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칼럼] 공매도 금지는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우는 것
[김병호 칼럼] 공매도 금지는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우는 것
  • 김병호 기자 bhkim@dailyenews.co.kr
  • 승인 2023.11.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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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말 많은 주식 공매도(空賣渡)에 대해 오늘(6일)부터 내년 6월까지 전면 금지라는 매서운 칼을 빼 들었다.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이 해당된다. 1400만에 달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는데 앞으로 불만이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도 공매도가 금지됐었다. 내년 6월 이후 공매도를 재개할지는 그때 가봐서 결정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공매도(short selling)는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판다’는 뜻이다. 주식을 빌려서 팔아먹는 것으로 주식 가격이 떨어질 때 주로 써먹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A사 주식이 1주에 30만원인데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증권사에서 주식 1주를 빌려 30만원에 팔아치운다.

얼마 후 30만원 짜리 주식이 20만원으로 떨어지면 주식을 빌린 사람은 주식 1주를 20만원에 사서 증권사에 돌려주면 된다. 1주를 빌려서 차액 10만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주식의 액면가격이 높거나 거래량이 많으면 순간적으로 큰 돈을 벌게 된다.

공매도는 잘하면 큰 돈벌이가 되지만 일반 개미들은 뒷심이 없어서 어렵고 글로벌 국제투자은행(IB) 등이 주로 활용하는데 주식이 떨어질 때 공매도를 많이 한다. 공매도는 IB들에겐 하나의 투자 수법인데 개미들에겐 피해가 너무 큰 게 사실이다.

개미들은 그동안 금융당국에 대해 공매도 금지를 요구해 왔다. 자금력과 투자기법이 뛰어난 글로벌 IB를 개미들이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IB는 돈을 벌고, 개미들은 돈을 잃는 판세가 오랫동안 계속됐고, 개미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액이 100조원을 넘었다. 구체적으로 올해 1월 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액은 모두 107조6300억원이나 된다. 전체 공매도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67.9%다. 이러니 공매도 금지조치가 나올만도 하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기관과 개인의 ‘기울어진 운동장’도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현재 차입 공매도의 경우 개인 투자자는 상환기일이 90일인데 기관과 외국인은 제한이 없다고 하는데 시정돼야 한다. 개인은 담보 비율도 120%인데 외국인과 기관은 이보다 낮다. 차별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글로벌 IB의 관행화된 공매도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는데 대상은 10여개 IB라고 한다. 한 글로벌 IB가 최근 대규모 공매도를 하다 적발돼 논란이 일었는데 이를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공매도는 외국에서 여러 나라가 허용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까지 허용했다. 정부가 입장을 바꿔 중단을 선언한 것은 개미들의 피해와 불만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1400만명의 개미들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또 하나는 내년 4월의 총선이 있다는 점이다. 총선과 관련이 있다고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연관성은 있을 것이다. 공매도에 대해 불만을 가진 개미들이 1400만명에 달하는 데 공매도를 금지해 이들의 마음만 달래도 총선에는 득이 된다고 봐야 한다.

이유가 뭐든 공매도 전면 금지는 글로벌 IB에게는 큰 규제로 다가오고, 주식에 투자해 돈 좀 벌어보겠다는 이 땅의 개미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공매도 금지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기관과 개미 사이에 존재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이라도 바로 세워지면 좋겠다.

[데일리e뉴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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