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분양가상한제로 바라본 부동산 풍경··· "이제 그만 내버려두자"
[기자수첩] 분양가상한제로 바라본 부동산 풍경··· "이제 그만 내버려두자"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19.11.07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분양가상한제를 서울 지역에 동 단위로 핀셋 적용한다."

정부가 강남 집값이 재건축 위주로 반등하자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사실 "그만 좀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잡는다고 잡히는 게 아니라는 걸 정부도 알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정부 입장을 공감 못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문제는 하루이틀도 아니었고 그만큼 사회적으로 폐단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소득의 양극화 즉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조장하는 게 부동산만큼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없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면 국민통합은 약화되며 저 출산의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쉽게 말해 부동산은 한국사회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각종 규제는 물론 이번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해 투기를 막아보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십분 공감한다.

그러나 정부가 간과한 게 있다. 하나는 국내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시장을 바라보는 국민의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동까지 발표했다. 이미 공인중계업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투자설명회를 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꼬듯 말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옆 동네 집값이 오를 거라는 '풍선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미 내성이 생겼고 이 내성은 그간의 학습에서 이뤄진 효과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규제를 가할수록 시장은 규제에서 또 다른 변수를 배운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각종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집값 안정화를 위해 시장 규제에 나섰다. "집은 주거 공간이지 결코 투기의 장이 될 수 없다"는 확고한 가치 철학이 바탕이 됐다. 실패를 거듭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시장을 잡겠다는 신념은 확고했다.

규제도 셀 수 없을 정도다. 나열해보면 6.19, 8.2, 9.5, 10.24(가계부채종합대책), 11.19 주거복지 로드맵, 12.13(주택임대 사업자 활성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 4.1 다주택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인상, 8.27, 8.29, 초강력 규제라 불린 9.13 대책, 주택 30만 호 공급이 주 골자인 9. 21 대책, 이달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이다. 정부 구상대로 부동산 시장이 잡혔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시장은 정부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잠시 집값 오름 현상이 주춤하다 이내 폭등했다. '언제나 늘 그랬듯' 말이다.

사실 정부가 잡히지도 않는 서울,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규제를 계속해서 가하는 것을 보면, 이 정도면 집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붙잡고 싶은 심정이기라도 하듯. 부동산 시장과 옛 연인의 공통점은 붙잡는다고 잡히지 않는다는 것과 다시 돌리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집은 서민들의 주거 공간'으로 치부해 각종 규제를 가하면 또 다른 변수가 생기고 이 변수가 투기를 조장하고 또다시 집값이 오르는 현상을 정부는 계속해서 간과하고 있다. 아니 모른 채하고 있다. 

정말 수없이 봐왔기에 "정부가 모른 채하고 있다"는 말이 가깝게 다가온다. 이런 방식의 규제는 집값을 내리는 데 효과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부작용만 낳는다는 것은 부동산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웬만해선 다 안다. 정부는 모른 채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더 솔직해지자. 그간 강남을 잡겠다고 떵떵거렸던 정부는 문재인 정부 외에도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 노무현 정부 등 각 정권마다 늘 공약에 나왔던 단골메뉴였다. 결과적으로 말만 앞섰지 강남을 잡은 정부는 하나도 없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자유경제논리에, 특히 국내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발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미국 비버리힐즈나, 맨해튼에 9.13대책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집값이 떨어지고 비싼 수요를 이기지 못한 거주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할까. 결코 그렇지 않을 거다. 오히려 시장에 왜 정부가 개입을 하냐며 비판의 목소리만 커질 것이다. 축구로 치면 심판의 위치에 있어야 할 정부가 편파판정으로 승부를 조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시장 집값이 폭등하면 옐로카드를 꺼내면 된다. 한 팀이 무조건 이기도록 레드카드를 남발하면 시장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 뻔하다. 

차라리 정부가 실패를 인정하고 이제부터라도 시장을 내버려 두면 어떨까. 서울, 특히 강남 집값은 비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강남은 수요는 한정돼있는데, 들어가려는 공급이 많아 경기가 호황일 때나 불황일 때나 비쌀 수밖에 없는 동네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딱 맞아 떨어지게 어느 나라건 그 나라 수도의 부동산은 비싸게 마련이다. 차이가 있다면 다른 나라는 인정하자는 분위기고 한국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은 이미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니 서울 부동산 시장을 휘어잡는다는 생각 말고 헤아리면 어떨까 싶다. 비버리힐즈나 맨해튼을 세계인들은 부자동네로 인식하고 있듯 강남을 '한국의 부자들이 사는 동네'로 인식하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서울의 여러 동네 이미지 중 하나로 인식하는 것도 큰 가치가 될 수 있다. '강남스타일'처럼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만리재로 14 르네상스타워 1506호
  • 대표전화 : 02-586-8600
  • 팩스 : 02-582-8200
  • 편집국 : 02-586-8600
  • 광고마케팅국 : 02-586-860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남현
  • 법인명 : (주)데일리경제뉴스
  • 제호 : 데일리e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5140
  • 등록일 : 2018-04-25
  • 발행일 : 2018-05-01
  • 대표이사/발행인 : 김병호
  • 편집인 : 정수성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김병호 02--586-8600 dailyenews@naver.com
  • 데일리e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데일리e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e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