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파리만 날리는 '지방공항'··· 비행기를 날려야 할 때
[기자수첩] 파리만 날리는 '지방공항'··· 비행기를 날려야 할 때
  • 최형호 기자 rhyma@dailyenews.co.kr
  • 승인 2020.01.16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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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최형호 경제산업부 팀장

[데일리e뉴스= 최형호 기자] "편하긴 합니다. 고맙고 미안할 뿐이죠."

지난 10일 주말을 맞아 대만 타이페이로 여행을 떠난 승객 한모(31) 씨는 플라이강원 비행기를 타면 이코노미에서 퍼스트클래스의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탑승객이 없어 조용한 분위기 속에 2시간 남짓 비행이 편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그였지만, 대만이나 베트남 출장을 갈 경우, 결코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을 이용하지 않는다. 대만이나 베트남에 갈 일이 있으면 양양공항을 이용하겠단다. 편안한 여행을 위해서다.

한 씨 말처럼 지난해 12월 26일 대만 타이페이 행 첫 국제선을 띄운 플라이강원 B737-800기종(186석) 탑승객은 지난 10일 23명, 11일 55명, 12일 21명이 전부였다. 주말인데도 양양공항 앞 주차장(498대 수용)은 텅 비어 있고, 한산한 분위기 속에 몇몇 사람만이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닐 뿐이었다. 내부 시설은 최신식으로 잘 꾸려졌지만, 난방 시설 가동을 안 하는지 추웠다. 양양공항 종사자들은 한숨부터 나온다고 했다. 계속해서 이용객이 없다보면 강원도 유일의 공항임에도 불구, 존폐 위기를 걱정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일자리 또한 잃을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비단 양양공항뿐만 아니라 한국공항공사 산하 14개 공항 중 4개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공항은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 한국공항공사 국정감사에서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공항별 경영손익'(2014~2918년) 자료를 보면 ▲김해공항 ▲김포공항 ▲제주공항 ▲대구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공항들은 공항 설립 이후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무안공항의 적자가 137억5900만원으로 가장 컸으며 ▲여수공항(135억2200만원) ▲양양공항 (131억3400만원) ▲울산공항(118억6200만원) ▲포항공항(117억3600만원)순으로 100억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청주공항(86억7700만원) ▲사천공항(50억6000만원) ▲광주공항(34억8300만원) ▲원주공항(29억6900만원) ▲군산공항(29억5900만원) 역시 매년 내리막길이다. 그나마 청주공한은 2016년 요우커들의 급증으로 2억1400만원의 반짝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말그대로 '반짝'하고 적자로 돌아섰다.

지방 공항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당국의 판단 착오에 있다. 국토교통부의 지방공항 중장기 기본 계획을 살펴보면 예측 실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1999년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는 무안공항의 항공 수요 예측을 1999년 17만명, 2005년 50만명, 2010년 92만명, 2020년에는 131만명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해 무안공항의 연간 이용객 수는 80만명에 불과했다. 비단 무안공항뿐만 아니라 적자를 낸 대다수 지방공항들은 하나같이 국토부의 수요 예측이 빗나갔다.

지방공항들의 계속된 적자로 공항 운영 또한 기형적 구조로 변질됐다. 국내 지방공항의 운영 실태를 보면 소위 잘 나가는 지방 4대 공항이 나머지 10개 공항을 먹여 살리는 기형적 구조가 돼 있다. 정상적인 경영 구조 개선이 필요한데, 공항 개장 이후 계속된 적자로 인해 각 공항들은 개선할 의지 조차 잃은 모습이다. 적자가 지속되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적자를 막게 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면 공항 폐쇄로 치닫는다. 현재는 공항 폐쇄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한국공항공사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놓을 뿐, 어떻게 뭘 책임지겠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 공항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전기세가 부담스러워 에어컨과 히터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지방 공항이 부지기수다. 비행기를 날려야 하는데, 파리만 날리고 있다. 체질 개선을 위해서라도 적자를 벗어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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