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갑질 논란' 권용원 금투협회장에게 면죄부 준 이사회
[기자수첩] '갑질 논란' 권용원 금투협회장에게 면죄부 준 이사회
  • 천태운 기자 danbi@dailyenews.co.kr
  • 승인 2019.11.0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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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운 경제산업부 팀장
천태운 경제산업부 팀장

[데일리e뉴스= 천태운 기자]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폭언·갑질 논란'이 불거져 금융투자협회가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권용원 회장의 막말이 도마 위에 올라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금투협이 발칵 뒤집혔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운전기사와 임직원 등을 상대로 폭언한 녹음 파일이 언론에 공개돼 갑질 논란에 중심에 서면서 사퇴 압박을 받았다.

녹음 파일의 내용을 보면 운전기사가 아이 생일이라며 머뭇거리자 ‘미리 얘기해야지 바보같이,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 받잖아’라며 면박을 주고 험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회사 홍보직원에게는 "기자 애들 쥐어 패버려"라는 기자를 위협하라고 조언하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부적절한 막말이 언론에 공개돼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폭언을 한 권 회장에게 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사자성어를 아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때리는 사람은 맞는 사람이 얼마나 아픈지 알지 못한다.  

권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금투협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숙고 끝에 남은 임기까지 협회장으로서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투협 이사회의 말을 빌어 "다시는 이번 사태(폭언 논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이사회에서) 개인적 사유만으로 거취를 결정하기에는 선출직 회장에게 부여된 임무와 권한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경영 공백이 발생하면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도 많으며 진행 중인 사안은 우선 마무리하는 게 책임감 있는 선택이라는 의견을 줬다"고 했다.

이날 오전 금투협은 서울 모처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권 회장의 거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서명석 유안타증권 대표,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 최방길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 법무법인 황해 천상현 대표변호사 등 사외이사들은 토론을 벌여 갑질을 일삼은 권 회장에게 오는 2021년 2월까지 협회장 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줬다. 자신들의 이익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 갑질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정도의 갑질은 문제될 게 아니라는 것이 이사진들의 공통된 의견인지 묻고 싶다.

권 회장의 폭언 갑질 논란은 개인과 업계에 피해를 주고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문제가 터지면 일단 사과하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 사태를 키운 것인지도 모른다. 권 회장은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업계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본인의 인생에 오점을 남기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권 회장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의 폭언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동안 취임 후 이룬 증권거래세 인하 등 성과도 부적절한 언행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기에 항상 처신을 바로하고 아랫사람을 너그러이 대하고 배려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권 회장은 분골쇄신(粉骨碎身)한다는 마음으로 주어진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업계와 투자자에게 책임감 있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협회장 자리는 그만큼 책임감과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금투협 이사회는 폭언으로 물의를 빚은 권 회장에게 사퇴를 만류하며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임기 완주 결정을 내렸다. 이사회가 올바른 결정을 했는지는 눈을 부릅뜨고 권 회장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만약 권 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또다시 언론에 오르내린다면 이사회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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