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지켜보겠다"지만
[기자수첩]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지켜보겠다"지만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19.11.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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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글쎄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HDC 컨소시엄)이 선정됐다는 소식에 대한항공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상황을 지켜본다고 했다. 국내 항공업계의 판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면서도 정작 변화에 맞서야 할 대한항공은 표면적으론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오히려 대한항공이 줄곧 국내 항공 시장을 독점해오다시피 한 만큼 이번 인수에도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표현을 묵묵부답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느긋한 모습이지만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가 이뤄지면 예전 명성을 되찾는 것은 시간문제란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인수로 약 2조원 넘는 돈이 회사 경영 정상화하는 데 투입된다. 여기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신형 항공기, 서비스 분야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초우량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높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더 나아가 아시아나항공을 항공업계 국내 1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는 대한항공 독점체제가 아닌 예전처럼 '대한항공 vs 아시아나항공'의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까지만 해도 대한항공보다 규모는 작아도 서비스나 품질 등에서는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에도 규모 면에선 대한항공에 크게 밀렸지만 뛰어난 기내 서비스와 품질로 이를 만회했다. 승객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를 타는 것이 대항항공기를 타는 것 못지않게 자랑스럽게 여길 정도였다. 90년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을 겨냥해 논란이 됐던 "1등급 서비스를 받으시겠습니까, 3등급 서비스를 받으시겠습니까"란 광고도 서비스만큼은 대한항공 보다 우위에 있음을 자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스카이트랙스 선정 '2010 올해의 항공사'를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 항공사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는 항목에 최고등급인 '5성급'을 받은 항공사도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채무는 갈수록 쌓여갔고 지난 2017년 박삼구 회장 성추행 의혹과 기내식 논란이 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그럼에도 HDC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명가 재건의 희망을 바랄 수 있게 됐다. 정몽규 회장이 기내 서비스만큼은 투자에 인색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서비스와 품질 면에서 노하우를 쌓은 아시아나항공이 재건하는 일은 시간문제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에서 크게 줄어들었을 뿐 매출은 계속해서 늘려왔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아시아나항공의 매출 증가율은 23%. 반면 대한항공의 매출 증가율은 12%로 대한항공과 비교해 두 배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을 보면 대한항공과의 큰 차이를 보인다. 대한항공이 영업이익이 1조1600억원에서 6700억원 수준으로 줄 때 아시아나항공 영업이익은 5700억원에서 –350억원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느는 데 영업이익이 적자가 난 데에는 그간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에서 번 돈으로 그룹의 적자를 메워왔다. 이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투자에 소극적이었고, 그 결과 강점인 기내 서비스와 품질 면에서 예전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번 인수로 비용 관리에 대한 안정성이 높게 이뤄지면서 꾸준한 매출 성장을 통한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정몽규 회장의 기내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약속받아 명가 재건은 시간문제가 됐다.

시각을 달리 하면 대한항공이 강 건너 불구경 하 듯 뒷짐만 지고 있을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대한항공이 국적 항공사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현재에 만족하는 기업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기업에 뒤쳐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도 이번 인수를 간과해서 안 된다. 분명 대한항공도 이번 인수에 영향을 받아 더 과감하고 차별성 큰 전략으로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본다. 긍정적인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회복으로 인해 국내 항공업계는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1류·3류 항공사로 싸우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발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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