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전남 등 남부지역 중심으로 가뭄 심화...생활용수 제한까지
북반구 국가들이 또다시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 남부 피레네-오리엔탈레스 지역에 오는 10일부터 공식적인 가뭄 위기가 선포되면서 세차, 정원 물주기, 수영장 채우기 등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BBC가 최근 보도했다.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베슈 생태전환부 장관은 가뭄 위기 선포 발표 이후 "우리는 풍요로운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지난해 여름 가뭄으로 저수지가 바닥을 보이며 100개 이상의 도시에 수돗물이 끊기는 등 큰 피해를 입었고 올해 초에는 사상 처음으로 31일 동안 비가 내리지 않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올 3월 '2030년까지 물소비 10% 절약'을 목표로 농업·에너지·관광을 비롯한 다양한 부문의 물 소비 방식을 바꾸고 과하게 사용할 경우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등 50여 가지 대책을 소개하며 국가 물관리 계획을 통해 절수를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가뭄 위기 선언은 프랑스에서 4번째이며, 이외 40여개 지역 또한 '경계' 단계에 해당돼 프랑스 전역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프랑스 정부 발표에 따르면 4월 1일 기준 전국 지하수의 75%가 저수위이며 이는 1년 전 58%에서 빠르게 오른 수치다.
이 뿐 아니라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최악의 가뭄으로 큰 피해를 겪고 있다. 스페인은 올해 기록 작성 시작 이후 가장 덥고 건조한 4월을 보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베네치아 운하가 말라붙기도 했다.
2022년 8월 세계가뭄관측(GDO)은 유럽에서 기후 위기로 극심한 가뭄이 덮친 지역이 3분의 2에 달해 500년 만에 최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러한 가뭄은 국내에도 큰 피해를 끼쳤고 특히 전남을 비롯한 남부지방에는 생활용수 제한까지 초래했다.
특히 지난해 8월에 광주 전남 일대 생활·농업용수 공급원인 순천 주암댐을 비롯해 광양 수어댐, 경남 합천댐 등 저수율이 30%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직전해의 절반 수준이다.
전남 완도 등 일부 섬지역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제한 급수가 최근까지 지속됐다.
완도지역은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보이면서 지난해 3월 10일부터 제한급수를 실시해 왔으며 1년 2개월 만에 제한급수 조치를 해제하게 됐다.
직전 6개월의 강수량이 평년의 65% 이하인 기상 가뭄이 광주 전남 지역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누적 강수량도 평년의 60% 수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5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 닥쳤다.
한편 가뭄은 기후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더 잦아지고 심해질 전망이다.
세계기상특성(WWA)은 지난해 10월 "기후 위기가 올해 미국, 중국, 서유럽 등 북반구에서 발생한 수준의 극심한 가뭄 발생 빈도를 20배 이상 높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어 "현재의 온난화가 더 악화되지 않고 유지될 경우 극심한 가뭄이 20년에 한번씩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간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400년에 한번으로 빈도가 줄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문에 참여한 도미니크 슈마허 교수는 온난화가 더 진행돼 온도가 0.8℃ 더 올라가면 올해와 같은 가뭄이 북반구에서 매년 발생하고 서유럽에서는 10년에 한번꼴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