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토부의 항공면허 남발, 항공업계 죽인다
[기자수첩] 국토부의 항공면허 남발, 항공업계 죽인다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19.11.20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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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호 경제산업부 팈장.
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국토부가 항공업계의 '기형적인 구조'를 조장하고 있다."

모 항공업계 관계자가 이 말을 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활성화로 인해 기자 같은 사람도 해외여행을 취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기자는 여행을 좋아한다. 일상을 탈출해 설레는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이 여행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건전한 일탈을 꿈꿀 수 있게 한 데는 저비용항공사가 큰 몫을 했다. 저비용항공사가 서로 가격경쟁을 벌이며 소비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요금으로도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실제 최근 발표된 항공운송여객동향에서 국내 여행객 수가 5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데는 저비용항공사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적당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토부로부터 운행 허가를 받고 운영하는 국내 항공사는 8개 업체이지만 신규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형 항공사에서 저비용항공사를 따로 출범하고, 사업성이 클 것이란 판단에 따라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고 항공사를 차리려 한다. 해외 여행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항공사들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다.

국토부는 최근 신규 항공사 2~3곳에 항공운송면허를 허가해 줬다. 물론 이 중 일부는 회사 내부 문제로 항공사 면허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돼 '과포화 상태'로의 진입은 일단락된 모양새다. 하지만 국토부가 항공 운송 면허를 남발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8개 항공사들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업계의 맏형인 대한항공마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70% 감소했으며 모 저비용항공사는 사업 부진에 따른 실적 저하로 아예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위기에 처한 항공사들은 항공료를 '떨이' 수준으로 낮춰 많은 승객들을 유인할 수밖에 없게 되고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심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항공사들은 낮은 항공료를 책정하는 대신 수하물이나 좌석 등에 추가 비용을 부과해 승객 입장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국토부가 항공업계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국토부의 항공 운항 면허 추가 발급은 국내 항공업계의 성장에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마진이 남아야 장사도 하는 것인데, 피 터지게 싸우고 이익은커녕 "적자만 면하자"는 구조가 형성되면 누가 장사를 이어갈 수 있겠는가. 이 같은 상황에서 신규 항공 허가를 남발하기 보다는 항공업계 현실을 고려하는 게 국토부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현재 국내 항공업계는 가뭄에 허덕이는 정글과도 같다. 이미 포화상태인 정글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면 기존의 생태계는 큰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한정된 수요 안에서 서로 타협하고 이익을 얻는 것이 경쟁이다. 너무 많은 수요 안에서 한정된 공급을 쟁취하기 위해 서로의 배려 없이 피 터지게 싸우는 건 약육강식의 세계인 '동물의 왕국'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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