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오늘부터 수술실 CCTV 설치, 약인가 독인가
[김병호 칼럼] 오늘부터 수술실 CCTV 설치, 약인가 독인가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3.09.25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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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폐쇄회로TV(CCTV) 설치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의사와 환자의 입장이 다르고, 일반인들도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 설치가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고, 의사를 감시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사람 수만큼이나 반응이 다를 것이다.

찬반 논란 속에 25일, 오늘부터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할 때는 CCTV를 설치해야 한다. 또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의료법 개정에 따른 조치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지난 2016년 권 모씨가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었는데 이게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고, 성형외과 원장은 3년 형을 선고받았다. 죄목은 과실치사 등의 혐의다.

규정에 따르면 CCTV 촬영은 환자와 수술에 참여한 사람이 모두 나와야 하고, 수술 장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미리 알린다. 촬영된 화면은 수사나 재판, 의료 분쟁이 있을 때 공개한다. CCTV 영상을 유출.누출.변조.훼손하면 5년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처벌이 무겁다.

이렇다 보니 의사들은 CCTV 촬영으로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가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의료진의 초상권이 침해된다고 말한다. 직업수행의 자유 등 의사의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수술실 촬영에 부정적이다.

반면 환자들은 CCTV 촬영을 적극 환영한다. 영상 보존기간 30일은 너무 짧다고 말한다. 분쟁의 증거로 삼으려면 보관 기간이 더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응급수술,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 수술, 전공의 수련목적을 저해하는 수술은 예외로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데 예외가 너무 많다고 반발한다.

의사와 환자의 생각이 다른 것은 잘못된 게 아니다. 서로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기 때문이다. 수술실 촬영은 민감한 문제로 정부가 법을 개정했지만 양쪽의 의견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수술실 촬영이 의사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일거수일투족이 영상으로 남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문제가 됐던 수술실 생일파티나 이방 저방 옮겨 다니는 메뚜기 수술, 의사가 아닌 사무장 등의 수술 등은 없어질 것이다. 보는 눈이 많아 수술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대신 환자의 인권이나 권리는 촬영을 하지 않을 때보다 향상된다고 봐야 한다. 환자를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고, 이따금 말썽이 된 성추행 같은 허튼수작도 없어질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선 촬영이 더 좋다.

수술실 촬영은 선진국에서는 흔히 하는 일이다.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전혀 새로운 제도를 우리가 맨 먼저 도입하는 게 아니다. 보편화된 일을 한국에서 늦게 시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논란도 있고, 긍정적 측면도 있고 부작용도 있다.

그럼에도 일단 시작했으니 의료법 규정대로 시행해보고, 문제가 발견되면 그때 가서 보완하고, 개선하면 된다. 수술실 촬영은 새로운 제도라 초기에는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제점을 개선될 것이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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