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근로관계 악화 노조활동 위축" vs 회사 "인수 계약상 법인분할은 필수"
[데일리e뉴스= 천태운 기자] 국민연금이 현대중공업 노조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적분할(법적분할)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전국금속노조 전북지부는 29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반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은 멀쩡한 회사를 쪼개고 알맹이만 챙겨 서울로 올라가려고 한다"며 "물적분할은 회사 구성원과 가족, 지역 주민, 하청 업체의 생존은 외면하고 총수 일가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고집"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29일 회의를 열어 오는 31일 열릴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의 '분할계획서 승인·이사 선임' 안건을 심의한 결과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수탁자책임 전문위에서는 물적분할로 분할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의 기존 주주 권리가 약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분할 신설회사가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이번 심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 제17조의3 제5항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수탁자책임전문위에 요청해 이뤄졌다.
원칙적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주주권과 의결권을 행사한다.
다만, 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행사 찬성 또는 반대, 주주권행사 이행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기금운용본부의 분석 등을 거쳐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정하도록 돼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물적분할을 놓고 왜 대립각을 세우며 다투고 있을까.
노조는 법인분할이 되는 순간부터 회사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법인분할을 다룰 주주총회를 열도록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번 임시 주주주총에서 분할 안건이 승인되면 현재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나뉘게 된다.
이때 부채는 한국조선해양에 1639억원(2.3%), 신설 현대중공업에는 7조576억원(97.7%)으로 각각 승계된다.
노조는 이 과정이 완료되면 부채가 신설 현대중공업에 몰려 경영 위기가 오면 구조조정과 근로관계 악화 우려가 있다고 본다.
이미 장기간 조선 경기 위축으로 지난 수년간 4000여명이 구조조정 된 상황에서 더는 조합원이 회사를 떠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노조는 또 조합원 소속이 자회사로 바뀌면 근로관계가 악화하고 단체협약 승계 과정에서 노조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회사는 분할 기술 개발과 자회사 관리는 중간지주사가 담당하고 신설 현대중공업은 생산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전문성이 강화된다고 밝혔다.
분할 이후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가 진행되면 양 회사 간 기술 공유 등으로 더 많은 수주 실적을 쌓을 수 있고, 직원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한다.
부채 역시 선박 수주 때 받는 계약금 성격인 선수금과 충당부채가 대부분으로 실제 현금 형태이거나, 공정 진행에 문제가 없으면 지출되지 않고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의 지분 100%를 소유한 주주로서 연대 변제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인수 계약상 법인분할은 필수적인 절차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인수까지 '산 넘어 산'...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통과해야
법인분할이 주총을 통과해도 대우조선 인수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분할 이후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면 첫 번째로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중공업 관련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결합 심사를 제각각 통과해야 대우조선 인수가 사실상 마무리된다.
이 절차가 끝나면 대우조선은 신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과 함께 모두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자회사가 된다.
법인분할 후 기업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대우조선 인수가 되지 않더라도 주총에서의 분할 결정은 그 효력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