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를 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2부는 지난 5일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정의 불법 행위나 배임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검찰의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 미래전략실의 최지성·장충기 등 고위 임원과 10명의 직원도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회장 재판은 기록도 많이 남겼는데 2020년 9월 1일 검찰이 이 회장을 기소한 지 1252일, 약 3년 5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107차례 재판이 열렸는데 이 회장은 96차례 법정에 출석했다. 검찰의 수사기록은 19만 쪽이나 된다.
기록은 또 있다. 법정에 제출된 증거가 2만3000개, 법정에 나온 증인이 80명, 검찰의 공소장 분량도 133쪽이다. 숫자로만 봐도 재판이 얼마나 지루했는지 알만하다.
지난 2015년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3주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두 회사를 합병했는데 2016년 12월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이후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결국 법원의 무죄판결이 났다.
이번 판결은 삼성뿐 아니라 재계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는데 법원이 전면 무죄를 선고하면서 재계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그동안 96차례나 재판에 출석하느라 경영에 지장도 많이 받았다. 다행히 이날 19개 혐의가 다 무죄판결이 나면서 7년에 걸친 사법리스크가 해소됐고, 이제 부담감을 덜고 삼성을 삼성답게 하는 ‘뉴삼성’ 추진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이 회장이 주기적으로 재판을 받느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유망 기업 인수에도 탄력이 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지만 이 회장이 재판받느라 기업 경영에 전념할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회장은 재판을 받으면서도 3년 전 코로나19 대응에 큰 힘을 보탰고, 지난해에는 비록 고배를 마셨어도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세계를 돌며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삼성이 잘 나간다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게 아니다. 반도체 시장이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고, 휴대전화도 미국 애플과 중국 화웨이 등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고, 이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 삼성의 경영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투자와 경영혁신이 계속 일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우선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에 내준 1위를 탈환해야 한다. 휴대전화도 글로벌 지배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큰 과제를 이 회장의 결단으로 풀어가야 한다.
다만 검찰이 법원의 1심 재판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항소할지는 입장이 분명하지 않은 데 항소한다면 재판은 6~7년 또 계속된다. 이 경우 이 회장의 행보는 다시 제약을 받아야 한다.
이 회장은 삼성을 책임지는 경영인이면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고 버팀목이다. 정부든 시민단체든 이제 이 회장이 경영에만 전념하게 해야 한다.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이상 더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