빌로니아인들은 성공한 수술에 대한 보수체계도 만들었고 실패한 수술에는 처벌로 의사의 손을 자르기도 했다니 신체의 부상이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절단, 상처를 꿰매고 불로 지진 것의 실패에 대한 처벌이 혹독하다. 중세에는 내과의과 되려면 대학교육을 이수해야 했지만 외과의들은 이발사가 겸직하는 경우가 많았고 기술의 편차도 심해 외과의들이 내과의와 비교해 낮은 대우를 받았다. 이발소 밖에서 희색과 빨간색의 사선이 그려진 통이 돌아가는 것이 그것을 상징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기원전 6세기의 인도 의사 수슈로타와 기원전 2세기경의 그리스 의사 갈레노스는 외과수술을 처음 개척한 인물들로 여겨지지만 출혈의 조절, 감염, 그리고 환자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한 채 18세기까지 체계적인 토대를 갖추지 못했다. 18세기 스코틀랜드 외과의이자 해부학자인 존 헌터는 외과학의 엄밀성을 강조하고 14,000여 개의 해부학적 검체를 개인적으로 수집하면서 외과학을 전문 분야로 탈바꿈시켰고 대학에서 외과학을 가르치게 됨으로써 조잡한 이발사-외과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1884년 영국의 릭먼 가들리가 최초의 뇌종양 수술, 1885년 노르웨이의 악셀 카펠렌가 최초로 심장수술을 성공시켰다. 

제1차 세계대전의 공포는 외과수술의 혁신과 발전을 가져왔고 지속 가능한 수혈 방법과 복원 성형수술이 개척되었다. 대한민국의 경우 한국전쟁 후 부상당한 사람들로 인해 정형외과가 급속히 발전하였다고 하지만 ‘미네소타 프로젝트’가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을 일이었다. 미국 국무부와 국제개발처(AID)는 1954년 협정을 맺고 55~62년 미네소타 주립대에 서울대 교수진 226명을 보내 의학(의대 교수요원 62명, 간호학과 교수요원 5명, 간호사 4명, 보건대학원 4명, 병원 행정직 2명을 포함한 의학분야 77명 중 잔류 3명으로 96% 귀환함), 농학, 공학 분야 교육원조 차원의 Minnesota Project를 기획하고 현장성, 미래성,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여 교수급은 3개월 단기로, 강사나 조교급은 4년간 장기연수로 미국 정부가 전액 부담해 진행했다. 그 동안 미네소타 주립대는 자문관 60명(의과 부문 7명, 간호 부문 3명, 병원행정 부문 1명 등 11명 포함)을 국내에 파견하여 단기 15일, 장기 7년에 걸쳐 서울대 의대, 농대, 공대의 교육체계를 정비하고 발전시키는 방안도 지원했다. 특히 의학 부분에서는 최신 견해와 교육방법을 전수한 것은 물론이고 이론 중심의 일본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임상 중심, 실험 중심의 미국식 의학교육 방식으로 옮겨가는 전환점을 만들었고 가톨릭대 성모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 등 다른 의과대학으로 확산시킨 것이 단시간 내에 한국의 의학기술 수준을 단 번에 끌어올리게 된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한국의 겨울이 너무 추워 추위에 강한 미네소타 젊은이들이 9만5000명이나 한국전에 참전하여 미네소타 인구의 5%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참전율을 보였고 북유럽 이민자가 많아 인종에 대한 편견이 덜해 한국 아동입양도 많이 하여 2016년 한국인 입양인은 약 1만 8천명 정도라 하니 미국에 데려다 교육시키고, 한국에 와서 교육시키고 입양하여 살려준 은혜의 미네소타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20세기에는 최초의 성전환 수술과 고관절 치환술 같은 외과적 성과가 이루어졌다. 병에 걸린 장기를 건강한 장기로 대체 이식하는 수술도 19세기부터 빠르게 발전하여 1823년 최초로 현대적 피부이식 이후, 1905년 최초의 각막이식, 1950년 최초의 신장이식, 1967년 심장이식과 간이식, 1998년 손 이식, 2000년 대에 안면이식이 성공을 거둔다. 

