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열파로 대게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 급증했으나 먹이는 줄어
기후변화로 대게의 개체 수가 급감,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연구진은 최근 알래스카 지역의 수온이 상승하며 대게의 먹이가 부족해지며 개체수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수온 상승은 지난 2018년 발생한 해양 열파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열파는 일명 바다의 폭염으로, 비정상적으로 계속 높은 수온이 5일 이상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해양열파가 발생한 2018년, 베링해 해저온도는 최초로 4°C를 웃돌았고 생태계 전반에 혼란을 초래했다. 이같은 해양열파는 기후변화가 심화되며 잦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양열파는 해양생물, 특히 대게의 신진대사를 방해해 열량소모를 늘린다. 반면 수온 변화로 대게의 먹이는 줄어들며 필요한 칼로리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굶어 죽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해양열파는 대게 자체의 서식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게는 수온 2℃ 미만인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냉수 어종이다. 이중에서도 해빙이 녹아 형성된 차가운 물에서 살던 베링해 대게가 해빙이 형성되지 않으며 살 곳이 없어진다.
이전까지는 대게의 남획이 생태계 파괴와 개체수 감소의 원인으로 꼽혀왔으나 이같은 연구 결과로 기후변화, 해수온도 상승의 영향이 더욱 컸다는 평가다.
또한 기후 변화로 온도 변화에 따른 온도장벽이 무너지면서 북상해온 대구가 게를 잡아먹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책임자 코디 슈왈스키는 "대게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알래스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기후위기가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한 NOAA 연구원은 “바다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과잉 열의 90%를 흡수한다”며 북극의 온도가 다른 지역의 온도보다 4배나 더 빠르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베링해역에서 대게 개체수는 지난 2018년 80억마리에서 지난 2021년 10억마리까지 급감해 지난 1975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적은 수의 대게 개체 수가 기록됐다.
지난해 처음으로 대게잡이를 금지한 데 이어 이달 초 수산국이 다시 어장을 폐쇄했다. 1억5000만달러(2028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알래스카 지역 주요 산업인 대게잡이가 대게 개체수 감소로 인해 금지되며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으로 이어졌다.
코디 슈왈스키는 "첫 조사였던 지난 2021년 데이터를 보고 다음 해에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했지만 지난해 데이터를 보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을 알게됐다"며 "장기적으로는 얼음이 줄어들면서 대게 개체수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베링해 동부에서는 더 이상 대게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을 발표했다.
[데일리e뉴스= 곽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