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이러다 제대로 사고 나겠다."
미국 보잉사의 B737-NG 기종에서 '동체 균열'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 세계 항공사들이 '보잉 공포'에 빠졌다. 공포에 빠진 것은 비단 항공사뿐만이 아니다. 불가피하게 보잉 기종을 이용하는 승객들도 마찬가지다. 비행기 사고는 자동차 사고처럼 단순히 접근해선 안 된다. 한 번 비행기 사고가 나면 말 그대로 '참사'다. 이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보잉 사태에서도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인습인 '안일한 대응'과 '네 탓 문화'는 여전히 존재했다. 국토부와 9개 항공사가 모인 긴급안전회의와 제주항공의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국토부 긴급회의부터 짚고 넘어가보자. 국토부는 국내 항공사가 보유한 보잉 기종 150대 가운데 비행 횟수가 3만 회 이상 된 42대를 우선 점검했고 이 중 9대에서 동체 균열이 확인하고 문제가 없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운항을 중지했다. 또 비행 횟수 2만2600회 미만 항공기도 조기 점검을 끝낸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점검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안전대책을 세우겠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조기 점검을 하기 전에는 보잉 비행기를 타선 안 된다는 권고 또한 없다. 이는 점검 기간 동안 결함이 발견된 9대의 비행기를 뺀 141대는 정상적으로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상 유무가 확인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승객들은 잠재적 사고 위험이 높은 보잉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얘기다. 원치 않게 불안함도 동승해야 한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지난해 BMW 화재 사고를 보자. 연쇄화재는 BMW 차종에서만 오롯이 드러났다. 보잉사 항공기도 세계적으로 1133대 중 53대에서 동체 균열이 발견됐다. 다시 말해 국토부가 적기에 안전대책이 마련하지 못하면 연쇄적으로 사고가 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고가 터지면 국내 항공사들은 더욱 수익성 악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미 반일 감정 등으로 일본 노선이 축소돼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항공기 사고까지 터지면 회사 경영은 사면초가에 빠질 위험도 매우 크다. 이 때문에 보잉사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들은 "우리는 안전하다"는 얘기만 할 뿐 별다른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 같은 원론적인 대답을 들을 때마다 "진짜 안전하구나"라는 생각보단 "이러다 진짜 사고나겠다"는 우려 또한 커질 뿐이다.
우리가 보유한 보잉 비행기가 안전하다면 각 항공사는 어떻게 안전한지 그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들은 결코 보잉 항공기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보잉 기종은 비행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스타항공은 보잉 737-맥스8 항공기 추락 사고로 안전 우려가 제기되자 이 기종 2대의 운항을 지난 3월 중순부터 중단했다. 이달 26일에는 제주항공의 B737-NG 기종이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중 기체 이상으로 불시착까지 대비하며 회항하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안전하다"는 항공사의 발언은 무책임한 발언일 수 있다. 한 언론사는 제주항공의 안전 문제 의혹 회항을 두고 자동조종 관련 핵심 소프트웨어(SW) 8종 전체가 ‘먹통’이 돼 긴급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이 기사는 "틀렸다"며 기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비행기가 문제가 있어 회항했다는 사실이다. 아직 국토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분명 비행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항공사 안전에 대한 해명관 달리 승객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탓을 하기 보단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안전 점검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보잉 항공기를 보유한 각 항공사들은 안전 대책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 아니 절실하다. 이것이 "이러다 진짜 사고나겠다"는 가정을 반박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