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항공업계, 다시 비상할까?
추락한 항공업계, 다시 비상할까?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19.11.1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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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뺀 나머지 항공사 모두 적자 기록
저가항공 3개사 유입 '포화'··· 내년도 안개 속
인수·합병 등 시장 재편이 '최선의 방법' 의견도
항공업계가 지난1·2분기에 이어 이번 3분기에도 대형사, 저가항공사 할 것 없이 모두 적자 전환하는 등 위가를 맞았다.
항공업계가 지난1·2분기에 이어 이번 3분기에도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들이 적자 전환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항공업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1·2분기에 이어 이번 3분기에도 대한항공을 제외한 항공사 모두 적자 전환했다. 여행수요가 많을 것을 대비해 무리하게 항공기를 늘렸고, 한·일 관계 악화, 보잉사 사태까지 이어지는 등 연이은 악재에 따른 결과다. 더욱이 연이은 악재들이 내년에는 더욱 복합적으로 작용해 항공사의 위기가 더욱 가시화될 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항공업계의 위기는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8개 항공사 실적을 보면 대한항공은 3분기 매출 3조2830억원, 영업이익 11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7%, 영업이익은 70% 급감했다. 그나마 적자전환은 면했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영업손실 57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영업이익 971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도 1조83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영업손실 1241억원)에 이어 분기 연속 큰 손실을 냈다. 영업손실 규모가 커지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직원에게 무급휴직을 통보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또한 영업손실 17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영업이익 378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고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각각 131억원,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티웨이항공도 102억원의 영업손실을, 비상장사라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이스타항공·에어서울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선 이 갈은 악재가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들어 환율 상승에 고유가까지 겹쳤고 항공사 간 과잉경쟁으로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여행객은 늘고 있지만 경쟁 과열로 평균 항공 운임이 떨어졌다. 실제 각 항공사들은 수요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무리하게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며 단가를 낮췄다. 이 때문에 매출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일 갈등으로 일본 여행 보이콧 운동이 일어났고, 지난달 보잉 비행기 사태까지 모든 악재가 올해 한꺼번에 터지면서 항공업계는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항공업계는 이런 악재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일본노선 수요 급감의 장기화, 국제유가 폭등과 같은 악재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설명이다. 악재가 겹치면 항공사 간, 혹은 대기업과 항공사 간 인수합병도 시간문제란 전망도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으로 인해 위기를 맞은 항공사들이 '눈물 젖은 빵'만 먹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내년 항공업계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면서도 "올해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이뤄졌고 이를 통해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항공사는 인수합병 등 다른 출구 전략을 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위기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년에는 각 항공사 간 인수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내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몇몇 저비용항공사(LCC)는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대표적으로 이스타항공은 '위기극복을 위한 대응 TF팀'을 구성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여행객 감소와 지난해 사고 여파로 보잉 기종인 '맥스 8'운항이 중단됐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희망자들에 한해 직원 무급휴직을 시행 중에 있다. 3분기 매출도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울 거뒀고, 현재는 회사의 존폐 위기까지 논할 상황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LCC 1위 제주항공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최근 제주항공 수뇌부들은 비용을 30∼40% 줄이기 위한 긴축 경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올해 여행 수요객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6개의 비행기를 들여왔다. 그러나 공급 과잉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하자 긴축 경영 체제로 돌입한 것이다. 위기 타개를 위해 노선 확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로를 개척해야 하는 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비행기를 늘리거나 노선을 확대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우선 한일 관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태고 기존 동남아 노선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항공사들이 정확한 수요 예측을 하지 못한 것도 피해를 크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예측이 부정확한 상태에서 항공사들은 여객기를 무리하게 늘렸고 결국 탈이 났다는 것.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해외를 다녀온 여행객 수를 보면 항공기 이용객은 6156만 명이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지만 증가폭은 역대 최저치다. 매년 상반기 기준으로 항공기 이용객은 2015년 4350만 명을 기록한 이후 2016년 4980만 명, 2017년 5308만 명, 지난해 5807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전년 대비 증가폭을 보면 2016년에 전년 대비 630만 명이 늘어난 이후 2017년(328만명), 2018년(499만명)을 거쳐 올해는 증가폭이 349만 명으로 2016년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항공사들은 매년 항공기를 늘려 왔다. 상반기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공급석은 3747만 석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2% 늘었다. 그러나 실제 국제선 탑승객은 3105만명으로 이 기간에 6.8% 증가하는 데 그쳤다. 탑승률은 지난해보다 1.1%p 줄었다.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플라이강원 등 올해 신규 저가항공사 3곳에 항공운송 면허를 추가 발급해 준 것도 항공업계에선 우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기존 항공사들은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행객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청주공항, 무안공항 등의 노선을 줄이거나 아예 빼버리는 추세다. 이미 시장은 레드오션된 상황에서 신규 항공사까지 들어오면 국내 항공 산업은 제로섬 게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업계는 내년 항공업계 전망에 대해 '적신호'라고 평가하면서도, 시장 재편에 대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 만큼 미국, 유럽 등에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항공업계는 일본 여행객 감소, 홍콩 사태 등으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못 따라가는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도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항공사 수요 감소에 따른 비용 증가가 현재보다 더욱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도 항공사 수요가 공급에 못 미치자 정부가 나서 항공사 간 인수 합병을 추진하는 등 재편을 추진했고 안정화가 이뤄졌다"며 "국내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시장 재편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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