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단면역과 자연치유 논하며 "어른답게 굴 것"을 주장하는 스웨덴 정부
[기자수첩] 집단면역과 자연치유 논하며 "어른답게 굴 것"을 주장하는 스웨덴 정부
  • 김지원 기자 tidls741852@dailyenews.co.kr
  • 승인 2020.04.0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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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산업경제부 기자
김지원 산업경제부 기자

[데일리e뉴스(스웨덴)= 김지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다른 주요 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하고 잠정 휴교를 지시한 반면, 스웨덴은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다. 현지 주요 언론들은 "스웨덴이 '집단면역' 실험을 하고 있다"며 "같은 정책을 펼쳤던 영국과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 1월 말 남부도시 옌셰핑(Jönköping)에 중국 우한(武漢)을 다녀온 코로나19 확진자 1명을 시작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이후 확진자 증가 폭이 크진 않았으나 2월 중순부터 수도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그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고, 스웨덴 정부는 3월 중순에 이르러 더 이상의 역학조사와 테스트를 포기하겠다고 결정했다.

현재 스웨덴 정부가 공개하는 확진자 명단은 전체 확진자 수가 아니라 코로나19 감염 증세를 보여 의료진으로부터 확진을 받을 수 있었던 소수의 숫자만 공개한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 증세가 있어도 집에서 자가 격리할 것을 권고받았고, 대부분 노인들을 중심으로 입원 및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몇 주 사이에 정부는 고작 '500명 이상 모이는 이벤트 금지'라는 정책만을 발표했고 "아프면 집에 있어라. 그러나 우리는 휴교하지 않는다"며 옆 나라 덴마크나 노르웨이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 사람들을 의아하게 했다.

코로나를 향한 스웨덴 정부의 태도는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 하루에도 적으면 몇 십 명, 많으면 몇 백 명 이상씩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스웨덴 정부는 한국처럼 이들이 어느 도시에 사는지 방역이나 역학조사를 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자가 다니는 마트나 학교, 레스토랑에 다녀갔을 수도 있는 사람들인데 크게 주(州)로만 구분짓고 어떤 도시인지조차 공개하지 않으니 스웨덴에 거주하는 동안 바이러스 노출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동안 최고의 복지국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던 국가이기에 분명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19를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대응은 점점 소극적으로 변했다.

스웨덴 정부는 부모가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상황을 고려해 학교가 휴교하면 아이들을 돌봐줄 어른이 없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러한 결정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동의하기는 어렵다. 스웨덴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한 달 이상의 유급 휴가를 받고 양쪽 부모가 총 1년 이상의 유급 출산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이렇듯 다른 국가들에 비해 부모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제도가 안정적으로 존재하는데도 정부가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어 보인다.

스웨덴은 사실상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비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스웨덴에 거주하면서 병원에 가는 일은 가장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스웨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주소에 따라 갈 수 있는 병원이 지정되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 병원을 방문하다 보니 예약 없이 방문할 경우 대기시간이 길고 대부분 바로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게 아니라 간호사를 먼저 거쳐야 한다. 약 처방을 받고 의사를 만나려면 새로 예약을 해야 하고 빠르면 며칠, 늦으면 몇 달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부족한 의료인력으로 인해 코로나19로 증가한 확진자들을 전부 입원시키고 접촉자를 능동 감시하는 일은 무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로 곤욕을 치르고 있을 때,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기까지 상대적인 여유가 있었던 스웨덴 정부가 코로나19 발발 몇 주 만에 초기 대응에 실패해 방역을 포기한 것은 분명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스웨덴의 여러 전문가들은 "우리는 충분한 테스트와 역학조사를 하지 못하고, 제대로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반 시민들은 "정부가 분명 코로나19를 해결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며 정부를 믿고 있다. 당국의 보건복지부를 무한히 신뢰하고있는 스웨덴 정부가 과연 그들이 기대하는 자연치유라는 결론을 얻게될지 이탈리아와 같은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지는 불과 몇 주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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