한국 서울대병원 김미금 교수는 곧 세계 최초로 무균미나돼지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을 진행하게 된다. 국내에서 각막이식을 위해 대기 중인 환자 수는 2016년 기준으로 2000명에 달한다. 올해 안으로는 돼지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도 진행할 계획이라 한다. 올 4월 1일 개원한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김동구 교수는 1993년 간이식 한국최초 성공 이후 2001년 간과 신장 동시이식, 2002년 골수이식 후 간이식 2010년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 등 1000여 건이 넘는 간이식 권위자이다. 가톨릭대 성모병원은 1966년 국내 최초 각막이식, 1969년 국내최초 신장이식, 1983년 국내 최초 동종조혈모세포 이식, 2004년 국내 최초 소장이식 등 이식에 강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3000례 이상을 기록한 신장이식 10년 생존률은 80%로 국제수준 70%를 상회하니 단기간에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엔 다장기 이식으로 발전하여 소아에게 소장, 대장, 췌장, 비장 등 6가지 장기이식도 성공했고 서울아산병원에서는 7가지 장기이식도 성공하는 등 세계적인 기록을 남기고 있다. 
 
병리학은 질병의 원인, 과정, 결과를 다루며 병인학(질병의 원인), 발병학(질병 발생 경위), 세포구조 변형과 질병의 발현형태로 나뉜다. 1761년에 이탈리아의 조바니 모르가니가 약 600건의 부검소견을 상술하며 ‘질병의 부위와 원인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를 저술했다. 프랑스인 마리 프랑수아 사비에르 비샤는 군의관 복무 시 프랑스 혁명 동안 단두대에서 방금 사형당한 인체를 검사할 기회를 가져 병리학적 지식을 정리했다. 19세기 독일의 루돌프 피르호는 ‘현미경의 병리학’이란 시대를 열며 ‘세포에 가해진 상처가 모든 질병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1901년 수혈의 아버지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서로 다른 사람의 혈액을 혼합하면 혈구가 몰려 엉기는 ‘응집 반응’에 주목해 자신과 제자들의 혈액을 붉은 혈구와 밝은 노란색 혈장으로 분리, 개인 혈구에 다른 사람의 혈장을 더해 혈구 응집의 조합 규명으로 ABO식 혈액형을 발견하여 현대적인 수혈법을 확립하였다. 그 전까지는 혈액형의 종류가 구분되지 않아 다른 혈액형끼리 혹은 동물의 피까지 인간에게 수혈하여 죽음에 이르기도 했었다. 그는 혈청학, 바이러스학, 면역학, 알레르기학, 척수성 소아마비의 기본 지식을 밝히는 346편에 달하는 논문 발표를 통해 알레르기 반응이 면역계의 반응이라는 몇 가지 증거를 처음으로 발견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간의 생명을 구한 과학자로 평가 받았다.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주사위를 던져 수혈하던 의료 기술에 대해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자신의 피를 뽑아 과학적 증거를 갖춘 것에 대한 기념이랄 수 있겠다. 1940년 그는 제자 알렉산더 위너와 Rh 혈액형도 발견했고 ‘세계 헌혈자의 날’로 제정된 6월 14일이 그의 생일이다.

Karl Landsteiner, MD (사진=Polioplace.org)
Karl Landsteiner, MD (사진=Polioplace.org)

2003년 에이즈 혈액 유통사고 이후 대한민국 혈액의 90%를 차지하는 대한 적십자사는 15년간 수혈로 인한 감염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하면서도 ‘전 세계 어떠한 장비와 시약도 단독으로 100%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검사시스템은 없다’며 지난달 KBS가 제기한 두 명의 ‘C형 간염 감염의심’을 부인했다. 

역시 비영리법인으로 국가 혈액사업을 수행하는 공공단체인 ‘한마음 혈액원’은 2005년 개소하여 보건복지부의 감독하에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지원받아 서울 및 경기지역에 헌혈카페 16곳과 헌혈버스 8대를 운영하며 혈액관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16세 이상으로 연 1회 또는 혈액원의 요청 시 헌혈할 의사가 있는 자로 정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할 것을 약속하고 등록헌혈자로 가입’하는 제도도 운영해 2002년 4천 명을 넘기던 헌혈 숫자는 2017년 20만 명을 넘어섰다. 헌혈자에겐 헌혈기념품 중 ‘기부권’을 선택하면 4천원의 기부금이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한국조혈모세포 은행협회, 한국혈액암협회, 사단법인 대한암협회 등에 전달되며 2018년 4개 기관에 각 6백만 원 이상씩 전달되었고 110부터 시작해 최고 헌혈 횟수 217까지 헌혈한 백 명의 명단은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

