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트럼프-애플과 박근혜-삼성은 달랐다
[데스크 칼럼] 트럼프-애플과 박근혜-삼성은 달랐다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19.08.3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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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남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이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받은 뇌물을 나눠 판단해야 한다며 검찰의 상고 기각을 확정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유죄 부분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와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서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제공한 말 3필을 뇌물로 봤다.

이를 놓고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포퓰리즘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삼성 측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도 현재의 경제 위기를 거론하며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국정농단의 핵심은 최고권력을 등에 업은 사람이 최고권력자를 좌지우지하며 막후에서 권력을 휘두른 것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기업을 겁박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호가호위의 전형이다. 정경이 완전히 분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최고권력자의 의중이라고 생각해 도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정치권력은 경제권력에 요청했고 경제권력은 정치권력에 특혜를 요구했던 구태가 반세기가 지나서도 여전히 이뤄졌다는 사실에 국민은 경악하고 실망하고 있다.

이와 대조되는 모습이 있었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애플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단기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하나의 기업을 직접 거론한 것을 이해하기 힘든데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우리 국민에게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을 도와야 하는 이유를 들며 "쿡은 내게 전화를 하고, 이는 그가 좋은 경영자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CEO가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얘기한다는 것은 곧 '도와달라'는 의미로 인식될 수 있음에도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이를 놓고 미국 국민과 정계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의 일상적인 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것이 가능한 이유는 민족성, 국민성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신뢰'라고 생각한다. 공개적으로 부탁하고 들어주는 것은 당연히 CEO와 대통령으로서의 업무이고 이 같은 부탁은 사적이익이 아닌 기업이라는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 SK, 롯데는 또 한번 곤혹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판결한 것이 서울고법의 판결 내용과 실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도 한동안 여론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기업인들이 비공개로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을 만나 청탁을 한 것과 대통령과 자주 전화하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얘기하는 것의 차이점은 뭘까. 개인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차이도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공개적으로 부탁하고 이에 공개적으로 화답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국민의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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