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전면 금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사모펀드, 벤처 캐피탈 등 미국의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3개 분야 투자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번 명령에 따라 미국 기업이 해당 분야에서 중국에 투자하려면 미 정부에 투자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투자 금지 등 결정권은 미 재무장관이 갖는다. 미 재무부의 결정에 따라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가 금지될 수도 있고, 일정 부분 허용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국의 군사 기술에 활용될 소지가 있는 기술개발에 미국 자본의 투자를 막은 것으로 해석한다. 앞서 미국은 중국 자본의 미국 첨단기술 투자를 금지했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도 통제에 나섰다.
일련의 조치가 가동되면 중국은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개발이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패권)를 노리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는 있지만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 등 칩4가 힘을 합쳐 중국의 반도체 숨통을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 금지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나 기준은 발표하지 않았다. 백악관, 재무부, 상무부 등이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짜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다른 나라의 중국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안보 위협국으로 규정하고 한국, 일본, 대만, 호주, 유럽연합 등 동맹국에 중국을 제재하는데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동맹국들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중국에 투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 금지는 정치적, 경제적 결정이 아니라 안보 차원의 결정이라고 미국은 강조한다. 또 중국을 서방에서 떼어내고 고립시키는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는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은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 호주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데 적극 동참해 주길 바라고 있는데 우리 기업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한국이 중국 견제에 본격 나서면 중국은 한국에 무역 보복을 하거나 단체 관광을 또 중단시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지금은 초기에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만 금지했지만, 외국 기업의 투자까지도 규제할 시간이 결국은 온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유럽연합 등과 심각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의 미국 내 연구와 생산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자동차 회사, 배터리 회사들이 미국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는 것도 바이든 대통령의 공급망 강화 정책에 따른 것이다.
투자 금지가 미국 기업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기업의 일, 한국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우리 정부와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