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유지될 경우 영국이 와인 주요 생산지로 떠오를 전망
기후변화로 인해 와인 산업도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와인 산업이 발달한 호주 남부의 리버랜드 포도밭에 지난해 강수량이 90mm에 불과한 것으로 기록돼 지구상에서 가장 뜨겁고 건조한 와인 농장이 됐다고 지난 1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이로 인해 호주에서는 와인에 적합한 대표 품종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피노 누아르 등 품종의 재배가 어려워졌고 기후 조건에 더 적합한 품종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변화는 호주뿐 아니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대표적 와인 생산지에서도 현재진행형인 상태다.
올해 초 프랑스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본토의 평균 기온은 14.51도로 1900년 관측 시작 이래 가장 높았으며 강우량은 기록을 시작한 1959년 이래 역대 두번째로 적어 고온 건조한 것으로 기록됐다.
포도 재배에는 기온, 일조량, 강수량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기후변화 여파로 보르도를 비롯한 프랑스의 핵심 와인용 포도 생산지의 기온이 올라가고 건조해져 날씨에 매우 민감한 와인용 포도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고온 건조한 여름날씨 탓에 가뭄과 산불이 잦아지며 와인 농가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일반적으로 와인용 포도는 20~25도 기온에서 가장 잘 성장한다. 뜨거운 햇빛으로 당과 알코올을 생산하고 적절한 강수량이 뒷받침되어 성장 속도도 평균치에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기온이 높으면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 균형이 깨지고 강수량이 많을 경우 열매가 물을 머금어 당도가 떨어진다. 반대로 가물어도 성장에 방해가 되는 등 와인용 포도는 외부 환경과 기온에 예민하다. 보관 시에도 적절한 온습도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와인은 다른 알코올보다 변질되기 쉽다.
이때문에 과거부터 와인 농가를 유지해온 지역의 기후변화는 큰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
와인용 포도 재배와 보관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관련 업계에서도 기술 발전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와인 업계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겨울 동안 빗물을 모으거나 나무를 심는 각도에 변화를 햇빛 노출을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2021년 여름에는 포도산지 보호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세계 3대 와인 생산국인 스페인도 기후변화에 강한 포도 품종 개발에 힘쓰고 있다.
스페인은 관측 시작연도인 1961년 이후 약 60년간 총 2.2도의 온도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와인용 포도 수확 시기는 10년 간 2.4일 빨라졌으며 와인 도수도 1992년 이후 매 10년마다 1.3도씩 올랐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따라 최근 최고급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스페인 북부 지역의 와인과학연구소에서는 포도 덩굴 잎에서 채취한 DNA를 활용, 기후 변화에 강한 최적의 포도 품종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소에 연간 600만유로(약882억원)를 투자, 포도 재배부터 와인 생산까지의 실험 결과 기후 변화에 강한 포도 DNA만 채취해 만든 와인이 이전 수준의 와인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 내 가장 기온이 낮은 지역으로의 이전을 고려해 새로운 와인농가 개발 등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호주, 프랑스의 사례와는 반대로 기후변화로 인해 와인 생산에 적합해지는 경우도 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연구진은 연구진은 2040년까지 약 1.4℃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고 이에 따라 영국 내 와인 생산지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40년에는 영국 남동부가 피노누아로 유명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현재 기상조건과 비슷한 재배지가 돼 영국이 주요 와인 생산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