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구현모 사장에게 필요한 건 '전철부답'과 '혁신'의 자세다
[데스크 칼럼] 구현모 사장에게 필요한 건 '전철부답'과 '혁신'의 자세다
  • 전수영 기자 jun6182@dailyenews.co.kr
  • 승인 2020.01.13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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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영 경제산업부장
전수영 경제산업부장

[데일리e뉴스= 전수영 기자] KT가 설을 앞두고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망가질 대로 망가진 KT의 부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미래가 걸릴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이동통신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수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점을 봐왔기에 과감한 개혁을 시도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첫 번째는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 후보 본인에 대한 것이다. 현 황창규 회장은 재임 동안 KT의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칭찬을 받았다. 동시에 자신의 측근들을 KT와 그룹사 요직에 앉히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측근들을 중용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전문성이 깊지 않은 인물을 요직에 앉혔다면 그건 문제다. 또한 황 회장은 전임자인 이석채 전 회장이 벌여놓은 문어발 계열사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그나마 본연 사업과 관계가 크지 않은 계열사를 매각한 것은 잘한 것이지만 이를 본인의 실적으로 부각한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구 사장이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도 아킬레스건이다. 자칫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올 경우 KT는 또다시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앞서 차기 회장 후보로 여러 인사의 이름이 거론됐을 때도 구 사장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향후 법원 판단에 따라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구 사장이 최종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황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구 사장이 아니라고 해도 그는 황 회장 재임 동안 요직을 거쳤다. 당연히 능력을 인정받아 최종 후보로 선정됐겠지만, 황 회장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에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그동안 여러 방면으로 KT 구성원들과 접촉했었지만, 누구 하나 당연한 결과라고 즉답하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두고 보자는 태도가 대부분이었다.

구 사장 후보가 진정한 수장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조만간 단행할 인사가 시작일 것이다. KT는 우리나라 기간통신사업자이자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업 중 하나다. 그만큼 혁신적인 사고가 행동이 필요하다. 그동안 겉으로는 많은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사업예산을 받아놓고도 사업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었던 적도 있다. 잘못되면 모든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한다는 생각에 과감한 시도를 해보지 못했다. 모험정신과 도전의식이 강했던 KT가 눈치만 보는 조직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패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중견 국회의원도 "KT가 대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정도다.

구 사장이 진정 KT를 아낀다면 사업 실패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재도전할 수 있는 DNA를 심어줘야 한다. 개혁을 적임자라고 판단하면 구석에 내몰려 있는 인물이라도 손을 잡아야 한다. 반면 자리에 연연하며 영달을 추구한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사람이라도 KT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내쳐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구 사장 본인도 철저한 자아성찰을 해야 한다.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 KT의 발전에 저애가 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하고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이를 빨리 고쳐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삐걱거리면 남은 임기 동안 KT는 더 망가질 수 있다.

아울러 구 사장에겐 전철부답(前轍不踏)의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 KT 구성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몰라서 못 고친다면 옆에서 알려주면 되지만 알면서도 안 고친다면 어느 누구도 구 사장을 도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뿔뿔히 흩어져 있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이 구 사장이 서둘러 할 일이다. 그래야만 지난 10년의 뒷걸음질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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