▲사망원인 1위와 밀접한 순환계, 세균이론, 면역학

순환계 혹은 심혈관계는 혈액이 신체를 돌아다니며 세포들에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고, 노폐물을 제거하게 해준다. 기원전 16세기 이집트의 에베르스 파피루스는 심장이 정맥을 통해 신체에 공기를 순환시킨다며 순환계를 대략 설명했고 그 후 몇 세기가 흐른 뒤에야 심장 판막을 발견했고, 정맥과 동맥을 구분하게 되었다. 거의 3천년 이후인 13세기 들어와 이븐 알 나피스가 산소를 소모한 혈액이 심장에서 폐로 보내지고 폐에서 산소를 얻은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폐순환에 대한 연구를 처음으로 기술하게 된다. 17세기 초에 윌리엄 하비의 『동물의 심장과 혈액 운동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가 순환계와 관련한 최초의 연구성과다. 그는 정맥의 판막 존재를 밝혀내며 심장의 1차적 기능은 수축과 이완을 통해 지속적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리처드 버글랜드의 『정신의 구조』에서 “아무도 혈액의 순환을 발견한 것이 철학자의 세계관, 신에 대한 신학자의 생각, 별을 바라보는 천문학자의 시선을 변화시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고 하였다. 

순환계의 문제로 생기는 심장질환은 암, 뇌질환과 함께 3대 사망원인이다. 한국이 비만사회로 이동하면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순환계에 문제가 생겨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관상동맥)에 노폐물이 쌓이고 통로가 좁아지면 혈관이 터지거나 혈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많은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혈관이 좁아졌거나 막혔을 때는 허벅지 등에서 혈관을 떼어내 개흉수술을 하지만 관상동맥 중재 시술, 스텐트 삽입술이 보편화 되면서 흉부를 절개하지 않고 시술할 수 있게 되어 환자의 회복 시간이 짧아졌다. 입원시간도 치료비용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아지고 낮아졌다.

순환계(by 제타위키) (사진=구글 이미지)
순환계(by 제타위키) (사진=구글 이미지)

스텐트 삽입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있고 서울아산병원의 박승정 교수가 그 중심에 있다. 수술을 통해 우회 혈관을 만드는 것이 심장수술의 정설이었는데 스텐트 삽입술은 허벅지에 있는 혈관으로 볼펜의 용수철처럼 생긴 금속 그물망(스텐트)을 넣어 심장 혈관까지 보내 좁아진 혈관을 뚫는 시술법이다. 1990년 중반에 도입해 심장수술이 아닌 시술로 시간도 30분~1시간 내외, 시술 후 2~3일만에 퇴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획기적인 시도였으나 한국과 외국외 의료진은 ‘말도 안 된다’며 비웃었다. 그러나 미국심장학회지인 JACC에 논문이 실리면서 차츰 신뢰를 얻어 이제는 겨드랑이 밑의 혈관을 타고 들어가 하는 시술도 인정 받았고 ‘네이처’나 ‘사이언스’보다 인용 지수가 훨씬 높은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엔 4편의 논문이 오르기도 했다. 첫 시술 후 10년 이후부터는 한 달에 2~3번 참석하는 학술회의에서 논문 발표 후 기립박수도 많이 받았고 서울아산병원으로 연수를 오는 미국 의사들도 생겼다. 그는 이제 “그 시술마저 필요 없게 만드는 내과적 약물치료, 삽입시술” 등 질병예방 차원의 치료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세균이론은 신체 내의 미생물에 의해 전염병이 발생한다고 보는 관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나쁜 공기로 전염된다고 믿었고 1546년 이탈리아의 지롤라모 프라카스토로가 세균 이론의 원형을 제시했고 17세기에 현미경을 통해 처음으로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미생물과 질병의 관계를 밝히지는 못했다. 심지어 1840년대 헝가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가 산부인과의 산욕열로 인한 사망률의 원인을 조사하였는데 산부인과 의사들 대부분이 회진을 가기 전에 시신을 연구하는 습관이 있음에도 세균의 위험을 몰랐기 때문에 손을 씻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고 위생 조처 이후 사망률은 11.4%에서 1.2%로 급감했고 그는 ‘소독법의 창시자’가 되었다.

