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G 상용화의 민낯··· 호갱이 된 '고객'
[기자수첩] 5G 상용화의 민낯··· 호갱이 된 '고객'
  • 천선우 기자 bluecat@dailyenews.co.kr
  • 승인 2019.11.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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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5G 시대가 왔다고 여기저기서 난리다. 통신업계는 내년 5G 가입자 수가 7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규모는 분명 커지고 있는데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통신 세대가 전환되는 과도기적 시점이라 더더욱 그렇다. LTE 가입자들은 기존 서비스 품질 하락을 우려하고, 5G 이용자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한다며 아우성이다. 

이런 와중에도 이동통신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5G 고객 유치에 한창이다. 당장 TV를 틀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통신사 광고만 보더라도 의도는 명확히 드러난다. LTE 고객을 겨냥한 광고는 없다. 오로지 5G다. 특히 통신사는 멀쩡한 LTE와 비교하며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20배 빠른 속도', '단말기 반값 할인' 등 파격 마케팅을 쏟아낸다. SK텔레콤은 3분기 마케팅 비용으로 7878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1분기(5G 도입 전) 7000억대 초반대 규모와 비교하면 무려 878억이 증액된 수치다.

문제는 마케팅만큼 제대로 된 서비스를 갖추었는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 5G 기지국 현황은 총 8만 곳으로 수도권에 56% 이상 편중됐다. 반면 수도권 대비 강원 및 전남 지역은 각각 5.4%, 2.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대도시를 제외한 일부 지방에서는 이용이 어렵다는 뜻이다. 아울러 설치된 장소도 문제다.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공개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 기지국 대비 실내 기지국 수가 898국(0.99%)에 그쳤다며 이를 지적했다.

결국 인프라의 부재 및 빈약한 서비스 여건으로 온전한 5G 이용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일부 고객들은 5G 사용이 불가하거나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아, 아예 LTE망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통사의 과도한 유치전에 내막을 모르는 일부 고객들이 '희생양'이 되는 양상이다.

통신사들이 이토록 5G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5G는 LTE보다 단가가 높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 초기시장임을 감안하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아울러 향후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증강현실(AR) 등 융합 플랫폼으로 진출을 고려해도 5G는 활용도가 높다. 이미 5G는 세계적 추세로, 정부와 기업은 등 떠밀리듯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시대에 뒤쳐진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실적과 성과만 쫓는 결과는 뻔한 결말을 낳는다. 빨리 달릴수록 주변 풍경은 흐려지고 시야는 좁아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3.5GHz 주파수로 지난 4월 미국 통신사업자 버라이즌을 제치고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반면 버라이즌은 늦었지만, 현재 미국 내에서 28GHz로 5G와 해당 대역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에서 광고하는 초고속·초연결·저지연을 실현하기 위해선 28GHz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5G 단말기로는 3.5GHz 주파수에만 동작한다. 28GHz를 이용하기 위해선 단말기를 교체해야만 한다는 소리다. 애꿎은 서민의 지갑이 다시 열리게 생겼다. 내년에는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고객 간 '빠른 5G'와 '더 빠른 5G'로 양립할 수도 있다.

기업은 하루가 빠르게 변해가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 기밀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추진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내실을 다지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기업 간 과열된 경주에 고객들이 신(新)기술의 진통을 경험하는 '베타 테스터'로 남아선 안된다. 지난 25일에는 LTE 기반인 '아이폰 11'이 정식 출시됐다. LTE폰의 재림에 사람들은 연신 물음표를 찍었지만, 이는 곧 수치로 반증했다. 출시된 아이폰11 시리즈의 첫날 개통량은 전작인 아이폰XS·XR 시리즈보다 30%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호황에 이통3사는 "충성고객의 힘이 대단했다"며 일관된 답변을 내놨다. 사실 그 이면엔 고객의 '5G 불신'과 같은 불편한 진실이 감춰져 있는데 말이다. 

아이폰11 1호 구매자 송영준 군은 말했다.  그는 "제가 사는 지역에는 어차피 5G가 터지지 않아, LTE 모델로만 출시되는 점은 고려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송 군은 이통사들의 아픈 곳을  제대로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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