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아직도 아파트 공사하며 철근을 빼먹나
[김병호 칼럼] 아직도 아파트 공사하며 철근을 빼먹나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3.08.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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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살 아파트’와 ‘무량판 아파트’로 나라 안이 떠들썩하다. 순살 아파트는 기둥에 철근을 안 쓰거나 규정보다 적게 쓴 아파트로 인천 검단의 GS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무너진 게 발단이 됐다. 무량판 아파트는 아파트의 보 없이 기둥 위에 지붕을 바로 얹는 공법인데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이 같은 공법이다.

순살은 말 그대로 순전히 살만 있다는 의미인데 뼈가 없는 순살 치킨을 생각하면 된다. 아파트는 기둥과 철근이 생명인데 기둥의 철근을 빼먹은 것은 건물 붕괴를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토부가 LH가 아파트 15개 단지를 조사했더니 기둥 154개에서 철근을 빼먹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부는 이례적으로 순살 아파트 명단을 공개했는데 파주 운정 A34 단지, 남양주 별내 A25 단지, 수원 당수 A3 단지, 인천 가정2 A1 단지 등 15개 단지인데 이미 입주를 마친 곳도 있고, 입주 예정인 곳도 있다. 입주한 주민들은 걱정이고, 입주를 앞둔 사람들은 입주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건설업계에는 오래전부터 공공연히 내려오는 말이 있다. 부모가 자식의 집을 지어도 철근을 빼먹고, 아들이 부모의 집을 지어도 철근을 빼먹는다는 말이다. 건설업계의 대표적 부조리인데 21세기 첨단 정보화 시대에 이런 구시대적 행태가 아직도 행해지고 있다니 한심할 뿐이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국무회의에서 LH 발주 아파트의 무더기 ‘철근 누락’과 관련해 “설계, 시공, 감리 전 분야에서 부실이 드러났다”며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혁신과 개혁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고 누누이 얘기한 바 있다.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을 혁파하지 않고는 어떠한 혁신도 개혁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계기관은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한 우리나라 모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주택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안전이다. 대통령 지시대로 국토부는 모든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 규정을 어기고 철근을 빼먹거나 시멘트의 강도를 낮춘 곳이 발견되면 법이 정하는 최고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지하 주차장보다 더 위험한 게 고층 아파트다. 아파트는 10층, 20층, 30층, 50층을 오르내리는 데 순살 아파트는 건물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우리는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광주 화정아파트 붕괴 사고를 기억하고 있다.

세계 최고 건설기술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창피한 일인데 결국은 모두가 인재다. 사람이 잘못해 생긴 사고다. 구체적인 사고의 유형은 현장마다 다르겠지만 규정을 지키지 않으며 이익을 더 내려고 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건설사가 각성해서 규정대로 공사를 해야 하고, 설계와 감리도 제대로 해야 다 지은 건물을 부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정부도 엄포만 놓지 말고 강력한 단속을 통해 건설 부조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건설 현장의 폭력이나 업무방해는 벌금으로 해결되지만 건물 붕괴는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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