동시대인 1845년 발발한 크림전쟁에 귀족출신으로 태어난 나이팅게일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간호학을 배워 터키의 육군 야전병원으로 자원해 떠났다. 그녀가 그곳에서 본 광경은 부상자들을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쥐가 드나드는 불결한 환경이어서 2차 감염과 전염병이 만연했다. 그녀는 즉시 위생상태를 개선해 나가면서 입원, 부상, 질병, 사망 등에 대한 환자 기록 양식을 분류 및 통일하여 오늘날 말하는 빅데이터를 구축해 의사들과 행정관료를 움직여 세탁, 급식시스템, 물품 관리제도를 정비하게 하였고 그런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은 6개월 후 사망률 40%에서 2%로 떨어트렸다. 그녀는 전후에 책을 발간하고 간호교육기금을 모금해 나이팅게일 간호학교를 세웠고 그녀가 그린 로즈 다이어그램은 영국의 군대, 공공보전, 간호제도를 개혁시켰고 그녀를 영국왕립통계학회의 첫 번째 여성회원으로 만들었다.

나이팅게일의 로즈 다이어그램 (사진=구글 이미지)
나이팅게일의 로즈 다이어그램 (사진=구글 이미지)

한편 그녀는 영국으로 돌아온 후 만성피로증후를 앓아 침대에서 살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실제로 나이팅게일의 생일인 5월 12일이 ‘국제 만성피로증후군 인식의 날’인데 근육통성 뇌척수염으로 불리기도 하는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은 평생 깊이 잠들지 못하는 상태로 살기도 한다. 넓은 광장에서 연설을 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는 광장공포증은 전시의 트라우마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침대 위에서 간호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구상하고 제안서와 보고서 작성, 교과서 집필, 왕립위원회 운영, 인도 전역의 위생 시설을 정비, 미국 남북 전쟁에 의료적 조언을 했다. 그녀가 14000장 넘게 남은 편지 대부분이 새벽 4~5시에 쓰인 것을 보면 너무 바빴던 것 아닐까도 싶지만 오늘날 백의의 천사가 되려는 간호학교 졸업생들에게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도록 만든 간호사 윤리와 간호 원칙의 근거를 마련한, 하루를 25시간으로 산 리더였음은 틀림없다.

14세기 중세유럽에 흑사병이 퍼져 인구 1/3의 목숨을 앗아간 일이 있었는데 유대인은 흑사병에 걸리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페스트를 유대인이 만연시켰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은 대부분 비누가 무엇인지 몰랐을 때 오래 전부터 목욕을 하고 식사 전후 손을 씻고 식사 기도를 올리는 습관을 가진 유대인의 신앙적 생활이 그들을 구했던 것이다. 기원전 2800년경에 바빌로니아인들이 기름과 재를 섞어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 비누는 고대 로마시대 ‘사포’라는 언덕에서 제사를 지낸 후 재를 집으로 가져와 빨래를 하면 때가 빠지는 것을 발견해 기름 재를 사포라 불렀고 오늘의 비누 ‘솝(soap)’의 어원이 되었다 한다. 영국의 존 스노는 1854년 런던의 콜레라 창궐 원인이 공공급수 펌프에 있음을 밝혀냈고, 1864년 루이 파스퇴르는 음식을 상하게 하는 세균을 저온 살균하여 죽이는 파스퇴를 살균법을 개발했다. 2002년 한국조리과학회의 ‘수용성 비타민과 지용성 비타민의 가열에 대한 안정성’에 의하면 비타민 용액에 열을 처리한 후 영양분 파괴율이 비타민C는 섭씨 100도에서 70%이상 파괴되었고 섭씨 121도에서는 100% 파괴되었다고 하니 150년 전에 저온 살균법을 개발한 것은 획기적인 영양 보존법이고 이제껏 중저온 추출, 효소추출 등까지 다양하게 영양소 파괴 없이 멸균법에 대한 고민은 지속되고 있다. 

1866년엔 외과의 조지프 리스터가 석탄산(carbolic acid: 페놀 산)이 세균을 죽이고 감염을 예방하는 데 쓰임을 설명하는 기념비적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선 항산화 성분 등 유효성분 추출 함량을 수십 배 높이려 효소 처리한 건강보조식품이 홈쇼핑에서 완판을 거두고 있다. 1880년대엔 독일의 내과의이자 미생물학자인 로베르트 코흐가 콜레라, 패혈증, 결핵의 원인이 박테리아라는 것을 밝혀냈다. 세균이론은 새롭고 효율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도록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프랑스혁명이 발발한 1789년 프랑스 화학자 르블랑이 인공소다를 만들어 상류층이 사용하는 사치품인 비누를 대중화 시킨 이후 산업발달의 속도로 세균을 통한 전염병에 관심을 가졌다면 한국에서 2015년 중동호흡기 증후군 메르스 사태가 기준점이 되어 ‘숙박업 체감경기, 메르스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2019년 신문 기사 제목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의료기술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어 ‘의료관광’이 연 35% 이상 신장하던 차에 메르스는 많은 해외 환자들의 입국 예약 취소를 만들었고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고 여파는 수 년간 지속 되었다.

