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유플러스 5G-V2X, '자율주행'이라 쓰고 '수동주행'이라 읽어야 할까
[기자수첩] LG유플러스 5G-V2X, '자율주행'이라 쓰고 '수동주행'이라 읽어야 할까
  • 천선우 기자 bluecat@dailyenews.co.kr
  • 승인 2019.10.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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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천선우 경제산업부 기자

[데일리e뉴스= 천선우 기자] 10일 서울 마곡 LG 사이언스 파크엔 기자들이 운집했다.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로 5G-차량사물 간 통신(Vehicle to Everything, V2X)의 검증에 나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자율주행 실증은 LG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관심을 모았다. LG전자는 단말기 제작지원 등 선봉장 역할을 맡았고 LG CNS는 지능형 교통체계(C-ITS)와 관련한 관제 데이터 플랫폼 제공, LG 이노텍은 전반적인 모빌리티 소재부품 협업 등 말 그대로 LG 사단이 총출동했다. 

LG그룹이 이처럼 자율주행 시연에 목을 맨 것은 5G-V2X에 있다. 그간 자율주행 영역은 차량 센서 기술에 대한 영향이 컸다. 최근 자율주행 기술 분야는 라이다(빛 입자를 이용한 거리 감지), 레이더(전자파를 이용한 거리 감지)를 통한 주행시연이나 5G-V2X의 경우 버스를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시도돼왔다. 이에 5G 통신 기반으로 일반 차량이 일반도로에 실증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도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파열음이 일었다. 이날 LG유플러스는 자율주행의 본격적인 시연에 앞서 앱을 통한 '원격호출'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5G-V2X 단말기가 탑재된 제네시스 G80는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기존에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10분 이내로 도착해야 될 차량이 17분이 지나도록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순종 LG유플러스 기업기반사업그룹장은 "강서경찰서의 협조를 받아 구간 통제된 상태에서 시연하려고 했었는데 확보를 못했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그는 "9일은 차량이 많지 않았는데 이날(10일)은 차량 이동이 많아 통제가 어려웠다"며 "완벽한 시나리오를 구현하려다 보니 차량을 원위치시키는 과정에서 늦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상황 변수를 제한 없이 능동적으로 감지하고 반응하는 것이 5G-V2X 기술의 핵심이다.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면 안 되고, 차량이 별로 없을 경우만 작동한다는 것은 실증에도 사용 못 할 미숙한 기술을 의미한다. 아울러 시나리오대로만 반응하는 주행 시연을 자율주행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왕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거였으면  보다 철저했어야 했다.

LG유플러스가 준비한 희극일지 비극일지 모르는 스토리는 마침내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했다. 이날 5G-V2X의 원활한 작동, 즉 주변 교통 인프라와 얼마나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지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런데 지능형 CCTV가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과정이 늦었는지 자율주행차량이 코앞에서 보행자(마네킹)를 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편의성과 안전이 최우선시돼야 할 자율주행에 빨간불이 켜지는 순간이었다.

한편 이를 해명하는 답변은 전혀 예상 밖이다. 강종오 미래주행 담당은 "담당 요원이 (안전상의 문제로) 언제 마네킹을 밀어야 하는지 타이밍을 몰라 당황하다 뒤늦게 민 부분이 문제였다"고 답했다. 마치 '주어진 각본대로만 이뤄졌어야 했다'는 식의 상황묘사로 들렸다. 실제로 입력-반응의 음성 데이터만 주어진 시간대에 송출되게끔 만들어놓고, C-ITS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의심된다. 

최주식 부사장은 "기술문제보다는 상황적인 문제가 있었다. 어제 기자들 몇 분 오셔서 사전주행 해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율주행 시연은 5.9GHz 주파수를 사용해야만 가능하다. 서울시에서 사용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초 5.9GHz 주파수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기초적인 준비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 미리 주어진 보도자료에는 5G-V2X 세계 최초 검증, 차량과 주변 인프라의 원활한 상호작용 등이 언급돼 있다. '검증'이라 해놓고 정작 시연에는 변수가 많다며 이를 양해해달라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율주행은 자주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달린다. 이날도 역시 그랬다. 상용화는 머나먼 일이기에 각 이동통신사는 형식적인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다. 이동통신사 간 자율주행 시연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 대다수다. 검증을 함에 있어 방식이나 기준점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차량용단거리통신기술(DSRC/WAVE)과 셀룰러(C-V2X) 표준 규격 정립이 하루빨리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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