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음용수 수질'이라고만 부르짖던 인천시
[데스크 칼럼] '음용수 수질'이라고만 부르짖던 인천시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19.06.18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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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지난달 30일부터 인천시 서구·중구 일부 지역에서 적수(赤水)가 나오고 있다. 사고 발생 당일에는 눈에 띌 정도의 붉은 물이었지만 지금은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각 가정에서 수도꼭지에 달아놓은 필터에는 여전히 이물질이 걸러지고 있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이 이물질은 대부분 철 성분이며 망간 등도 섞여 있다고 한다.

적수가 나오는 지역의 주민들은 그야말로 때아닌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수돗물로 쌀을 씻어 밥을 하지도 못하고 반찬도 하지 못해 깨끗한 물이 나오는 지역의 식당으로 가서 밥을 사 먹어야 했고 샤워를 하기도 꺼림칙해 난감한 일을 겪기도 했다. 갓난아이를 둔 가정은 아이를 안고 시댁이나 친정으로 가야만 했다. 기자의 집에도 용량별 생수가 쌓여 있다. 집에 들어설 때마다 피난을 떠나기 위해 준비한 듯한 모양새에 뜨악하다.

주민들의 원성이 커졌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인천시 관계자들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 초반에는 "풍납취수장의 펌프가 고장 나 이로 인해 적수가 흘러나온다"고. 그러더니 "수계를 변환하면서 물이 기존과 반대방향으로 흐르면서 배관에 붙어 있던 이물질이 떨어져 나가며 적수가 발생했다"고 말을 바꿨다.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하지만 취재했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언제쯤 이 사태가 해결될지 말하지 못했다. 그저 최선을 다하고만 있다고만 했다.

엊그제 통화했던 인천시 대변인실 관계자는 "현재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음용수 수질 기준에 적합한 물"이라면서도 "하지만 아무리 안전하다고 한들 누가 먹겠느냐"고 푸념했다.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그동안 음용수 기준치를 초과하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데이터는 중앙본부로 보내진다"고 엉뚱한 답변만 늘어났다.

그 사이 적수 피해지역 주민들은 물난리를 겪고 있다. 동네 슈퍼에 쌓여있던 물이 동이나고 부랴부랴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생수를 주문했지만 동시에 주문이 폭증하며 물을 제대로 사지 못했다. 인천시에서 수돗물인 미추홀물을 나눠주기는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을 가지고 와 주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학생들도 큰 피해를 보았다. 급식을 할 수 없으니 학교에서는 빵과 우유 등으로 대체급식을 했고 피해가 길어지면서 생수로 밥과 반찬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학생들도 음식을 만드는 이들도 모두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

정부대책반이 꾸려지기 전까지 인천시가 한 일은 사과와 피해지역에 미추홀물을 가져다주는 것뿐이었다. 여기에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에 대해 실비로 보상을 해줄 테니 생수와 필터 구입 후 받은 영수증을 잘 챙기라는 생색내는 말이 전부였다.

어제 박남춘 인천시장이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 피해지역 주민들은 그의 사과에 더 화가 났다. 제대로 사과 한번 없다가 정부대책반의 결과가 다음 날 나온다니까 부랴부랴 나와서 머리를 조아렸다는 것이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모두 같은 말을 한다. "음용수 수질이라고 했으니 시장과 시청직원들도 이 물 마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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