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뜬구름 잡는 정부의 '자율주행 허가'··· "아직 멀었습니다"
[기자수첩] 뜬구름 잡는 정부의 '자율주행 허가'··· "아직 멀었습니다"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20.01.06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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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국내 도로는 다른 나라 도로에 비해 좁고 꼬불꼬불한 길이 많습니다. 아직까지 자율주행을 허가하기엔 위험요소가 따를 것입니다."

정부가 자율주행을 허가하면서 빠르면 7월부터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탈 수 있게 됐다. 세계 최초 지율주행 도입은 겉보기론 환영할 만하나, 그 이면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란 목소리가 높다. 국내 교통상황과 도로사정이 자율주행을 하기엔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통신호와 표지판은 복잡·다양하기로 유명하다. 더구나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길도 많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 최악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런 국내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진행하려면 그만큼 디테일한 기술 개발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알려진 바로는 자율주행에 대한 3단계 원론적 기술만 성공했을 뿐, 운전 중 돌발 변수에 대응할만한 어떤 기술력은 갖춰지지 않았다. 국내 자율주행 현실은 냉정히 말해 2단계에 머물러 있다. 3단계 기술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운전 중 우연찮게 발생하는 변수를 대처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솔직한 견해다. 7월부터 상용화하는 게 신뢰할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를 줄이려 도입한 이 자율주행 제도가 더욱 사고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한국과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비슷한 미국에선 지난해 11월 자율주행 테스트 중 도로를 횡단하던 보행자를 치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람보다 완벽하다고 자신했던 기계가 사고를 일으킨 만큼 미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미국도 한국처럼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기에 앞서 막바지 실험이 한창이었는데, 이 사고로 미국 내 모든 자율주행 테스트가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됐다.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미국은 자율주행 기술의 신뢰성 지적이 계속해서 뒤따르고 있다. 실제 미국은 지난 2018년 구글 자율주행차가 캘리포니아주에서 버스와 접촉사고가 발생했고, 그해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능을 시험하던 중 좌회전하는 컨테이너 화물차를 들이받아 운전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국내 상황은 미국보다 더욱 열악하다. 오히려 한국은 미국처럼 실전 도로 자율주행 조차 제대로 테스트하지 못한 실정이다. 제한된 연습 주행 공간에서 3단계 자율주행을 성공한 게 전부인데, 정부가 실전 테스트 없이 단지 연습 주행을 성공했다는 것만으로 자율주행을 허가해 준 것이다.

전문가들은 좁은 도로에서의 사고의 위험성, 복잡한 국내 신호체계의 미인식 우려, 혹은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보행자를 인지해 급제동을 거는 기술은 아직까지 미흡하다고 얘기한다.  여기에 폭우, 폭설, 먼지가 많은 오프로드, 어두운 심야 운전 등 여러 면에서 인지를 못하거나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국내 자율주행 기술력이다. 완벽한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정확히 말해 국내는 자율주행 2단계를 끝마쳤고, 완벽한 3단계를 위해선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무리 봐도 7월로는 시간이 부족하다.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히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자율주행 상용화를 허가한 꼴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자율주행 상용화를 바랐던 것은 기업이 아닌 정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자율주행 범위를 계속해서 점검했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마자 자율주행 상용화를 깜짝 발표했다. 자율주행 상용화에 대한 정부 바람이 기업 입장에선 독촉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시험단계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바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연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 개발된 자율주행 시스템이 오히려 교통사고 걱정을 더욱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가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안전을 위해서라도 올해 자율주행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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