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가 '철수'를 대체한 건설현장··· 해법은?
'찰스'가 '철수'를 대체한 건설현장··· 해법은?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19.10.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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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기반 붕괴는 물론 국내 건설기술 유출까지 우려
내국인 노동자 전문성 길러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대한민국 건설현장은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일자리 잠식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구의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벌어진 집회 모습. (최형호 기자)
대한민국 건설현장은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일자리 잠식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23일 구의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내국인 근로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최형호 기자)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국내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불법 외국인 노동자 추방 및 내국인 근로자 확대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며칠 동안 이어갔다. 숙련도 낮은 외국인 노동자와의 기술력 부족은 물론 내·외국인 근로자 사이의 의사소통 부족으로 인해 공사 진행도 매끄럽지 못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사측은 노조 측이 주장한 불법외국인 노동자 정리, 내국인 근로자 현장근무 보장 등을 수용하며 파업은 종결됐다. 하지만 공사진행의 차질을 막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이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내 건설현장은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일자리 잠식이 심각한 상황이다. "외국인 불법 노동자들이 없으면 공사가 진행되기도, 진행되지 않기도 한다"는 푸념 섞인 농담이 공사 현장마다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건설현장에 외국인 근로자 공급 과잉 현상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인 근로자보다 외국인 근로자 수가 더 많은 실정에 이르렀다.. 

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취업 비자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는 101만8419명에 달했다. 관광 비자를 받고 들어오거나 취업 체류 기간이 지났는데도 눌러앉은 불법체류자 32만 명(법무부 집계)을 합치면 전체 외국인 근로자 숫자는 130만 명이 넘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은 건설현장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 간 저가 낙찰로 인한 노무비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건설사들 또한 인건비가 비싼 내국인 근로자보다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건설현장에서 내국인 근로자는 갈수록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워나가고 있다.

공사 현장에서 내국인 근로자들이 외국인 근로자 추방을 외치며 시위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2010년부터 외국인 노동자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하며 인건비 하락을 부추겼다.

법무부는 합법적으로 고용이 가능한 최대 외국인 일자리는 최대 7만 명에 불과하지만 현재 건설업계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24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과도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건설 기술력 부족으로 인한 숙련 기반 붕괴는 물론 국내 건설기술 유출까지 우려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내국인 근로자 A씨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 공사현장에서 숙련도는 물론 의사소통도 잘 안 되는 외국인들과 공사를 진행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며 "상황이 이러면 공사 지체는 물론 내국인 근로자들의 입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도 내국인 근로자를 늘리고 싶어도 한정된 예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갈수록 늘어난 데에는 건설산업의 '비정상적인 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건설산업은 대형건설사가 하위 건설사에게 도급을 맡기는 '하도급' 구조다. 시공사인 대형 건설사는 저가를 제시한 하도급업체에 일을 맡긴다. 결국 하도급업체는 저가 낙찰 경쟁으로 인한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싼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내국인 근로자는 건설현장에 설 자리가 없어지는 구조가 돼버렸고 밖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내국인 근로자들은 "외국인 노동자 추방"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 상황에 처했다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질수록 공사 진행률은 더뎌진다는 데 있다. 엄밀히 말해 외국인 노동자들은 숙련된 기술공이 아니어서 국내 건설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날수록 협업이 필요한 공사현장에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공사 진행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근로자 B씨는 "공사경험이 별로 없는 미숙한 외국인 노동자가 현장에 투입되면 품질 저하는 물론 날림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며 "심지어 마감공사는 숙련공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한데, 미숙한 외국인 노동자로 대처된다면 부실공사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명지대 산학협력단의 '건설업 취업 동포적정 규모 산정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들이 느끼는 숙련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공사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은 숙련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39.8%, 약간 부족하다는 응답도 23.5%였다. 여기에 외국인근로자 중 중장비를 다루거나 도면을 보고 동료에게 작업을 지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지난해 기준 1600여 명 내외로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구경수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타워크레인분과 조직국장은 "지난 7월 양대노총(한국·민주노총)을 포함해 대한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 국토부, 노동부 등이 모여 노사정 협정을 맺었고 외국인 노동자 근절은 물론 다단계 하도급을 없애자는 게 주 골자였지만 현장 내에선 이런 협약이 지켜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건설 산업의 지속발전을 위해선 노사정 협약이 지켜지는 것은 물론 내국인 숙련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에게 적정한 임금을 보장해 전문성을 길러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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