면역학은 생물체의 면역체계를 연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로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투키디데스가 아테네를 휩쓸었던 흑사병에서 어떤 사람들이 면역력을 키워 생존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정확한 기전을 밝히진 못했다. 중세 중숙에서는 천연두 환자의 병변에서 나오는 물질을 건강한 사람에게 주입(환자의 딱지나 고름을 가루로 만들어 건강한 사람의 코에 주입하는 방식)하는 인두접종 방법이 개발되어 어느 정도 면역 효과가 입증되어 현대적 형태의 면역법으로 오스만제국에 의해 18세기에 유럽에 알려졌고 이후 미국에서도 이 방법을 사용했다. 

최근의 의학은 수천 가지 종류의 세균이 100조~400조 마리가 서식하는 ‘장’을 인간의 정신을 조절하는 ‘제 2의 뇌’로 인정하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90% 이상을 장내 세균이 만듦을 알아냈다. 피부 면적의 200배, 인체 거름막의 최전선, 소화의 마지막 단계인 ‘장’에서 면역물질의 70%가 만들어진다. 한국과 중국의 고의서에는 어린이의 변을 약으로 사용해 다양한 질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언급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의 장수의료연구센터에서는 치매 환자의 장 속에 ‘박테로이데스’라는 특정 세균이 일반인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미국 하버드 의대의 허준렬 교수는 자폐 증상을 유발하는 장내 세균을 발견해 냈고, 국내에서도 3~4년 전부터 장내세균 이식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68만 명 정도였고 매년 약 4%씩 증가하며 50~70대에서 가장 많고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가량 더 많다고 한다. 2017년 한국엔 대변은행이 문을 열었고 기증자로 선발될 확률 8%에 뽑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수집해 장 질환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를 만드니 바야흐로 ‘장 트러블러’의 장내 세균 개선으로 우울한 기분도 치료하고 치매 예방, 자폐증 치료 등 뇌신경 질환 치료까지 확대가 기대 되는 시대가 되었다. 과학기술 정보통신부는 2023년까지 80억 원을 투자해 한국인 장내 미생물 뱅크 구축과 활용 촉진사업을 진행하며 일동제약은 분당서울대병원과 엠디헬스케어와 함께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난치성질환 극복에 나서기로 했다.

다이어트와 장내 세균 (사진=구글 이미지)
다이어트와 장내 세균 (사진=구글 이미지)

1798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는 우두에 걸린 적이 있는 여성은 더 심한 천연두에 걸리지 않음을 깨닫고 천연두를 막기 위해 우두를 접종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종교계와 의학계 일부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확산시켜 ‘면역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다. 루이 파스퇴르는 증세를 약화시킨 닭 콜레라에 감염된 닭들은 재감염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병원체를 신체에 주입하면 질병과 맞서 싸우는 물질인 항체가 생성됨을 알아내 광견병과 돼지의 열성 전염병인 돼지 단독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다. 러시아 생물학자 메치니코프라는 이름으로는 ‘한국야쿠르트’가 만든 발효유를 떠올릴 테지만 그는 파고사이트(식균세포) 작용을 중심으로 감염을 이겨내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자연면역 혹은 선천면역을 주장했다. 반면에 획득면역 혹은 후천면역을 주장한 독일의 파울 에를리히와 면역이론의 쌍벽을 이루었는데 한쪽 손을 들어줄 수 없었던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여를 결정했지만 메치니코프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1610년 구암 허준의 『동의보감』은 임진왜란, 정유재란 등으로 중단되었다가 25권 25책으로 집필된 14년간의 역작이다. 허준이 선조의 명을 받고도 절반도 끝내지 못하고 선조가 승하하자 즉위한 광해군은 허준에게 그 책임을 물어 의주로 유배 보냈으나 그곳에서도 편찬에 전념해 내경편(6), 외형편(4), 잡병편(11), 탕액편(3), 침구편(1)으로 나눠 한(韓)의학(Korea Medicine)의 기초를 만들었다. 중국은 양의학과 한(漢)의학 교육을 병행하는데 우리나라는 서로 반목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최고령화 사회로 급선회하는 한국에서는 K-Medical에 고금의 모든 치료의 Convergence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켠에 간직한 채 ‘의학이 사랑 받는 곳에 인류에 대한 사랑이 있다 (하)’편에서 의학의 다른 분야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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