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흔히 쓰는 말이다. 그만큼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인재'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국내법원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영업비밀 침해가 전혀 없었다는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은 결국 법원이 판가름하게 됐다.
배터리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중요한 산업이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기술력 확보는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핵심이다. 이렇다 보니 인재 채용이 더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이번 분쟁도 결국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제는 두 회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분쟁을 벌이는 사이 경쟁사들은 연구·개발(R&D)에 속도를 올리며 치고 나가려고 할 것이다. 인재 확보가 중요하지만 소모전으로 괜한 힘을 뺄 수도 있다. 물론 SK이노베이션이 인력을 빼간 것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지만 그렇지 않고 자발적인 이직이라고 하면 LG화학도 떠나간 직원들에 대한 아쉬움을 접고 새로운 인재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두 회사의 대표이사가 만나거나 그룹의 총수가 직접 나서 평화조약을 맺는 것도 필요할지 모른다. 두 사람이 만나 인위적인 인력 빼가기를 멈추고 각자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사협정을 맺으면 회사를 옮길까 하는 마음을 갖고 있던 이들도 마음을 돌릴지 모른다. 그만큼 인력 빼가기는 산업 모든 부문에서 민감한 화두인 만큼 총수들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지 모른다.
비전과 대우가 더 좋은 회사로 옮기는 것은 전적으로 직원 본인들에게 달렸다. 경쟁사지만 더 좋은 대우를 해준다면 옮기는 것이 직장인들의 최대 로망이기도 하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대우가 좋지 못한 곳을 억지로 다니는 것만큼 고역인 것도 없을 터. 시장경쟁 체제에서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것은 직장인의 희망 중 하나다. 이익을 위해 회사를 옮기는 것이 더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어쨌든 이번 인력 빼가기 공방으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감정은 악화될 대로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에서 패하는 곳은 그 이름에 흠집이 날 수 있다. 드러난 것이 두 회사지만 더 많은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만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법적공방이 빠르게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아니 더 나아가 두 회사의 극적인 신사적 타협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